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 - 어떻게 생각의 힘을 키울 것인가
박형주 지음 / 북하우스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연결된 세상에 대한, 그리고 비와 바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연결된 세상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것인가에 대한, 교육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 중간중간에 ‘수학 포커스‘라고 표시된 부분이 몇 번 등장한다. 수학에 부담을 느끼는 이는 편하게 넘어가도 다른 부분을읽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혹시 인내를 가지고 읽는다면 다른 부분과의 연결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모르는 것을 보려니 고통스럽다‘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니 즐겁다‘ 라는 당신에게, 즐거움과 존경을 담아 고스란히 이책을 바친다.
- P7

영화 <레옹>에서 살인청부업자의 견습생이 되려는 소녀 마틸다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성장하기를 멈췄어요. 그저 나이만 먹어갈 뿐이죠finished growing up. I just get older."
이런 느낌은 대개 일상의 반복에 짓눌릴 때 곧잘 찾아온다.열 번쯤 풀어본 수학 문제를 반복해서 또 풀어야 하고 게다가이런 일이 끝도 없이 반복해서 일어나면, 아이는 마틸다의 대사를 읊조릴 수밖에 없다. 이같은 학창 시절의 잔혹사는 아이에게서 성장의 자각을 앗아간다. 천재성 있는 아이에게는 정해진교과과정에 연연하기보다 새로운 배움과 발견의 즐거움을 주는것이 좋지만, 대부분의 아이에게 선행 학습은 결국 반복 학습으로 이어져서 독이 된다.  - P13

이럴 때 떠오르는 온고지신이라는 말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여전히 유효한 비책 중 하나이다. 옛것을 지킨다는 온고는알겠는데, 새것을 아는 지신은 쉽지 않다. 눈을 바짝 뜨고 시대의 변화를 관찰해야 하지만, 이걸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뿐이다. 군자선가어물君子菩授於物, 『순자荀子』에 나오는 말이다.
군자는 물건을 잘 다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샛말로 하면 군자는 gcck에 가깝다는 말이려나, 무릇 군자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에 게으르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니, 얼리 어답터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새로운 것을 써보고 그 신기함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 속에서 세상 변화의 실마리를 보며 혁신을 소비하고 지원한다. 익숙함에 안주하기를 거부하는 얼리어답터들을 응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P73

통찰은 지식을 수평적으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계층적으로분류하는 능력이다. 방대한 지식을 습득해서 수평적으로 나열해 머릿속에 보관하면, 지식 사이의 상호연계나 맥락이 보이지않는다. 주요 키워드인 총론과 그에 속하는 각론을 여러 단계로계층적으로 분류할 수 있으면, 자기 앞에 닥친 문제의 맥락을이해하고 그 상위 가치와 하위 지식의 연계가 보인다. 또 필요한 지식을 파악해 학습할 수 있다.
그러니까 얼마나 많이 아는가가 아니라, 닥친 문제의 본질을읽어내고 필요한 지식을 그때그때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혁신가의 자질이 됐다. 흔히 말하는 창의적 사고나 논리적사고는 이런 통찰력의 주요 요소가 된다. - P97

시장이 요구하는 인재는 이런 문제 해결력을 갖춘 사람이지만, 실제로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은 스펙 갖추기에 올인한다.
하지만 스펙은 문제 해결력의 측정 도구로서만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관련성의 정도는 점점 미미해지고 있다. 교육의 변화가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런 미스매치는 더 심화되지 않을까.
- P113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 엉뚱하게도 케냐가 떠올랐다. 두 나라는 학교에서 가르칠 지식의 내용에 대해서는 꽤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배우고 싶게 하는 데 공을 들인다는 점은 비슷해 보였으니까. 교과 내용의 과다로 아이들이 학습을 포기하는 거라는 대증 처방은 정말 근시안적이다. 공부를왜 하는지 모르겠고, 해도 딱히 얻는 게 없으니 재미없는 건데,
마사이 학교는 물을 사용하고 핀란드 학교는 융합 교과를 사용하며 프랑스는 철학 교과를 사용할 뿐, 그 목표는 같은 것이었다. 배움이 자기 삶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아이에게 주는것, 이것으로 교육의 반은 이루어진 것 아닌가?
- P179

자동차가 더 잘 달린다고 해도 인간의 달리기가 퇴색하는 건아니다. 인공지능이 동시통역을 잘하겠지만, 외국어 구사 능력은 아이가 접할 수 있는 세계를 확장시켜준다. 추상적 사유를요하는 고등수학조차 인공지능이 잘하게 된다 해도, 기초 자료를 모으고 합리적 추론의 과정을 거쳐 결론에 다다르는 능력은인간의 창의적 활동을 위해 여전히 중요하다.
- P223

적은 수의 수학 문제를 긴 시간 동안 궁리하며 풀게 해주자.
아이는 그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을 얻어나가고 생각은 깊어진다. 아이가 미래 일자리에서 부닥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과도 닮았다. 지식전수형 교육은 그 수명을 다했고,
지금이 교육과정에서 생각의 재료와 생각의 훈련을 늘려야 할적기다. 깊이 있는 수리논리학으로 언어학의 패러다임을 바꾼노엄 촘스키나, 수학과 통계학을 체계적으로 도입해서 근대적의미의 공중보건을 정립한 나이팅게일을 보라. 빅데이터의 활용이 일상화되고 새롭게 출현하는 직업들이 이런 소양을 요구하면서, 전통적으로 문과 학생들이 진출하던 홍보와 마케팅, 선거 전략과 공공 정책 등의 분야에서도 데이터와 수의 이해가 주요 자질로 부상하는 시대가 되었다. 데이터를 다루자니 통계와최적화 이론 등이 중요하고, 미적분은 그 토대가 된다.
- P223

세계경제포럼 보고서는, 지금 초등학생의 반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지게 될 거라고 말한다. 그러니 직장에서 자신의 부서나 담당 업무가 내일 없어진다고 해도 새로운 영역에서 전문성을 터득해내는 능력, 이런 학습 능력을 길러내는 것이 미래 교육의 핵심이다. 학교를 마치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가져야 할 것은 각종 전문 지식으로 무장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지식을 학습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학교는 많이 배운 사람을 배출하는 곳이 아니라 잘 배 - P231

지식 창출의 속도가 가속화되어 기존 지식은 금방 낡은 지식이 되어버리고 일자리의 탄생 소멸이 빈번한 세상이 되었다. 필요할 때 배울 수 있는 능력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배움의 즐거움‘은 옛 성현의 경구만이 아니다. 공자가 말씀하신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아‘ 즉 ‘배우고 때로 익히면즐겁지 아니한가‘는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가치다.
- P2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