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토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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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곰 서점 시리즈의 불우한 여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던 터라 살인곰 서점 시리즈의 프리퀄이라는 소개 글에 조금도 고민 없이 선택한 책이다. 역시, 내 취향~ 살인곰 시리즈만큼 가독성과 몰입감이 최고다.

노랑 표지에 홀로 떨어져 있는 검은 토끼, 하무라의 불우함을 닮아 있는 검은 토끼가 봄바람이 살살 불어오기 시작한 날씨와 어울리지 않지만(?) 늘어지는 주말 곁을 내어주지 않는 숨겨진 사연만큼 유혹적인 아이템이 또 어디 있을까~ 고뇌에 가득 찬 검은 토끼가 주말의 하루가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준다.

살인곰 시리즈의 관록 있는 하무라처럼 혈기 왕성한 젊은 하무라 또한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칼로 자른 듯 각 잡힌 탐정은 아니지만 말 못 할 고민을 가진 의뢰인들에게 품은 연민을 바탕으로 조금 어렵고 힘들더라도 소신을 갖고 사건의 중심- 비록 트라우마를 남겼을 지라도 - 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들어간다.

"어둠이 무섭다. 알기 쉬운 신경증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타일렀다. 어둠 속에 갇혀 끔찍한 경험을 했던 것이다. 갑자기 깜깜해져서 무서워지는 것도 당연하다.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나도 인간이었던 셈이다. 고작 그뿐이다." (p.438)

여 탐정이라는 이유로 가출 – 그러나 있는 곳은 확인된 – 한 열일곱 소녀 미치루를 찾아 데려오라는 간단한 의뢰를 받은 하무라. 동행하는 멤버들의 준비되지 않은 움직임은 불길함을 불러오고, 이번에도 역시 극한의 불우함은 어김없이 하무라를 덮친다. 결과적으로 일탈을 감행한 가출 소녀는 찾았지만 아르바이트로 나섰던 가벼운 의뢰는 하무라에게 옆구리 자상과 발등 골절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남긴다.

하무라에게 남긴 상처는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을까,,, 또다시 미치루의 친구 미와가 사라지고 실종 사건의 실마리가 잡히기도 전 또 다른 친구가 살해되는 사건이 이어진다. 각기 다른 시간, 다른 곳에서 일어났지만 하무라가 가진 탐정의 촉은 이 모든 사건들이 이어져있음을 알린다.

미치루의 친구 미와 실종사건 의뢰자는 의도를 알 수 없는 ‘부탁한다’는 한마디와 함께 사라지고, 하무라의 도움으로 일탈을 멈추고 그녀의 껌딱지가 되어버린 미치루는 사사건건 그녀의 움직임을 방해하지만, 불운의 생계형 탐정 하무라는 두렵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사건 속으로 뛰어든다.

열일곱 사춘기 소녀의 일탈로부터 출발한 사건은 어느새 인간의 잔인한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나쁜 토끼를 하드 케리하고 있는 ‘게임’의 비밀로 치닫는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야 하는 가정에서 무심코 하는 부모들의 많은 행동이 아이들의 일탈을 부추긴다. 부모를 따라 하기도, 부모의 관심을 위해서,,,

마지막 장을 덮은 이후에도 나쁜 토끼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하게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소위 말하는 기득권층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난 많은 이들이 모두 나쁜 토끼로 자라지 않지만, 또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모든 아이들이 착한 토끼라 할 수도 없지만, 착한 토끼를 가장한 채 스스로에게 주어진 그 무엇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이 나쁜 토끼로 자라는 것을 방임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게임의 끝자락에 들춰진 인간의 민낯이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듯하여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거론된 여러 심리학적 이유와 동기는 모두 옳을 것이다. 다키자와의 복잡한 열등감과 우월감. 노나카의 남성우월주의, 아니 자기우위주의. 다이코쿠의 실업과 아내에게 버림받은 데서 생겨난 자신감 상실과 왜곡된 성욕. 멤버 전원이 가지고 있던 엘리트 의식. 스스로가 이토록 노력하고 이상에 불타 노력하고 있지만 오로지 현실에 쫓기는 날들. 그리고 그런 날들이 끝없이 계속될 거라는 초조감. 내 의견을 말하자면, 28회의 멤버는 아이였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거금, 훌륭한 용모, 인기, 행복 등을 얻기 위해 죽어라 노력하여 사회를 개선하고 공적을 남겨도 모든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또한 그 누구도 먹고 자고 싸고 하는 사소한 문제에 휘둘리는 일상에서 벗어 날 수 없다. 그런 단순한 진리를 이해하지 못한 불쌍한 아이였던 것이다." (p.524)

[ 네이버 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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