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교양 - 지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생각의 기술
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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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문학과 고전 공부를 하는가? 굳이 한마디로 대답하자면, ‘생각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나만의 생각과 행위를 이끌어내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생산해내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다.
왜 어른답게 살지 못하는가? 몇 가지 간섭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자기가 어른이랍시고 어쭙잖은 조언과 지시를 하는꼰대들이 있다. 그들은 당신의 삶에 개입한다는 사실만으로 쾌감을 느끼거나, 누군가를 돕는다는 이미지만 가져가려는 이율배반적 인간들이다. 결국 당신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르도록하려는 의도를 품고 끊임없이 위로, 관심, 상담 같은 말로 현혹한다. 이들의 말과 글에 넘어가면 진정한 자기다움이 사라진다.
- P6

우리가 어른이 되지 못하게 하는 또 다른 덫은 의외로 발달한미디어와 플랫폼의 기술에 있다. 데이터와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매일 맞춤화된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그 길대로 정보를 소비하고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새꽤나 편파적이고 극단적인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 제정신을 차리고 제 길로 돌아와야 한다. 당신의 생각에 만들어진고속도로를 통해, 주입된 아이디어들이 계속 유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저마다 자기 힘으로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나름대로 지적 무기와 갑옷을 탑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날 것이다.
완주할 때쯤에는 우리 모두에게 ‘어른의 교양‘이 자양분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물론 그것으로 완전히 숙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때부터 더 많은 거장들과, 다양한 방식으로만나야 한다. 때로는 ‘빅 매치 팔씨름‘을 하고, 때로는 그와 막걸리 한 잔,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지적 세계를 풍요롭게 할수 있을 것이다.
- P7

소크라테스는 이런 답답한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인정하지 않았다. 젠체하는 지식인들, 이미 많은 것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끊임없이 의심을 제기했다. 아테네 시민들이 제정신을 차리고 저마다 남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살기를 바랐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나왔다. 너의 판단은 과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한 것인가? 아니면 오랜 세월 동안 주입된 가치와 경험을 재탕, 삼탕하는 것인가?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집단 기억에 의존해 마구 떠들고, 일이 벌어진 후의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나 남다른사고를 할 줄 아는 지성인은 생산적 의심을 할 줄 안다. 진실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책임의식 때문이다.
- P15

오래된 경험을 참된 답이라고 여기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할줄 아는 사람들이 이끄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질문할 줄 아는사람을 불온하다고 탄압하는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집단이 만들어낸 ‘대사‘와 ‘멘트‘에 불과한 것을 답으로 여기는 사람은 주체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인형일 뿐이다.
경험 운운하며 나를 따르라고 신명 나게 떠드는 꼰대들에게반대로 되물어보자. ‘너 자신을 아느냐고, 만일 그가 스스로의주장을 한 번쯤 돌이킬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나마도 괜찮은 상대일 것이다. 하지만 의미 있는 의심을 ‘발칙하다‘며 걷어차는사람이라면 과감하게 그를 손절해야만 한다. 머지않아 그가 당신에게 해를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당신도 누군가에게 꼰대가 될 수 있다.
- P18

하지만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인간은 나락으로 떨어지더라도 균형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믿었다. 아무리 당황스럽고화가 나더라도 또 살아서 견뎌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내 삶에밀어닥칠 수 있는 고통과 시련, 최악의 순간을 미리 생각하며그 순간을 겁내지 않기로 다짐하는 과정을 ‘프라이메디타티오praemeditatio‘, 즉 ‘예측 명상‘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프리메디테이션 premeditation‘이라 부른다.
- P30

끊임없는 상승욕은 온전한 자신의 욕망이 아니다. 타인과 나의 비교를 통해 만들어진 상대적 욕망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남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존재이지만, 타인과의 비교와 연결, 경쟁에 함몰되면 매우 추악하고 볼품없어지는 존재이기도 하다. 누구든지 그 상태에 놓일 수 있고, 그 과정을 열심히 사는 것‘으로 착각해버릴 수도 있다.
상승욕을 성취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인간 말종 Der letzte Mensch‘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끊임없이 반복해서 물어야 한다. 나는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가치를 정립하려는 의지와 힘이 있는가? 일체의 가식이나 허위를 거부하고 나의 근본 욕구만 바라볼 자신이 있는가?  - P37

우리의 삶이 고달픈 이유는 타자의 욕망을 모방하고 소비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단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삶의 모습을 그럴 듯하게 실현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다. 삶의 기준은남에게 두고 그런대로 잘살고 있다고 자위하려니 인지 부조화가 생기고 마음이 괴롭다. 석가모니가 가장 안타깝게 여겼던 모습들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자신을 지배하는 생각들을 하나하나뜯어보고 진짜 내 것이 아닌 것들은 몰아낼 수 있어야 한다. 참된 행복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실현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 P54

우리는 창의성이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으로 착각하거나, 적절한 계획과 전략을 통해 유도할 수 있는 것처럼 오판한다. "그만큼 돈을 썼는데, 왜 혁신적인 솔루션 하나 개발해내지 못하나?"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다.
소위 S급 인재에 필적할 만한 천재들을 조직과 커뮤니티에배치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충분한 실험을 거쳐 무수한 시나리오를 조합해볼 수 있도록 시간과 여유를 주어야 한다. 창의적인 시행착오가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되고, 작은 아이디어가 수차례 조합되고 나면 그 안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소위 대박이 터진다. 돈은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당신 주변에 천재가 있고, 당신이 그의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고싶다면 그가 온전히 정신을 쏟을 수 있도록 시간과 여유를 줘야할 것이다.
- P63

그러므로 타인에게 ‘옳음을 강요하기보다, 그의 옳음과 내 옳음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 합의되지 않은 진실은얼마든지 가짜 뉴스나 거짓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고, 로베스피에르처럼 죽지는 않아도 ‘사회적 단두대에 서게끔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첫 공화 독재자는 자신이 세운 계획에서 어긋나는 사람들의 감정을 무시했다. 처음에는 그들을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했고, 나중에는 가만히 있어도 미워하는 감정을 갖게 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내 ‘편견‘과 ‘취향‘을 받아주는 소수의 지지자들에게만 취해 다수의 의견과 감정을 무시하는 인물은 언제든 미끄러지게 되어 있다. 민심은 이율배반적이며 야수와도 같은 것이다. 흐름이 바뀌면 내 옳음을 지지하던 사람들이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감정선을 논리와사실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염려해야 한다. 혹시나 그들이 소중하게느끼는 가치를 하찮다고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나름대로 옳게돕는답시고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들지는 않았는지, 썩 괜찮아보이는 조언이 누군가의 실생활을 영 딴판으로 실패하게 할 위험은 없는지.

꼰대의 가장 큰 죄악은 무능이다

마크롱은 프랑스의 ‘꼰대스러운 것들을 과감하게 청소하고있는 정치가다. 효율성과 합리성이 아니라 관행과 타성으로 무장된 특권과 지대를 부수고 있다. 지금껏 유럽 어느 나라에서도겪어본 적이 없는 급격한 개혁으로 매일매일 세상을 놀라게 할뉴스를 만들어내고도 있다.
꼰대들의 가장 큰 특징은 변화에 대한 비논리적 저항이다.
‘사람 사는 사회가 다 그렇지 않느냐며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를 거부하는 사람, 사안의 본질을 보지 않고 상대의 출신이나과거를 따지는 사람 모두 꼰대다.
- P180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영토‘를 만드는 일, 이것은 갑작스런 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멈추고 억제되는 경험을 한현재의 인류에게 무엇보다 큰 숙제로 남겨진 일이다. 이것이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법(철학)‘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법(예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법(역사) 사람의 마음을얻는 법 (정치)‘ ‘인간의 심리로 부의 흐름을 읽는 법 (경제)‘을 내달아 쓰게 된 계기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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