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세 번째 책이 발간된 구미호 식당 시리즈.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잔잔한 여운을 남겨주는 책이라 신간이 발표되면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긴다. 박현숙 작가님의 구미호 식당 시리즈는 영생을 위해 다른 사람의 새로운 삶을 취하고 있지만, 츤데레 성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매력적인 구미호 만호와 그에게 아낌없이 자신의 다음 생을 내어주고 소멸하는 주인공들 그리고 그들에게서 감도는 잔잔한 여운까지 너무나 매력적인 소설이다.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친구 설이를 지키기 위해 열일곱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채우는 세상에 두고 온 설이에 대한 미련으로 환생이 마냥 기다려지지 않는다. 영생을 얻기 위해 천 명의 생을 모아야 하는 천 년 묵은 구미호 만호는 이승의 기억으로 마음이 무거운 그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거래를 제안하고 좋아한다는 말도, 마지막 약속도 지키지 못한 채우는 미련 없이 다음 생을 포기하고 만호의 거래를 받아들인다."내가 만나고 싶었던 그 사람, 그 사람과의 시간은 그 세상에서 끝났던 거예요. 그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서 새로운 사람의 시간을 살고 있는 거지요. 나는 말이에요. 그 사람에게 늘 말했었어요. 지금 세상에서 너에게 해줄게 조금밖에 없어서 미안하다, 하지만 다음 생에도 나는 너를 만날 것이고 그때는 더 잘해줄 거다. 늘 최선을 다했음에도 늘 부족하다고 느꼈고 부질없는 약속을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말 이에요, 내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그 사람도 나랑 똑같은 말을 했거든요. 다음 생에도 나를 만나고 싶다고. 결국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어요. 부질없는 약속이었어요. 부족하다고 느꼈다면,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순간 더 애써야 했어요. 다음을 기약하지 말고요." (p.211~212)이미 그를 잊고 다른 사람으로 다음 생을 살고 있을 설이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0일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얻은 채우는 그들만이 아는 비밀의 레시피와 설이의 게 알레르기라는 손톱만큼 작은 단서만을 믿고 영혼이 소멸하기 전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승으로 돌아온다. 구미호 만호는 세상으로 돌아온 채우에게 딱 천 걸음 후, 비밀을 간직한 것 같은 장소에 그가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집을 선물한다. 마음 가는 대로 딱 천 걸음을 걸어 도착한 그곳, 마음이 닿는 가까운 곳에 설이가 있다는 의미일까. 하루아침에 일가족이 사라진 미스터리한 사건 덕분에 사람들의 왕래가 사라진 을씨년스러운 낡은 집에 도착한 채우는 만호를 믿고 설이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한 ‘약속 식당’의 문을 연다.설이를 만나고 싶은 채우의 소망은 고소한 향기와 함께 외로운 마음에 한 자락 온기를 넣어주는 비밀병기에서부터 달콤한 살살말랑과 아직은 완성 시키지 못한 파감로맨스까지 설이와 채우의 추억이 가득 담긴 음식들과 함께 괴괴했던 작은 골목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 넣는다. 연못 속의 작은 손톱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인연과의 재회. 망설임 없이 다음 생을 포기한 채우는 꿈에 그리던 설이와 재회하여 마지막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음직한 다음 생과 모든 이유를 불문하고 다음 생도 함께하고 싶은 전하지 못했던 사랑이 간절한 소망은 약속 식당과 함께 희망을 보여준다."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지키기 위해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이 아닌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내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p.244)[ 네이버카페 문화충전200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약속식당#구미호식당#박현숙#특별한서재#문화충전200#문화충전200_서평단#약속#윤회#청소년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