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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퍼맨 - 속삭이는 살인자
알렉스 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월
평점 :
"낯선 이에게 아이를 유괴 당한다는 것은 온 세상 부모들의 가장 끔찍한 악몽이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그런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드물다. 실상 아이들이 다치거나 학대당할 위험이 가장 큰 곳은 가정이다. 진실은, 바깥세상이 아무리 위험해 보여도, 길에서 마주치는 모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해한 반면 가정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곳이기 쉽다는 것이다." (p.15)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흔들리고 있는 아이에게 자신만을 바라봐 줄 것 같은 낯선 이가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면,,, 갈수록 가족 간의 유대가 감소되고 있는 요즘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가정이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하다.
대부분 성범죄에 사용되고 있는 ‘그루밍 범죄’는 약자를 노리는 악마의 손길이라 불리는 범죄로 피해자들은 심리적으로 나약한 범죄 대상을 지배하기 위한 가해자의 사악한 행동에 길들여져 범죄의 대상이 된 이후에도 자신이 범죄의 대상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가랑비가 옷을 젖게하듯 천천히 피해자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몬다.
아내 리베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변화된 일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톰과 어린아들 제이크. 아내를 잃은 자신의 슬픔조차 가누기 힘든 톰과 갑자기 세상의 전부였던 엄마를 잃고, 자신을 밀어내는 것 같은 아빠와 단둘이 살게 된 제이크. 서툰 아빠 톰은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킨 채 상상의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아이가 버겁기만 하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새 출발을 결심한 톰은 제이크와 함께 조용하고 작은 마을 피더뱅크로 이사를 하게 되고,,,
안정을 찾아 새 출발을 하고 싶은 톰의 바램을 비웃듯 그들이 정착한 작은 마을에서는 제이크 또래의 아이가 유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여전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제이크와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점점 더 흔들리는 톰. 두 부자는 그들에게 닥친 시련을 극복할 수 있을까.
또다시 마을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살인사건은 20여 년 전 다정한 목소리로 다섯 명의 아이들을 꾀어내 살해한 연쇄살인범 위스퍼맨 사건과 소름 끼치게 닮아 있다. 마지막 아이를 찾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던 피트 경감은 20년 전 연쇄살인과 닐의 유괴사건이 연결되어 있음을, 곧 다른 아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애써 누르며 수사에 임하지만,,,
"문을 반쯤 열어두면 속삭임이 들려오지
바깥에서 혼자 놀면 집에 못가게 되지
창문을 안 잠그면 유리창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지
외롭고 슬프고 우울하면 위스퍼 맨이 널 잡으러 오지" (p.443)
언제나 그렇듯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다시 나타난 살인자는 헤집어진 상처를 다독이던 톰과 제이크를 덮치지만, 톰은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작은 천사 제이크를 찾아 나선다. 과연 톰과 제이크는 그들에게 닥친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까,,, 아내를 잃고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아이를 위해 나머지 생쯤은 아낌없이 내던질 수 있는 부모의 마음이 공감을 자아낸다. 범죄 스릴러 소설이지만 그 안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족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한밤중의 신사.
바닥의 남자애.
나비들.
이상한 옷을 입은 어린 여자애.
그리고 물론, 위스퍼 맨." (p.507)
곳곳에 숨겨진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등장인물 간의 관계는 잠시도 눈길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최근 10년 이내 최고의 범죄소설이라는 찬사를 증명한다. 루소 형제가 제작 예정인 영화는 물론이고 이번 편에서는 인상적인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수사에 임하는 어맨다 경감의 활약을 그린 후속편 The shdows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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