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의 일과 영성 - 인간의 일과 하나님의 역사 사이의 줄 잇기
팀 켈러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탁월한 지적이다. 벨라의 말대로라면, 인간의 일이란 단순한 밥벌이가 아니라 소명이라는 관념을 회복하는 것이 해체된 사회를 살리는 소망의 끈이 될 수 있다. ‘직업‘을 말하는 영어 보통명사 vocation‘의 어원은라틴어 단어 ‘보카레‘ (vocare)다. 요즘은 일이라면 먹고살기 위한 노동을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본래의 의미는 달랐다. 누군가가 하라고시키고 이편에선 자신이 아니라 불러 준 이를 위해 그 요구에 따를 때에일은 소명이 될 수 있다. 개인적인 이해를 초월해서 어떤 존재를 섬기는사명으로 일의 본질을 재설정하지 않으면 부르심이란 의식이 자리 잡을수 없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전반적으로 자기완성의 도구이자 자아실현의 수단이라는 노동관은 벨라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지적하듯, 개인을 파괴하고 더 나아가 사회 자체를 붕괴시킨다.
- P21

무슨 일을 하든지 ‘진짜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도시, 빛나고 아름다운 세계, 흥미진진한 이야기, 질서, 치유, 그밖에 무엇을 추구하는 ‘진짜‘는 따로 있다. 하나님이 계시고주님이 고쳐 주실 미래의 새 세상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그걸 부분적으로나마 다른 이들에게 보여 주는 작업이다. 기껏해야 눈곱만 한 성공을 거두었다 하더라도 그 나라를 실현해 가는 일이다. 지금 저마다 추구하는 온전한 나무(아름다움, 조화, 정의, 위안, 기쁨, 공동체 같은)는 장차 반드시열매를 맺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마음에 새긴다면 평생 나뭇잎한두 장 그리는 데 그친다 하더라도 낙심하지 않으며, 만족스럽고 기쁘게 일할 것이다. 성공에 도취되어 으스대거나 이런저런 차질에 흔들릴 까닭도 없다.
- P36

어째서 그런지는 나중에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일은 자신을 위해살기보다 남들에게 유익한 존재가 되는 길 가운데 하나라는 점만큼은 분명히 짚어 두고 싶다. 아울러 일을 통해 저마다 가진 특별한 능력과 은사를 파악하게 되고 그게 정체성 확립에 핵심 요소라는 점을 감안할 때,
노동은 자아 발견의 주요한 통로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도로시 세이어즈(Dorothy Sayers)는 이렇게 썼다. "일을 보는 기독교적인 관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일하기 위해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일하는 이의 능력을 최대로 표현하는 게 곧 …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는 수단이며 반드시 그리되어야 한다. " - P47

간단히 정리하자면, 일은 의미 있는 인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핵심요소다.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며 삶에 목적을 주는 주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주님의 뜻을 좇는 고유한 역할에서 벗어나선안 된다. 하지만 신체적으로 기운을 되찾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세상과일상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일손을 놓고 쉬어야한다.
- P52

주말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주민이 보일 때마다 얼른 길가로 달려가서 짐 내리는 걸 돕는 까닭을 물으면 "그게 내 일이니까요"라든지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서요."란 답이 돌아온다. 아파트 아이들의 이름을 죄다 기억하는 이유를 물으면 "여기 사는 친구들이니까요"라고 대꾸한다.
누군가 "구석구석 분주하게 뛰어다니면서 그토록 열심히 일하는 까닭이뭡니까?"라고 질문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요, 그냥 아침마다 거울에 비친 나를 떳떳하게 마주보고 싶어서요. 날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스스로 못 견딜 것 같아요." 마이크는 평생 자신이 하는 일에 감사하는마음을 품고 출근한다. 아울러 이 나라에 살며 거기서 일할 기회를 갖게된 걸 늘 기쁘게 생각한다.
- P62

크리스천이라면 세상에서 자신이 하는 일의 목적에 대해 이처럼 혁신적인 통찰을 가져야 한다. 하나님이 불러서 과업을 맡기셨다는 사실자체가 힘을 주므로 자아를 실현하고 권력을 얻을 속셈으로 직업을 선택하거나 일을 대해서는 안 된다. 도리어 일을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는 도구로 보아야 하며 그 목적에 따라 직장을 선택하고 업무에 임할 필요가있다. 직업을 선택하기에 앞서 던져야 할 질문은 "무얼 해야 돈을 많이 벌고 출세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지금 가진 능력과 기회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뜻과 이웃의 요구를 늘 의식하면서 최대한 다른 이들을섬길 수 있을까?" 이어야 한다.
- P83

장 칼뱅은 "부르심에 순종하도록 주어진 세상의 그 어떤 일도 너무지저분하고 천해서 빛이 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지 않으며 하나님의 눈에는 한없이 소중하게 비쳐질 것"이라고 했다. 이 종교개혁가가 그를통해 부르심에 순종하도록‘이란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하라.
칼뱅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부여된 일을 의식적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이자 선물로 보고 있다. 그런 관념을 갖는다면, 정원을 가꾸는 것처럼아주 흔한 작업이든, 아니면 은행의 국제 거래 업무처럼 지극히 희귀한 일이든 관계없이, 모든 노동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환하게 빛나는 걸 분명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P98

크리스천들은 친히 지으신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에서소망과 깊은 위안을 찾고, 온몸을 던져 일하며 열매를 구할 때마다 가시덤불이 자라나는 이 땅의 현실에 무릎 꿇지 않을 힘을 얻는다. 아울러 이생에서 하는 일이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노동의 실체가 아님을 알기에 또한 온전할 수도 없음을 받아들인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므로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 (롬 3:23)는 처지에 놓이지 않았던가!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맞을 때마다 깊은 속뜻을 헤아리지 못하면서도 그런 소망과 위안을 노래하며 되새긴다.
- P118

누군가를 섬긴다고 생각만 해도 바로 그 순간부터 다른 이들이 이편의 수고에 얼마간이라도 책임이 있다는 의식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공동체에요구할 몫이 있다는 관념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보상을 흥정하고, 갈채에눈길을 주며, 감사를 받지 못하면 불만이 싹튼다. 그러나 일 자체에 이바지한다는 의식을 가지면 다른 무언가를 구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다. 일이 줄 수 있는 대가는 완벽하게 정리된 모습을 볼 때 얻는 만족감뿐이다.
노동은 모든 걸 다 가져가고 아무것도 베풀어 주지 않는다. 따라서 일 자체를 위해 일하는 것이야말로 순전한 사랑에서 비롯된 노동이다.
공동체를 섬기는 참 길은 하나뿐이다. 진심으로 공동체에 공감하며 그 일부가 되어 일 그 자체에 기여해야 한다. … 그게 공동체를 섬기는 일이며 노동자의 비즈니스는 그 작업을 해내는 것이다.  - P136

일터에서 크리스천으로 산다는 건 거짓말을 하지 않거나 눈치를 보며 동료들과 빈둥거리지 않는 선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예수님을소개하고 사무실에서 성경공부를 인도하는 수준도 아니다. 오히려 복음적인 세계관에 담긴 의미, 그리고 일하는 삶 전반과 손길이 미치는 조직전체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을 곰곰이 성찰한다는 뜻에 가깝다.
- P209

크리스천들이 남다른 덕목을 가지고 움직이며, 남다른 시선으로 인류를 바라보며, 남다른 근원에서 흘러나오는 지혜를 좇고, 남다른 대상을 위해 일한다면 일터에서 보이는 행동 양식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짤막한 예를 들어 보자.
크리스천은 인정사정없다는 소릴 들어서는 안 된다. 반듯하고 따뜻하며 이웃에게 헌신적이란 평판을 얻어야 한다. 긍휼히 여기는 마음과 기꺼이 용서하며 화해를 추구하려는 의지가 절절하게 느껴져야 한다. 앙갚음하거나 신앙이 깊은 체하거나 악의를 품는 기색이 없어야 한다.
- P2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