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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이 자리에서 다 읽겠구나.
책을 읽는 동안 딴생각 한번 안 했다는 것이 참 오랜만이었다.
절망의 구.
표지에서 본 절망의 구와 책을 읽고 난 뒤 내 머릿속에 가득 찬 절망의 구는 그 느낌이 비슷했다.
완벽히 검고 둥근 절망의 구.
검지만 그보다 더 검은색의 구.
사람을 흡수하는 그 검은 구는 왜 나타난 것일까?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몇 시간 만에 그 일상이 사라져 버렸다.
멸망.
그 멸망을 이끈 절망의 구를 제일 처음 본건 정수, 그다.
사람을 삼키는 모습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책을 읽은 나로서는 그가 처음에 무슨 조치든 했다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였다.
아무 정보 없이 사람을 삼키는 구라니...
경찰에 신고한다한들 무엇이 달라졌으려고.
하지만 어떤 행동이든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의 마음속에 깊게 남고 만다.
사람을 천천히 따라다니며 닿기만 하면 사람을 삼켜버리는 검정 구.
구가 둘로 분열을 시작하자 혼란은 더욱 커져갔다.
둘이 넷으로, 넷이 여덟으로.
겉잡을 수없이 늘어가는 검은 구 앞에서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사라져 갔다.
그렇게 사람들의 본심은 드러났다.
누군가는 자신이 가진 자원을 혼자 독식하려 했고,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죽이기 시작했다.
가족을 찾아 헤매는 정수는 그 모든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믿음이 강한 사람들도 만났고, 그들에게서 검은 구를 막을 방법도 알게 되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고마움도 느끼며 어울리지만 죽음 앞에서 그 감정은 사치였다.
그러다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이가 죽고 둘만 남은 상황.
검은 구에게 먹히지 않는 방법을 깨닫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마저 그들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조금씩 삶에 대한 간절함이 사라질 때 쯤 일어난 일.
나만 남은 세상.
아니, 다시 원래자리로 돌아가기 몇 분 전이라는 말이 더 맞을까?
온전히 나만 남아 상황을 생각해 보는 그 순간 사람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검은 구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검은 구가 나타나며 그것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던 그의 모습은 흡사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타인을 삼키는 그 모습은 무엇엔가 잠식당하는 우리의 내면을 보는 느낌이었다.
두려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도움을 받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이기에 그들이 어려울 때 도와줄 수는 없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내가 아쉬울 때 기댈 수는 있지만 영원하진 못하다.
맞다.
나만 아니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온전히 나만 남게 되는 순간이 과연 행복한 순간일까?
소설로써의 매력이 가득했는데 어느 순간 소설로만 읽어지지 않았던 이야기.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