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
무레 요코 지음, 이현욱 옮김 / 경향BP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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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정확히는 스무 살이 되기 전에는 시간이 빨리 흘러서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풋풋한 청춘이 얼마나 빨리 사라져 버리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시간을 쉬이 흘려보내는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지르고 어느덧 정말 내일모레면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대에는 시속 10km로 20대에는 20km로 시간이 흐른다는 말을 증명하듯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의 흐름이 빨라짐을 느낀다.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을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달이 훌쩍 지나 3월을 기다리고 있다.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었다기보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나이 먹음이랄까,,, 시간의 흐름이 서글퍼진다.

밉지 않은 독설로 사이다처럼 상쾌하게 답답한 가슴을 뚫어주는 작가로 알려진 무레 요코. 처음 접해보는 작가지만 왠지 오래된 옆집 친구와 가볍게 수다를 떠는 것처럼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전 작품들의 제목들만 보고도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이 보고 싶어진다.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 아놔~ 어쩜 이렇게 제목만으로 맘에 들 수 있는 걸까?! 읽지 않아도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

나이가 들어갈수록 느끼는 감정이나 몸의 상태가 다르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40과 50의 경계는 실로 엄청나다는 생각을 한다. 총기는 사라지고 몸은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다. '에스컬레이터에 탈 때의 타이밍' 이 부분을 읽을 때는 공감과 서글픔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나이 듦이 아니라 겁이 많은 성향의 문제일 터인데,,, 어느샌가 모든 것이 나이 듦으로 이어진다.

"아무래도 막 중년이 되었을 때와는 다르게 몸의 모든 부분이 한 단계 더 상태가 나빠진 것 같다. 조금 더 몸을 신경 써서 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중년이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무리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겼다." (p.103)

여전히 젊다고 여기고, 또래의 다른 사람보다는 그래도 내가 더 젊어 보인다는 -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 생각과 함께 조금씩 나이 듦을 인정해간다. 문득, 어느 순간 나에게 다가온 세월이 가져다준 변화들을 받아들여간다. '요코 중독' 현상을 일으키는 작가라는 평이 있던데 그래서일까 가볍게 책장을 넘기던 내가 어느새 그녀의 소소한 일상이 궁금해진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노여움이 생기는 나도, 총기가 흐려져 늘 사용하는 단어를 말하지 못해 어버버하는 나도, 용감하게 이것저것 만져볼 용기를 내는 건 고사하고 업데이트조차 버거워하는 나도,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밑에 차오르는 나도 여전히 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녀처럼 유쾌한 중년을 즐기고 싶어진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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