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을 때는 모른다. 향기의 주인이 곁을 떠날 즈음그 사람만의 향기, 인향人香이 밀려온다. 사람 향기는 그리움과 같아서 만 리를 가고도 남는다. 그래서 인향만리 人香萬里라 한다.
당당하게 교무실을 나서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사람 보는 ‘눈‘이란 건 상대의 단점을 들추는 능력이 아니라 장점을 발견하는 능력이라는 것과, 가능성이란 단어가 종종 믿음의 동의어로 쓰인다는 것을.
‘도대체 어른이 뭐지?‘순수함을 포기하는 건가, 낙관과 비관을 되풀이하면서현실에 무뎌지는 것인가, 아니면 삶의 다양한 가치를 획득해나가는 걸까, 꿈과 현실의 괴리를 인정하거나 반대로 메워나가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세상을 다 알아버리는 것?
우린 새로운 걸 손에 넣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살아간다.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무작정 부여잡 기 위해 애쓸 때보다, 한때 곁에 머문 것‘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그것을 되찾을 때 우린 더 큰 보람을 느끼고 더 오랜 기간 삶의 풍요를 만끽한다. 인생의 목적을 다시금 확인한다.
집에 돌아와 조류 관련 서적을 뒤적였다. 일부 조류는비바람이 부는 날을 일부러 골라 둥지를 짓는다고 했다. 바보 같아서가 아니다. 악천후에도 견딜 수 있는 튼실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 내가 목격한 새도 그러한 연유로 흐린 하늘을 가르며 날갯짓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나뭇가지와 돌멩이뿐만 아니라비와 바람을 둥지의 재료로 삼아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