딸에겐 아빠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 공감과 소통에 서툰 아빠들을 위하여
김영태 지음 / 한울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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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저울이 기울여지지 않게 잘 살피는 것도, 부모가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왜 이리 새로 깨닫고 배우는 것들이 많은지. 부모가 되는 과정은 평생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p.99)

 

뽀얀 피부와 분홍 귀를 가진 사랑스러운 고양이 부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기 고양이가 아빠에게 매달려 냥냥 펀치를 날리고 있는 건지 작은 솜방망이로 머리를 지그시 누르고 있지만 아빠 고양이는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

 

 

아빠와 딸은 정말이지 가깝고도 먼 사이다. 가깝고도 먼 아빠와 딸 사이를 껌딱지 같은 끈끈함으로 무장시킬 수 있는 평범한 아빠의 진솔한 육아 노하우를 들여다 보기로 한다.

 

아빠가 다정다감한 성정을 지니셨던 탓에 어릴 적 아빠와 굉장히 가까운 사이였다. 위기가 닥쳤을 때 누구나 찾는 엄마 보다 아빠를 먼저 찾을 정도였으니, 아빠와 나 사이의 끈끈함은 주변 친구들의 부러움을 끌어내기 충분했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 즈음 아마도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였지 싶다. 아빠에게는 말 못 할 고민이 생기기 시작하고부터 아빠와의 거리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마도 ‘공감’의 정도가 달라졌기 때문이었을게다. 이제는 하늘나라로 조금 긴 소풍을 떠나버리신 아빠 생각과 함께 책장을 넘긴다.

 

 

딸 셋을 둔 평범한 아빠. 저자 또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질문의 방법에 따라, 아이의 행동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아이와의 관계를 저자가 겪었던 사례들과 함께 전한다. 딸과 아빠와의 관계를 전제로 전하고 있지만 비단 아빠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아이의 거울이 되어주는 엄마, 아빠가 모두 생각해 봐야 할 소통의 방법이다.

워킹맘으로 한참 아이를 키울 때는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잠을 재우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누구나 그러하듯 임신기간 동안에는 어서 태어나기를 바라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임신하고 있을 때가 제일 편했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준비되지 않았던 어린 엄마라 아이가 힘들고 버겁기만 했던 시절, 엄마가 견디지 않은 피로감이 아이들에게 오롯이 전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내 말은 안 들어주고, 핸드폰 말은 들어주고...’ 저자의 둘째 아이의 한마디가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저자의 소소한 에피소드에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한편으로는 아이가 우선이 아니었던 나의 많은 순간순간들을 후회하는 시간이었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초보 엄마, 아빠들에게 진심으로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아침 루틴이든, 취미생활이든, 가족회의든 가족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좋다. 중요한 것은 방법이 아닌 지속성이다. 한마디로 꾸준히 해야 한다. 하다 말다 하면 오히려 안 하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함께 웃고 울고, 아픔을 안아주는 찐 가족의 모습을 꿈꾸는 분이라면, 가족만의 약속을 만들고 꾸준히 실천해 보기를 바란다. 꾸준한 행동은 당장에는 눈에 확 띄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기 마련이니까." (p.34)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다음은 없다.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이 닥치면, 아이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아이의 눈물과 애원에 마음이 아프지만, 때론 두 눈을 질끈 감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모진게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다. 아기 새가 날 수 있었던 것도 날개의 힘이 아니라 어미 새의 과감한 결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p.70)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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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토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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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곰 서점 시리즈의 불우한 여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던 터라 살인곰 서점 시리즈의 프리퀄이라는 소개 글에 조금도 고민 없이 선택한 책이다. 역시, 내 취향~ 살인곰 시리즈만큼 가독성과 몰입감이 최고다.

노랑 표지에 홀로 떨어져 있는 검은 토끼, 하무라의 불우함을 닮아 있는 검은 토끼가 봄바람이 살살 불어오기 시작한 날씨와 어울리지 않지만(?) 늘어지는 주말 곁을 내어주지 않는 숨겨진 사연만큼 유혹적인 아이템이 또 어디 있을까~ 고뇌에 가득 찬 검은 토끼가 주말의 하루가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준다.

살인곰 시리즈의 관록 있는 하무라처럼 혈기 왕성한 젊은 하무라 또한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칼로 자른 듯 각 잡힌 탐정은 아니지만 말 못 할 고민을 가진 의뢰인들에게 품은 연민을 바탕으로 조금 어렵고 힘들더라도 소신을 갖고 사건의 중심- 비록 트라우마를 남겼을 지라도 - 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들어간다.

"어둠이 무섭다. 알기 쉬운 신경증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타일렀다. 어둠 속에 갇혀 끔찍한 경험을 했던 것이다. 갑자기 깜깜해져서 무서워지는 것도 당연하다.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나도 인간이었던 셈이다. 고작 그뿐이다." (p.438)

여 탐정이라는 이유로 가출 – 그러나 있는 곳은 확인된 – 한 열일곱 소녀 미치루를 찾아 데려오라는 간단한 의뢰를 받은 하무라. 동행하는 멤버들의 준비되지 않은 움직임은 불길함을 불러오고, 이번에도 역시 극한의 불우함은 어김없이 하무라를 덮친다. 결과적으로 일탈을 감행한 가출 소녀는 찾았지만 아르바이트로 나섰던 가벼운 의뢰는 하무라에게 옆구리 자상과 발등 골절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남긴다.

하무라에게 남긴 상처는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을까,,, 또다시 미치루의 친구 미와가 사라지고 실종 사건의 실마리가 잡히기도 전 또 다른 친구가 살해되는 사건이 이어진다. 각기 다른 시간, 다른 곳에서 일어났지만 하무라가 가진 탐정의 촉은 이 모든 사건들이 이어져있음을 알린다.

미치루의 친구 미와 실종사건 의뢰자는 의도를 알 수 없는 ‘부탁한다’는 한마디와 함께 사라지고, 하무라의 도움으로 일탈을 멈추고 그녀의 껌딱지가 되어버린 미치루는 사사건건 그녀의 움직임을 방해하지만, 불운의 생계형 탐정 하무라는 두렵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사건 속으로 뛰어든다.

열일곱 사춘기 소녀의 일탈로부터 출발한 사건은 어느새 인간의 잔인한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나쁜 토끼를 하드 케리하고 있는 ‘게임’의 비밀로 치닫는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야 하는 가정에서 무심코 하는 부모들의 많은 행동이 아이들의 일탈을 부추긴다. 부모를 따라 하기도, 부모의 관심을 위해서,,,

마지막 장을 덮은 이후에도 나쁜 토끼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하게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소위 말하는 기득권층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난 많은 이들이 모두 나쁜 토끼로 자라지 않지만, 또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모든 아이들이 착한 토끼라 할 수도 없지만, 착한 토끼를 가장한 채 스스로에게 주어진 그 무엇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이 나쁜 토끼로 자라는 것을 방임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게임의 끝자락에 들춰진 인간의 민낯이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듯하여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거론된 여러 심리학적 이유와 동기는 모두 옳을 것이다. 다키자와의 복잡한 열등감과 우월감. 노나카의 남성우월주의, 아니 자기우위주의. 다이코쿠의 실업과 아내에게 버림받은 데서 생겨난 자신감 상실과 왜곡된 성욕. 멤버 전원이 가지고 있던 엘리트 의식. 스스로가 이토록 노력하고 이상에 불타 노력하고 있지만 오로지 현실에 쫓기는 날들. 그리고 그런 날들이 끝없이 계속될 거라는 초조감. 내 의견을 말하자면, 28회의 멤버는 아이였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거금, 훌륭한 용모, 인기, 행복 등을 얻기 위해 죽어라 노력하여 사회를 개선하고 공적을 남겨도 모든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또한 그 누구도 먹고 자고 싸고 하는 사소한 문제에 휘둘리는 일상에서 벗어 날 수 없다. 그런 단순한 진리를 이해하지 못한 불쌍한 아이였던 것이다." (p.524)

[ 네이버 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나쁜토끼#와카타케나나미#문승준#내친구의서재#살인곰서점의사건파일프리퀄#추리미스터리#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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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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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세 번째 책이 발간된 구미호 식당 시리즈.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잔잔한 여운을 남겨주는 책이라 신간이 발표되면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긴다. 박현숙 작가님의 구미호 식당 시리즈는 영생을 위해 다른 사람의 새로운 삶을 취하고 있지만, 츤데레 성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매력적인 구미호 만호와 그에게 아낌없이 자신의 다음 생을 내어주고 소멸하는 주인공들 그리고 그들에게서 감도는 잔잔한 여운까지 너무나 매력적인 소설이다.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친구 설이를 지키기 위해 열일곱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채우는 세상에 두고 온 설이에 대한 미련으로 환생이 마냥 기다려지지 않는다. 영생을 얻기 위해 천 명의 생을 모아야 하는 천 년 묵은 구미호 만호는 이승의 기억으로 마음이 무거운 그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거래를 제안하고 좋아한다는 말도, 마지막 약속도 지키지 못한 채우는 미련 없이 다음 생을 포기하고 만호의 거래를 받아들인다.

"내가 만나고 싶었던 그 사람, 그 사람과의 시간은 그 세상에서 끝났던 거예요. 그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서 새로운 사람의 시간을 살고 있는 거지요. 나는 말이에요. 그 사람에게 늘 말했었어요. 지금 세상에서 너에게 해줄게 조금밖에 없어서 미안하다, 하지만 다음 생에도 나는 너를 만날 것이고 그때는 더 잘해줄 거다. 늘 최선을 다했음에도 늘 부족하다고 느꼈고 부질없는 약속을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말 이에요, 내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그 사람도 나랑 똑같은 말을 했거든요. 다음 생에도 나를 만나고 싶다고. 결국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어요. 부질없는 약속이었어요. 부족하다고 느꼈다면,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순간 더 애써야 했어요. 다음을 기약하지 말고요." (p.211~212)

이미 그를 잊고 다른 사람으로 다음 생을 살고 있을 설이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0일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얻은 채우는 그들만이 아는 비밀의 레시피와 설이의 게 알레르기라는 손톱만큼 작은 단서만을 믿고 영혼이 소멸하기 전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승으로 돌아온다. 구미호 만호는 세상으로 돌아온 채우에게 딱 천 걸음 후, 비밀을 간직한 것 같은 장소에 그가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집을 선물한다.

마음 가는 대로 딱 천 걸음을 걸어 도착한 그곳, 마음이 닿는 가까운 곳에 설이가 있다는 의미일까. 하루아침에 일가족이 사라진 미스터리한 사건 덕분에 사람들의 왕래가 사라진 을씨년스러운 낡은 집에 도착한 채우는 만호를 믿고 설이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한 ‘약속 식당’의 문을 연다.

설이를 만나고 싶은 채우의 소망은 고소한 향기와 함께 외로운 마음에 한 자락 온기를 넣어주는 비밀병기에서부터 달콤한 살살말랑과 아직은 완성 시키지 못한 파감로맨스까지 설이와 채우의 추억이 가득 담긴 음식들과 함께 괴괴했던 작은 골목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 넣는다.

연못 속의 작은 손톱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인연과의 재회. 망설임 없이 다음 생을 포기한 채우는 꿈에 그리던 설이와 재회하여 마지막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음직한 다음 생과 모든 이유를 불문하고 다음 생도 함께하고 싶은 전하지 못했던 사랑이 간절한 소망은 약속 식당과 함께 희망을 보여준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지키기 위해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이 아닌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내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p.244)

[ 네이버카페 문화충전200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약속식당#구미호식당#박현숙#특별한서재#문화충전200#문화충전200_서평단#약속#윤회#청소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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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퍼맨 - 속삭이는 살인자
알렉스 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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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에게 아이를 유괴 당한다는 것은 온 세상 부모들의 가장 끔찍한 악몽이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그런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드물다. 실상 아이들이 다치거나 학대당할 위험이 가장 큰 곳은 가정이다. 진실은, 바깥세상이 아무리 위험해 보여도, 길에서 마주치는 모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해한 반면 가정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곳이기 쉽다는 것이다." (p.15)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흔들리고 있는 아이에게 자신만을 바라봐 줄 것 같은 낯선 이가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면,,, 갈수록 가족 간의 유대가 감소되고 있는 요즘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가정이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하다.

대부분 성범죄에 사용되고 있는 ‘그루밍 범죄’는 약자를 노리는 악마의 손길이라 불리는 범죄로 피해자들은 심리적으로 나약한 범죄 대상을 지배하기 위한 가해자의 사악한 행동에 길들여져 범죄의 대상이 된 이후에도 자신이 범죄의 대상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가랑비가 옷을 젖게하듯 천천히 피해자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몬다.

아내 리베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변화된 일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톰과 어린아들 제이크. 아내를 잃은 자신의 슬픔조차 가누기 힘든 톰과 갑자기 세상의 전부였던 엄마를 잃고, 자신을 밀어내는 것 같은 아빠와 단둘이 살게 된 제이크. 서툰 아빠 톰은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킨 채 상상의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아이가 버겁기만 하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새 출발을 결심한 톰은 제이크와 함께 조용하고 작은 마을 피더뱅크로 이사를 하게 되고,,,

안정을 찾아 새 출발을 하고 싶은 톰의 바램을 비웃듯 그들이 정착한 작은 마을에서는 제이크 또래의 아이가 유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여전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제이크와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점점 더 흔들리는 톰. 두 부자는 그들에게 닥친 시련을 극복할 수 있을까.

또다시 마을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살인사건은 20여 년 전 다정한 목소리로 다섯 명의 아이들을 꾀어내 살해한 연쇄살인범 위스퍼맨 사건과 소름 끼치게 닮아 있다. 마지막 아이를 찾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던 피트 경감은 20년 전 연쇄살인과 닐의 유괴사건이 연결되어 있음을, 곧 다른 아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애써 누르며 수사에 임하지만,,,

"문을 반쯤 열어두면 속삭임이 들려오지

바깥에서 혼자 놀면 집에 못가게 되지

창문을 안 잠그면 유리창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지

외롭고 슬프고 우울하면 위스퍼 맨이 널 잡으러 오지" (p.443)

언제나 그렇듯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다시 나타난 살인자는 헤집어진 상처를 다독이던 톰과 제이크를 덮치지만, 톰은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작은 천사 제이크를 찾아 나선다. 과연 톰과 제이크는 그들에게 닥친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까,,, 아내를 잃고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아이를 위해 나머지 생쯤은 아낌없이 내던질 수 있는 부모의 마음이 공감을 자아낸다. 범죄 스릴러 소설이지만 그 안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족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한밤중의 신사.

바닥의 남자애.

나비들.

이상한 옷을 입은 어린 여자애.

그리고 물론, 위스퍼 맨." (p.507)

곳곳에 숨겨진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등장인물 간의 관계는 잠시도 눈길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최근 10년 이내 최고의 범죄소설이라는 찬사를 증명한다. 루소 형제가 제작 예정인 영화는 물론이고 이번 편에서는 인상적인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수사에 임하는 어맨다 경감의 활약을 그린 후속편 The shdows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위스퍼맨#알렉스노스#흐름출판#범죄스릴러#연쇄살인#컬처블룸#컬처블룸서평단#속삭이는살인자#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영화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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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
무레 요코 지음, 이현욱 옮김 / 경향BP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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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정확히는 스무 살이 되기 전에는 시간이 빨리 흘러서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풋풋한 청춘이 얼마나 빨리 사라져 버리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시간을 쉬이 흘려보내는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지르고 어느덧 정말 내일모레면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대에는 시속 10km로 20대에는 20km로 시간이 흐른다는 말을 증명하듯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의 흐름이 빨라짐을 느낀다.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을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달이 훌쩍 지나 3월을 기다리고 있다.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었다기보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나이 먹음이랄까,,, 시간의 흐름이 서글퍼진다.

밉지 않은 독설로 사이다처럼 상쾌하게 답답한 가슴을 뚫어주는 작가로 알려진 무레 요코. 처음 접해보는 작가지만 왠지 오래된 옆집 친구와 가볍게 수다를 떠는 것처럼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전 작품들의 제목들만 보고도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이 보고 싶어진다.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 아놔~ 어쩜 이렇게 제목만으로 맘에 들 수 있는 걸까?! 읽지 않아도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

나이가 들어갈수록 느끼는 감정이나 몸의 상태가 다르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40과 50의 경계는 실로 엄청나다는 생각을 한다. 총기는 사라지고 몸은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다. '에스컬레이터에 탈 때의 타이밍' 이 부분을 읽을 때는 공감과 서글픔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나이 듦이 아니라 겁이 많은 성향의 문제일 터인데,,, 어느샌가 모든 것이 나이 듦으로 이어진다.

"아무래도 막 중년이 되었을 때와는 다르게 몸의 모든 부분이 한 단계 더 상태가 나빠진 것 같다. 조금 더 몸을 신경 써서 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중년이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무리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겼다." (p.103)

여전히 젊다고 여기고, 또래의 다른 사람보다는 그래도 내가 더 젊어 보인다는 -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 생각과 함께 조금씩 나이 듦을 인정해간다. 문득, 어느 순간 나에게 다가온 세월이 가져다준 변화들을 받아들여간다. '요코 중독' 현상을 일으키는 작가라는 평이 있던데 그래서일까 가볍게 책장을 넘기던 내가 어느새 그녀의 소소한 일상이 궁금해진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노여움이 생기는 나도, 총기가 흐려져 늘 사용하는 단어를 말하지 못해 어버버하는 나도, 용감하게 이것저것 만져볼 용기를 내는 건 고사하고 업데이트조차 버거워하는 나도,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밑에 차오르는 나도 여전히 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녀처럼 유쾌한 중년을 즐기고 싶어진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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