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도서관에 가는 엄마입니다 - 책 읽는 엄마의 똑똑한 도서관 활용법
이혜진 지음 / 로그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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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이들이 훌쩍 커버려서 도서관을 함께 가자고하면 기겁을 하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우리 가족에게도 도서관은 즐거운 곳이였다.

다만, 난 아이들에게 즐거웠던 도서관의 기억을 다독으로 연결시켜 주는데 실패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여름엔 에어컨 빵빵 나오고, 겨울엔 외투를 벗어야 할 정도로 따뜻한 곳인데다, 에너지 충만한 남자아이들이 적당히 뛰어다녀도 눈치보이지 않으니, 워킹맘이 휴일에 아이들을 풀어놓고 장시간 맘편히 있을 만한 장소로 도서관 만한 곳이 없었다.

평소에 잘 사주지 않던 간식거리도 마구 사주고 (우리집 두 형제는 회오리감자를 특히 좋아했다) 엄마가 뛰지말라고도 안하니 도서관을 즐거운 장소로 각인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작가님께서 하신 것처럼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부스터를 달아주지는 못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많이 아쉬웠던 부분이다.

우리가 다니던 도서관은 청소년수련관까지 함께 있어서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무궁무진 했을텐데 시간을 돌리고 싶을 뿐이다.

나 또한 대다수 엄마들이 범하는 오류, 카더라 통신에 귀를 기울이는 일도 많이 했었다. 워킹맘이 혹시나 아이들에게 해줘야 할 것을 놓치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기우에 필요하다는 전집은 전부 사서 책꽂이에 예쁘게 꽂아두고(정말 꽂아 두기만 했다), 읽어주는데는 소홀했다. 많이 사는게 아니라 제대로 한권이라도 읽을 수 있게 도와줬어야 하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들이 전집보다는 서점에 가서 스스로 골라온 책을 훨씬 좋아했다는걸 모르지는 않았을텐데 쓸데없는 엄마의 욕심으로 가격도 무시 못하는 전집을 사모으는 오류를 범했던 거다.

"좋은 책을 고르는 눈과 책 속에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즐기는 자세, 무엇보다 책을 곁에 두는 습관을 가르치고 싶다." (p.46)

아이들의 책읽는 습관과 함께 강조하고 있는 체험학습도 흥미롭다. 나는 아이가 어렸을 때 박물관으로 체험학습장으로 주말마다 데리고 다녔으면서도, 놀이 경험이 지식으로 남을 수 있게 도와주지 않았다. 그마저도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멈췄던것 같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책도 만이 사주고, 체험활동도 많이 시켜주고 있지만 나와 같은 오류를 범하는 엄마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책과 연계한 놀이 활동과 박물관 체험활동을 연결해 줬더라면 아이에게 좋은 경험의 지식으로 남았을 텐데 말이다.

" '인생의 연결점을 이으라.'

과거의 경험들을 하나의 점으로 놓고 이어나가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미래가 그려진다는 의미다." (p.127)

엄마와 아이가 도서관을 활용하는 방법과 아이가 책을 좋아할 수 있게 엄마가 도와주는 방법을 실제 겪어본 경험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 도서관을 활용한 책읽기 교육에 활용도가 높은 책이었다.

더불어 챕터 말미에 소개된 참고도서와 교육방법, 체함활동 장소 등은 유용한 정보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가 훌쩍 자라버린 후라 나는 적용해 보기 어렵겠지만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이를 위한 도서관도 중요하지만, 도서관 나들이로 엄마의 자존감, 행복감을 북돋을 수 있도록 하는 글이 함께 있어서 더 좋은 책읽기 였다.

"아이들 때문에 분노가 폭발하는 날, 먹이고 씻기고 치우고 재우는 모든 일이 귀찮고 힘든날... 딱 적당한 때, 꼭 필요한 책을 건네는 도서관이 있어 나는 또 배우고 자란다."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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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남편은 빼겠습니다
아인잠 지음 / 유노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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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혼 & 졸혼

졸혼은 언젠가 유명 연예인이 TV프로에서 본인이 졸혼 상태임을 커밍아웃하고 나서 급격하게 관심받는 키워드로 등장한 단어다.

결혼졸업이라, 결혼을 쫑 내는 방법은 서류에 도장찍고 영원히 바이바이하는 이혼밖에 없는 줄 알고 있다가 해성처럼 등장한 졸혼은 한동한 부부사이의 핫한 이야기거리 였다.

법적으로 여기저기 묶여있는탓에 서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굴뚝 같아도 묶여있어만 했던 사랑이 식어버린 부부들에게 졸혼은 자녀에게 상처도 덜주고, 골치아픈 법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부부들이 '황혼의 졸혼'을 꿈꾼다. 이혼보다는 덜 부담스러우면서, 어쩌면 길게 남은 나의 인생을 안개속에서 꺼내줄지도 모르니까.

나는 아직까지 졸혼을 꿈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남편이 아주아주 미워질때 가끔 졸혼을 떠올리며 언제쯤이 좋을까를 생각하곤 한다.

저자의 필명 아인잠은 외로움을 가르키는 말로 내면과 하나 되는 사람을 의미하는 독일어라고 한다. 결혼 13년차, 졸혼 1년차를 맞은 저자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필명이리라.

의외로 결혼한 사람중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나 또한 종종 외롭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결혼하기전 별도 달도 다 따다줄것 같았던 남편은 어느새 쇼파지박령이 되었고, 남의 편을 넘어서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남이 되어 있다. 아이들은 자라서 엄마품을 떠나버린 모습이 결혼하지 20여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아내, 엄마, 며느리, 딸인 나의 모습이다.

책속의 맥주와 신혼의 공통점을 보고 격하게 공감한다. '몇 모금 마시면 미지근해진다' 불같이 사랑하고 만났다 헤어지는게 아쉬워 죽을 때까지 사랑하기로 맹세하고 결혼했지만, 슬프게도 불같은 사랑의 유효기간은 매우 짧다.

결혼한지 20년이 넘은 나도 신혼초 매일매일 다툼의 주제였던 치약 가운데 짜기를 여전히 못고치고 있고, 우리 남편도 20년째 양말을 아무데나 벗어던져 놓는다. 다시 신을 것도 아니면서 왜 이 버릇을 못고치는지 모르겠다.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관은 더더군다나 다를터이니 어쩌면 적당히 타협하고 부대끼면서 사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을 지도 모른다.

불평불만은 잔뜩 품고 있으면서 쉽게 용기내지 못하는(아직은 참을만하다) 나를 뒤돌아 보면서, 아인잠님의 용기가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우리 시댁의 명절 풍경도 다르지 않다.

명절 시어머니의 이중적인 모습에 나 역시 명절때마다 우울해 진다. 물론 귀성길 부부싸움은 필수코스가 된지 오래다.

딸들은 이제나 저제나 점심도 지나기전부터 언제 오나를 기다리시면서, 며느리는 명절 당일 저녁의 귀성길도 막아서시기 일쑤다. 왜? 시누이들이 친정에 오면 맞아줄 누군가가 필요하니까, 아무도 없으면 안되니까, 이게 내가 명절에 울엄마를 빨리 보러가지 못하는 이유가 되어야하는게 이해되지 않는다. 박차고 나올 수 있겠으나 소심덩어리라 항상 마음속으로만 박차고 나온다.

오랜 만에 보는 아들 얼굴은 항상 삐쩍말라있고, 며느리는 항상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씀 역시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손하나 까딱 안하는 아드님과 함께 사는 며느리한테, 며느리가 직장 다니느라 밥도 잘 안해줘서 아들 얼굴이 안됐다는 망언을 서슴없이 하신다. 에효~ 그래서 난 명절 때마다 참을 인자를 수백개씩 쓰고 온다. 참자, 참자, 참자, 시골 어르신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 시키면서 말이다.

쳅터마다 던져진 질문이 마음을 흔든다.

저 질문에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마음속깊이 아인잠님처럼 용기내지 못하는 나를 안타까워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하나. 당신이라는 가장 완벽한 환상

넌 어떨 때가 가장 행복해?

난, 이렇게 마주 보고 있을 때

둘. 신혼, 처절한 전쟁의 서막

당신, 이러려고 나랑 결혼했어?

너만 힘든 줄 알아? 나도 힘들어!

셋. 우리 사이에 출구는 없는 걸까

당신, 어차피 내 말 듣지도 않잖아.

알았어. 됐으니까 그만하자.

넷. 다행이야, 잊고 있던 내가 생각나서

줄곧 여기 있었구나....

이제 내 목소리가 들리니?

다섯. 오늘부턴 내 인생이 먼저입니다.

너, 계속 남편과 살고 싶니?

아니요! 이젠 내 인생을 살 거예요.

부부간의 어려움이 비단 아내쪽에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이런 부당한 대우들의 이유가 아직은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남아있는 불평등과도 맞물려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여자로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깊이 공감하면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글이었다.

책읽기를 끝내며, 아이잠님의 용기있는 독립을 한번 더 힘차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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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습관은 없다 - 습관을 고치려 할 때마다 내가 실패하는 진짜 이유
정재홍 지음 / 판미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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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경우 평소 좋은 습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나쁜 습관이라고 여기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그 습관을 개선하고자 노력한다. 왜? 나쁜 습관 때문에 포기하게 되는 일도, 실패하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저녁에는 눈을 비비면서 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고, 아침에는 지난 밤에 잠든 시간과 무관하게 잠 제때 일어나지 못하는 나쁜 습관이 있다.

늦잠 때문에 중요한 일을 제때하지 못하거나 약속시간에 늦는 실수를 하면서도 지금까지 못고치는 습관으로 남아있다.

두둥! 나쁜 습관이 내 탓이 아니란다!

나의 습관이 내탓이 아니면 누구 탓이란 말인가?

'나쁜 습관이 당신 탓이 아니다'라는 도입부의 명제가 아주 흥미롭다.

"습관이란 뇌가 더 이상 본연의 창조 기능을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뇌의 정지상태다." (p.17)

습관을 고치려면 우선 습관을 새로운 방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행동에 대한 제재를 위해 악마의 속삭임처럼 내면대화가 이루어 지고 반복되는 내면 대화를 통해 행동이 교정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습관이다.

행동의 과정을 이해하면 습관의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고, 습관의 개선을 위해서는 불편해하는 뇌를 속여서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격도 습관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보통 성격은 천성이라 고치기 어렵다고 하는데 말이다. 나의 까칠한 성격이 익숙한 감정상태로 돌아가서 나타는 것이라니... 내가 반복적인 습관 때문에 까칠한 감정으로 회귀하고 있었다니, 이번 기획에 나의 나쁜 성격을 고치는 방법도 알아 봐야겠다.

이런! 나쁜 습관 없애기는 잘못된 목표란다. 뇌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줄여서 나쁜 습관을 없애는게 아니라 새로운 습관으로 다독다독 덮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없애는 것보다 쉽게 습관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다.

"포기, 원치 않는 생각과 감정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면, 이런 생각과 감정도 나를 통제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p.73)

스트레스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불편한 감정을 없애기 위해 습관대로 움직이면 안된다고 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인 생각을 확인하고 원인을 찾아 조치하여 스트레스에 맞서야 한다. 안그래도 짜증이 잔뜩 나 있는 상황에서 천천히 원인을 찾고 마주하는 과정이 쉽지않겠지만 불편함과 스트레스에 맞서 내 감정을 개선시키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뇌의 감정 상태를 긍정적인 상태로 만들어 유지시키는 것으로 행복한 뇌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책에서 알려주고 있는 긍정적인 뇌를 만드는 방법이다.

하루에 6번, 10초이상 행복했던 감정을 떠올리고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뇌가 긍정적으로 변한다니 도전해볼 만 하다.

"첫째는 충분히 느끼는 것이다. 둘째는 최소한 10초이상 오직 그 느낌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다. 셋째는 아침저녁으로 최소한 하루 6번이상 시행하는 것이다" (p.129)

이어서 제시하는 감정의 저장고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지난시간 겪었던 감정을 차곡차곡 저장고에 쌓아두고 비슷한 상황을 맞을 때마다 떠올리게 된다고 한다. 좋았던 감정보다는 부정적 감정이 켜켜이 쌓이는건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한 일은 잠깐, 슬프고 우울한 일은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되돌아보게 되니까 말이다.

감정저장고에 담겨 있던 불편한 감정, 생각을 믿지 말고 새로운 감정과 생각이 나의 뇌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쁜습관, 불편한 감정은 뇌가 나를 속이고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니, 포기하지 말고 뇌의 속임수를 무시하고 새로운 생각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새로운 습관이 되기 전에 그만두는 것이야말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뇌의 속임수다. 새로운 습관에 익숙해지면, 뇌는 이제 새로운 수준에 맞춰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까지 실패는 누구나 경험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란 걸 명심하자." (p.140)

아이와의 관계에서 부정적 내면대화가 미치는 나쁜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의 숨겨진 소망(비록 아이가 잘 되길 바라면서 하는 이야기 일지라도) 때문에 반복적으로 부정적 내면대화를 심어주고 있다고 한다.

'엄마가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지!' 이런 말들이 아이에게 계속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심어주고, 어른이 되어서도 감정이 남게한다니 안타깝다.

부정적 감정을 넘어 진정으로 원하는 소망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야 나쁜습관을 넘어설 수 있다는데, 나의 나쁜 습관뒤에 숨겨진 나의 진정한 소망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 여러번 멈추면서 읽었다.

가볍게 읽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글이었다. 단순하게 습관을 고쳐보고자 읽기 시작했는데, 뇌의 감정상태로 습관을 제어하는 방식이 어렵기도 할 뿐더러 생각해 보지 않았던 방법이라 잘 읽히지 않았던것 같다.

전체적인 글의 내용은 습관의 개선보다는 감정상태의 정화방법을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조언하는 글이었다. 감정의 개선으로 나쁜 습관, 나쁜 생각, 나쁜 감정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어서 어렵지만 의미있는 책읽기였다.

종종 내게서 엄마가 보이던게 이유가 있었던 거라니 뇌라는 녀석 참 집요한 녀석이었다.

울 엄마의 감정저장고를 그대로 물려받아 습관적인 나쁜 행동이 남아 있을텐데, 나의 감정저장고가 또 내아이에게 갈 수 있다는건 좀 많이 꺼림직한 이야기 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의 감정찌꺼기가 내 아이에게 가지 않도록 앞으로라도 조금씩 뇌라는 녀석을 리셋해 보기로 한다.

"뇌의 거짓말에 휩쓸리기 보다는 호흡을 하면서 다른 것에 주의를 돌리고 집중하면서 그 갈망을 놓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흔히 10분만 참고 미뤄 보라는 조언은 분명히 과학적인 조언이다." (p.223)

"새로운 행동은.그게 새로운 습관이 될 때까지 하셔야 해요."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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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냥반 이토리 - 개정판
마르스 지음 / 라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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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귀여운 일러스트가 많은 책을 좋아한다.

읽기 편한데다가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시간도 잘가고 심리적 안정감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를 뒤로하고 제일 좋은 이유는 그림책을 읽으면 읽을 때마다 매번 다른 느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행운으로 내손에 안착한 이토리를 냥이 그림책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도회적이고 세련된 느낌의 일러스트북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토리가 너무 사랑스럽고 정겹다. 그래서, 살짝 유아스럽지만 냥이 그림책으로 정한다. 맘에 들어~

귀한냥반 이토리는 그림책을 애정하는 나의 성향에 딱 들어 맞는 책이다.

솔직히 글밥이 많은 책은 시간을 오래 들여서 한번 읽고나면 어지간 해서는 다시 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림책은 머리가 복잡하거나 멍때리고 싶을 때마다 종종 다시 손에 들려 있곤 한다.

흐믓한 미소를 장착하고 맘에 드는 그림을 보면서 말이다.

 

표지 그림부터 토리가 얼마나 마르스 집사를 쥐락펴락 하는지 알것 같다. 울집 강쥐도 가족들을 얼마나 쥐락펴락하는지 모른다. 사람마다 서열을 정하고 집에 들어올때 반가워 하는 정도, 길에서 맞주치면 아는척을 할지 말지를 기가 막히게 적용한다. 심지어 길에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예를 들어 아빠)과 만나면 모르는 척하고 쌩하니 지나치곤 한다. 나쁜 멍뭉이 같으니라고!

이토리는 귀여운 그림과 함께 집사와 토리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책이다. 만만하고 하찮은 집사 마르스의 인스타에서는 토리와 모리의 실사판을 볼 수도 있다.

[몽실북클럽] https://instagram.com/mongsilbookclub

[마르스집사] https://instagram.com/marsroom   헉! 토리가 생각보다 거대냥이었다

마르스 집사는 토리를 유명한 명화와 영화포스터 심지어 부적으로도 패러디하고 있다.

토리가 주인공인 부적을 출력해서 가지고 다니면 토리냥의 신묘한 힘이 나에게 올지도 모르겠다. 왠지 토리신을 믿고싶어지는 밤이다.

유명한 명화들을 패러디해서 토리냥을 주인공으로 그린 그림은 미소가 아니라 귀엽고 웃긴 모습 때문에 킥킥 웃으면서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서양화를 패러디한 것 보다 정겨운 김홍도의 그림을 패러디한게 토리에게 더 잘 어울리는것 같다.

한편으로는 일상그림일기답게 토리가 곳곳에서 사고를 치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토리냥님께서 집사를 길들이기 위해 어마무시한 사고를 - 우리집 냥이가 아니라서 귀여운거지 우리집 냥이였으면 속이 터졌을 사고 - 종종 저지르고 계셨다.

토리의 만행은 우리집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 강쥐의 만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푸하하~ (나 웃고 있니?)

 

만행을 저지르는 토리지만 집사와 토리, 모리가 서로 의지하면서 알콩달콩 생활하는 모습이 보는 내내 흐믓한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였다.

늦은밤 퇴근 후 도착한 토리를 내일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늦은시간까지 거대냥 토리의 만행을 감상했다. 냥냥이의 귀여운 모습이 아른거려 잠들기까지 오래 걸릴것 같다.

귀한냥반 이토리와 함께한 한밤중의 즐거운 독서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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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니까, 디저트가 나오려면 기다려야 해 - 하루하루 살아가는 서른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심국보 지음, 김단비 그림 / 북스고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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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언제 쯤이었지... 나의 서른은 어땠었나...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흐리다.

서른이 되던해 신년 모임에서 친구들과 계란 한판이라며 웃고, 연말즈음엔 이제는 베스킨라빈스 31이라며 같이 키득거렸던 기억만 가물가물하다.

나에게 서른이라는 나이는 빨리 시간이 지났으면 하던 10대를 지나, 용기있게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었던 풋풋했던 20대를 거쳐, 이제는 어른이구나를 생각하게 했던 나이였다.

"서른이니까, 디저트가 나오려면 기다려야 해"를 읽으면서 어른이지만 철없었던 나의 서른살을 회상하고, 지금의 서른살 청춘들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

이제막 서른살을 맞은 청춘 열명의 고민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서른살 청춘들의 이야기를 읽고 이제 이십대가 된 우리 아이의 후회없는 서른 맞이를 도와주고 싶다.

"서른이니까, 디저트가 나오려면 기다려야 해"는 1989년생 열명의 이야기를 서른, 직업, 사랑, 여행, 미래라는 다섯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한 인터뷰내용을 대화 형식으로 작성한 글이다.

글쓴이가 의도한 대로 인터뷰 내용을 크게 정제하지 않고 살린 글이다. 그래서 인지 인터뷰이들의 상황이 훨씬 더 공감된다.

예전 386세대로 불렸던 80년대 학번의 60년대 생들은 직장도 집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경제부흥의 혜택 누린 세대다.

그리고 속칭 X, Y세대가 나오기 시작한 70년대생들은 대다수 대학에 진학하기 시작했고 그들 역시 첫 직장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던 세대다. 다만 IMF를 온몸으로 맞으며 내집과는 거리가 멀어진 첫세대 이기도 하다.

이후 88만원세대로 대변되는 80년대 생들의 끝자락에 있는 89년생들이 이책에서 다루고 있는 서른살, 청년과 어른의 경계에 있는 그들이다.

열사람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안타깝기도 하면서 안좋은 상황에서도 꾿꾿하게 견뎌내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그들이 대견하기도 했다.

어떻게든 직장에서 버티려던 우리세대와는 달리, (많은 고민과 계획 끝에) 용감하게 이직을 결정하고 퇴사일기와 퇴사여행을 실행하는 그들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 내가 해보지 못했던 일을 실행에 옮기는 결단력이 부럽기도 하다.

"하루는 집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데 햇빛이 너무 좋은 거야. 그게 너무 행복했어. 왜냐면 지금까지는 낮에 빨래를 널어본 기억이 없으니까, 매일 출근하느라 햇빛의 소중함이나 그것이 주는 행복도 잊고 살았는데, 퇴사하면서 작은 것의 소중함, 그리고 많은 월급보다 더 중요한 가치에 대해서 알게 됐던 거 같아." (p.23)

서른을 맞은 그들은 불안이 일상이 되어 있고, 스스로의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을 기피하는 방법이 아니라 작고 소소한 행복을 찾고,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출발선부터 다르다는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니까.

훨씬 앞선 출발선을 줄 수 없는 엄마라 왠지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우리 아이도 이 책에서 소개된 열명의 인터뷰이처럼 맞닥트린 벽을 뛰어넘을 수 있게 단단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그런 성공신화 같은 게 많이 있었잖아. 지금은 뭔가 막혀 있는 느낌이야. 뭘 시도하더라도 일단 출발점이 다르니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느낌이 들어." (p.100)

"돈 보다는 내 행복이 더 중요하거든.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언젠간 돈이 따라오지 않을까? 그럴 거라고 믿어." (p.104)

부모님 그늘 아래서 걱정없이 해보고 싶은 일은 다해보고 - 재수와 어학연수, 휴학은 필수로 여기고, 아무때나 훌쩍 해외로 가는 뱅기에 오르는 - 철없음을 장착하고 있을 것 같았던 그들의 의외의 고민들이 오롯이 담겨 있는 글이다.

지금 서른 언저리에 있는 이들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라고 말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그들의 부모는 각종 부조리와 통제에 놓여 있었을 지언정 안정된 직업과 부동산 열기로 인해 손쉽게 집을 마련하고 부를 축적했다. 반면 이들은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스스로 집(아파트)을 마련하는건 평생동안 돈을 모아도 이룰수 없는 꿈과 같은 일이다.

"우리 세대가 역대 가장 똑똑한 세대라고. 다 영어 할 줄 알지, 대학 나왔지. 인터넷이나 여행 같은 걸 통해서 경험한 것도 많고, 해본것도 많아. 그런데 막상 독립해서 스스로 먹고 살려니까 이 세상이 너무 힘든거야" (p.132)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어른의 경계가 되는 나이, 서른을 맞게 되는 그들의 불안감이 글의 곳곳에 묻어 있다.

이 책 한권으로 그들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그들을 이해한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었다.

이미 어른이 되고, 어쩌면 슬프지만 중년을 넘어 노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즈음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서른살을 맞은 그들의 불안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도록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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