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니까, 디저트가 나오려면 기다려야 해 - 하루하루 살아가는 서른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심국보 지음, 김단비 그림 / 북스고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른이 언제 쯤이었지... 나의 서른은 어땠었나...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흐리다.

서른이 되던해 신년 모임에서 친구들과 계란 한판이라며 웃고, 연말즈음엔 이제는 베스킨라빈스 31이라며 같이 키득거렸던 기억만 가물가물하다.

나에게 서른이라는 나이는 빨리 시간이 지났으면 하던 10대를 지나, 용기있게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었던 풋풋했던 20대를 거쳐, 이제는 어른이구나를 생각하게 했던 나이였다.

"서른이니까, 디저트가 나오려면 기다려야 해"를 읽으면서 어른이지만 철없었던 나의 서른살을 회상하고, 지금의 서른살 청춘들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

이제막 서른살을 맞은 청춘 열명의 고민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서른살 청춘들의 이야기를 읽고 이제 이십대가 된 우리 아이의 후회없는 서른 맞이를 도와주고 싶다.

"서른이니까, 디저트가 나오려면 기다려야 해"는 1989년생 열명의 이야기를 서른, 직업, 사랑, 여행, 미래라는 다섯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한 인터뷰내용을 대화 형식으로 작성한 글이다.

글쓴이가 의도한 대로 인터뷰 내용을 크게 정제하지 않고 살린 글이다. 그래서 인지 인터뷰이들의 상황이 훨씬 더 공감된다.

예전 386세대로 불렸던 80년대 학번의 60년대 생들은 직장도 집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경제부흥의 혜택 누린 세대다.

그리고 속칭 X, Y세대가 나오기 시작한 70년대생들은 대다수 대학에 진학하기 시작했고 그들 역시 첫 직장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던 세대다. 다만 IMF를 온몸으로 맞으며 내집과는 거리가 멀어진 첫세대 이기도 하다.

이후 88만원세대로 대변되는 80년대 생들의 끝자락에 있는 89년생들이 이책에서 다루고 있는 서른살, 청년과 어른의 경계에 있는 그들이다.

열사람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안타깝기도 하면서 안좋은 상황에서도 꾿꾿하게 견뎌내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그들이 대견하기도 했다.

어떻게든 직장에서 버티려던 우리세대와는 달리, (많은 고민과 계획 끝에) 용감하게 이직을 결정하고 퇴사일기와 퇴사여행을 실행하는 그들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 내가 해보지 못했던 일을 실행에 옮기는 결단력이 부럽기도 하다.

"하루는 집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데 햇빛이 너무 좋은 거야. 그게 너무 행복했어. 왜냐면 지금까지는 낮에 빨래를 널어본 기억이 없으니까, 매일 출근하느라 햇빛의 소중함이나 그것이 주는 행복도 잊고 살았는데, 퇴사하면서 작은 것의 소중함, 그리고 많은 월급보다 더 중요한 가치에 대해서 알게 됐던 거 같아." (p.23)

서른을 맞은 그들은 불안이 일상이 되어 있고, 스스로의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을 기피하는 방법이 아니라 작고 소소한 행복을 찾고,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출발선부터 다르다는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니까.

훨씬 앞선 출발선을 줄 수 없는 엄마라 왠지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우리 아이도 이 책에서 소개된 열명의 인터뷰이처럼 맞닥트린 벽을 뛰어넘을 수 있게 단단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그런 성공신화 같은 게 많이 있었잖아. 지금은 뭔가 막혀 있는 느낌이야. 뭘 시도하더라도 일단 출발점이 다르니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느낌이 들어." (p.100)

"돈 보다는 내 행복이 더 중요하거든.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언젠간 돈이 따라오지 않을까? 그럴 거라고 믿어." (p.104)

부모님 그늘 아래서 걱정없이 해보고 싶은 일은 다해보고 - 재수와 어학연수, 휴학은 필수로 여기고, 아무때나 훌쩍 해외로 가는 뱅기에 오르는 - 철없음을 장착하고 있을 것 같았던 그들의 의외의 고민들이 오롯이 담겨 있는 글이다.

지금 서른 언저리에 있는 이들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라고 말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그들의 부모는 각종 부조리와 통제에 놓여 있었을 지언정 안정된 직업과 부동산 열기로 인해 손쉽게 집을 마련하고 부를 축적했다. 반면 이들은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스스로 집(아파트)을 마련하는건 평생동안 돈을 모아도 이룰수 없는 꿈과 같은 일이다.

"우리 세대가 역대 가장 똑똑한 세대라고. 다 영어 할 줄 알지, 대학 나왔지. 인터넷이나 여행 같은 걸 통해서 경험한 것도 많고, 해본것도 많아. 그런데 막상 독립해서 스스로 먹고 살려니까 이 세상이 너무 힘든거야" (p.132)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어른의 경계가 되는 나이, 서른을 맞게 되는 그들의 불안감이 글의 곳곳에 묻어 있다.

이 책 한권으로 그들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그들을 이해한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었다.

이미 어른이 되고, 어쩌면 슬프지만 중년을 넘어 노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즈음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서른살을 맞은 그들의 불안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도록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