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의 빨간 수첩
소피아 룬드베리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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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사람들의 마음은 바빠진다. 고등학교 동창모임, 대학교 동창모임, 회사 송년회, 동호회 송년회 등 내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과의 약속으로 평일 저녁 시간이 가득 차고, 서울 번화가 식당마다 송년회 모임으로 북적북적하다. 우리는 그렇게 항상 사람들과 함께 연결되어 있으려고 하고, 또 내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과 연락하며 그들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들과 SNS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연결되어 있으려고 한다. 그래도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내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때에 사람들과 쉽게 연결되고, 나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도 소통이 가능한 시대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때에 살던 사람들에게 '연결'이란 무엇이고, '소통'이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100살을 눈앞에 둔 할머니의 기억과 기록에 의해 진정한 소통과 연결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1. 진부하지만, 우리를 살아가게 하고,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해 주는 단어...사랑.
도리스 할머니는 스웨덴의 서민 가정에서 안온하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무뚝뚝하고 많이 배운 것도, 경제적 능력도 뛰어 나지 않은 아버지이지만 딸에게 빨간색 가죽 수첩을 선물해 줄 줄 아는 다정다감한 아버지 밑에서 안정감있는 소녀 시절을 보내던 도리스는 갑작스런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평온한 삶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다. 그녀를 사랑했지만, 조금은 약하고 힘이 없던 어머니는 가장을 잃은 삶을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지 막막한 나머지 10살을 갓 넘은 그녀를 부자집에 가정부로 보내 버린다. 부자였던 주인 여자는 도리스를 데리고 스웨덴을 떠나 파리로 삶의 거처를 옮기고, 프랑스어를 하나도 못했던 그녀는 프랑스어를 배우며 낯선 파리에서의 삶을 살아 나간다. 그리고 파리에서 힘들 때면, 스웨덴에서 가정부로 일할 때 주인집에서 열리는 예술가들의 파티에서 만났던 젊은 예술가 예스타에게 끊임없이 편지를 쓰며 스웨덴에서의 추억을 붙잡고, 파리에서의 삶을 지탱할 힘을 얻는다. 그러던 중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로 인해 패션 모델로 일을 시작하게 되고, 힘들지만 혼자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독립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으로서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 파리의 부자들 앞에서 마네킹처럼 살아야 하는 팍팍한 삶 속에서도 끊임없이 편지를 쓰고, 책을 읽으며 자신의 삶을 지탱해 나가던 도리스는 어느날 공원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운명의 남자 앨런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앨런과의 사랑은 그가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지면서 갑작스런 종결을 맞이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엄마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와 어린 여동생이 파리로 보내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녀는 전쟁의 광기로 물든 유럽에서 어린 동생과 살아내느라 앨런을 잃은 슬픔을 느낄 틈도 없지만, 미국으로 오라는 앨런의 편지를 받는다. 영어 한마디 할 줄 모르는 도리스는 여동생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지만, 미국에 도착해서는 막상 앨런의 편지가 무려 1년여 전에 쓰여진 것이고 그 사이 앨런은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어 한마디 할 수 없는 그녀에게 미국에서의 삶은 너무나 녹녹치 않았지만, 그녀는 스웨덴에 남아있는 예스타에게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며, 고단한 삶을 이겨나간다. 그러던 중, 스웨덴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던 어떤 한 남자의 도움으로 한 가정집에 머물게 되고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동생은 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게 되지만 임신 중독증으로 아기만 남겨놓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 어린 조카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앨런에 대한 사랑, 자신의 모든 것이 있었던 유럽에 대한 강렬한 이끌림으로 그녀는 어린 조카를 남겨두고 천신만고 끝에 유럽에 도착하지만 전쟁의 포화 속에 잠겨버린 유럽에서 앨런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린다. 그녀는 그렇게도 오랫동안 편지를 왕래하며, 우정을 나누어 왔던 예스타가 있는 스웨덴으로 돌아가 그가 예술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가정부로 그의 삶의 한켠에 서서 평생 그와 깊은 우정을 나눈다. 그리고 그녀가 죽음을 앞둔 96세에 그녀를 지탱하게 하는 것은, 자신이 목숨보다 사랑하며 지켜냈던 여동생이 낳았던 딸의 자녀, 도리스의 종손녀 제니였다. 그녀는 종손녀인 제니를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며 사랑으로 그녀를 키워냈고, 그 깊은 사랑을 받은 제니는 자신에게 엄마와 같던 이모 할머니인 도리스에게 그녀의 평생의 사랑인 앨런과의 사랑을 확인시켜 줌으로서 서로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랑' 그리고 '삶'의 소중한 추억을 지켜내고, 선물해 준다. 도리스와 도리스 삶에서 중요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진정한 소통이 도리스의 삶을 지탱하게 했고, 본인은 어린시절 어머니를 강제로 떠나 힘든 삶을 살았지만 그 기억을 종손녀 제니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도리스의 따뜻한 마음과 강인한 정신력이 제니에게 안정된 가정과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삶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2. 글쓰기, 그리고 기억.
도리스는 어린 시절 자신의 모국인 스웨덴을 떠났고, 나이가 들어 예스타에게 돌아가기 전까지는, 스웨덴어를 쓸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았다. 그러나 그녀는 스웨덴어를 기억하고, 스웨덴에서의 어린시절의 추억과 그녀의 뿌리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데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평생 끊임없이 예스타와 편지를 썼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당시에는 예술성을 인정받지 못해 평생 파리를 꿈꾸기만 하며, 평생 외롭게 예술가의 삶을 살아갔던 예스타는(사후에 그의 작품은 아주 높게 평가받아 그의 작품이 엄청난 금액으로 거래되는 것을 보며, 도리스는 예스타가 그걸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을 너무 마음 아파 한다) 그녀의 글쓰기 실력을 인정해 주었던 유일한 친구다. 전쟁, 가난과 같은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도리스는 글쓰는 일에 몰두할 수 없었지만, 그녀는 아버지가 남겨준 빨간색 노트에 그녀의 인생에 중요한 사람들의 이름을 남기고, 빈 종이에 종손녀 제니에게 들려줄 그녀의 삶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며 희미해져가는 기억과 감정을 남긴다. 그리고 그녀의 평생의 사랑이었던 앨런에게 끊임없이 프랑스어로 편지를 쓰며, 파리에서의 그와의 추억과 사랑을 끊임없이 재생산해 낸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종손녀 제니에게 전해지고 제니는 할머니의 삶에서 자신의 뿌리와 삶을 지탱해 나갈 힘,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의 힘을 배운다. 도리스의 죽음 후 그녀는 미국에 살던 제니와 스웨덴에 사는 도리스의 삶을 연결해 주던(스카이프를 통해 그들은 정해진 시간에 화상통화를 항상 해왔다) 노트북에서 도리스가 제니에게 남기는 마지막 유언을 보게 된다.

 

제니, 삶을 두려워하지 마. 그냥 살아. 네가 원하는 대로 사는 거야. 웃어. 인생이 너를 즐겁게 해주는 게 아니라, 바로 네가 인생을 즐겁게 해야 하는 거란다.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그것을 잡아. 그리고 그 기회를 이용해 좋은 것을 이뤄내라. 세상 무엇보다 널 사랑한다. 언제나 그랬어. 그걸 절대 잊지 마라. 내 사랑하는 제니.
P.S. 글을 써! 그게 너의 재능이야. 재능은 사용해야 하는 거야.

부랴부랴 저녁에 퇴근하면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느라 항상 시간을 촉박하게 쓰는 나는 아이가 깰까봐 조용히 침대를 빠져나와 출근 전 새벽시간에 이 책을 조금씩 읽어 나갔다. 내 책상에 있는 책은 회사 업무 관련 도서, 이런저런 실용서적이기에 소설책은 사실 정말 오랜만에 잡았다. 머리속은 항상 이런저런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로 복잡했기에 이 책을 펼치기 전, 이 소설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도리스 할머니의 삶에 완전 몰입되었고, 도리스 할머니의 삶의 여정에 따라 어느날은 축축한 날씨의 스웨덴에, 어느 날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파리에, 어떤 날은 낯선 이방인의 땅인 듯한 미국에 함께 있었다. 매번 다음 장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서 깜깜한 새벽, 도둑 고양이처럼 침대를 살금살금 빠져나와 도리스 할머니의 삶의 여정에 함께 하였다. 나의 글솜씨는 너무나도 비루하고, 그리고 무언가 기록으로 남기기에 내 삶은 그냥 하루 24시간 같은 장소를 빙글빙글 돌아가는 시계바늘처럼 너무 지루하고 평범하다고 느껴왔기에 나에게 글을 쓰라고, 나에게 글쓰기 능력이 있다고 항상 얘기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한번도 진지하게 받아 들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도리스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고 난 후 지금, 나도 글로 내 하루하루와 삶의 느낀 점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 책은 기록만이 우리의 삶의 숨쉬게 하고, 우리의 기억을 보존하고, 글을 쓰는 것은 삶을 끌어 안는 가장 강력한 행동이고 무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그리고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끌어안고, 그들의 삶을 소생시키는 여성들의 삶과 역사가 다시 한번 느껴지는, 내가 여성이라는 것이 더없이 다행이라고 느껴지고 행복하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소설이었기에 매일 매일의 하루를 열심히 살아나가는 이땅의 수많은 엄마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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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느리게 걷다 - 고즈넉한 여유와 낭만이 공존하는 특별한 여행지, 내셔널트러스트
오윤석 지음 / SISO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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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에서 우리는 두가지 주제를 뽑을 수 있다. 우선 첫번째, 영국. 그리고 두번째, 느리게 걷기. 두가지 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단어인게 나는 아직 영국 여행을 직접 해본 적이 없기에 영국은 그냥 영화, 책, 역사 속에서 존재하는 단어이고 이미지로 기억될 뿐이며, 느리게 걷기는 내가 아주 의도적으로 따로 시간을 떼어서 시도하지 않는 한 평소에는 하기 어려운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무언가 고즈넉한 유럽 마을을 배경으로 뭔지 모르게 끌림을 주는 문장이 적혀 있다. '천천히 깊게 들여다보는 영국의 재발견'. 그래서 나도 이 책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려고 따로 일요일 오후 시간을 떼어 놓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저자와 함께 영국으로 내 마음의 발걸음을 깊숙히 들여다 놓았다.


저자는 우연하게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라는 시민 환경 운동을 알게 되고, 영국 전역에 있는 내셔널트러스트에 등록된 곳을 쭉 여행하며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영국의 자연과 문화와 전통을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진과 글로 우리에게 소개해 준다. 여행지에 나오는 장소 중에 가장 많은 곳 중 하나가 영국의 고성과 그 성에 딸린 정원이었는데 그 규모나 아름다움이 정말 너무 놀라웠다. 10여년 전 봤던 영화 '오만과 편견'의 남자 주인공 '다시'가 살았던 딱 그런 엄청난 규모의 성과 정원들이 영국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있었는데 거기에서 가족단위로 공연도 즐기고, 피크닉도 즐길 수 있다고 하니 너무 부러울 따름이었다. 또한 영국하면 내게 떠오르는 것은 런던밖에 없었는데 런던을 벗어나니 영국의 자연 풍광은 정말 놀랍도록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작가가 소개해 준 세계 최대의 주상절리 공원인 자이언츠 코즈웨이 같은 곳은 사진으로만 봐도 너무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직접 본 작가가 느낀 자연의 위대함과 놀라움은 얼마나 컸을까 싶다.


그러나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사실 영국의 유명한 작가들의 생가를 방문한 여행기였다. 너무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남긴 베아트릭스 포터, 윌리엄 워즈워스의 수선화가 딱 떠오르는 그의 생가, 내 인생에서 가장 처음으로 빠져버린 작가인 브론테 자매들의 생가, 그리고 명불허전의 셰익스피어까지. 대문호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남긴 삶의 자취들을 사진으로 접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진 속에서 나도 그자리에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을 떠나 가끔씩 멀리 남도의 정취가 느껴지는 영남지방이나 전라도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싶을 정도로 놀라우리만큼 아름다운 풍경과 선조들의 삶의 자취를 만나볼 때가 있다. 영국처럼 우리나라에도 내셔널트러스트가 있다고 하니 이러한 시민 환경 운동으로 우리의 자연과 문화 유산들도 우리 삶에 한켠에 자리잡고 함께 오래오래 숨쉴 수 있기를 바라며, 나도 이러한 시민환경 운동에 앞으로 더 관심을 갖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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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4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납 공부 - 오늘도 물건을 사버렸습니다
줄리 칼슨.마고 거럴닉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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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전공 공부, 커뮤니케이션, 돈관리, 육아 등등. 특히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과제들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남자들보다 공부할 분야도 너무나 많다. 특히 옛날 엄마들이 보통 말하는 "살림"에 관해서는 정말 배울 것이 끝도 없다. 보통은 살림에 관해서 가장 1차 적인 스승은 "친정엄마"일 경우가 많은데, 친정엄마가 살면서 직접 보여주신 가르침이 무언가 2% 부족하다고 느낄 때, 그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의 가르침을 받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수납과 정리에 관한 전문가의 고급진 식견과 정보를 배우고 싶을 때 정말 요긴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수납에 관련된 아이디어를 수납의 철학, 전략에서 부터 시작하여 집안 곳곳의 각 역할에 맞추어 알려준다. 그래서 각 공간의 역할과 쓸모에 맞게 집을 정리하고, 구성하여 가족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고,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 공간이 구성되는 이미지를 한컷한컷 모든 설명에 맞게 실어 놓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공간의 의미와 수납의 방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매튜 윌리엄스라는 작가분이 찍은 한컷 한컷 사진들이 무슨 예술 사진마냥 너무나도 아름답고 정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 지고, 수납에 관한 많은 영감을 주었다. 사진의 매력과 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구성을 가진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냥 단순히 이미지만을 나열하지 않는다. 수납에 필요한 중요한 품목들을 어떻게 골라야 하고, 그 품목이 이 공간에 어떻게 어울리고, 왜 중요한지 아주 명료하고, 정확한 설명을 달아 놓았기 때문에 이해가 쉽다. 특히 마지막 부록 섹션에는 각 수납물품들을 살 수 있는 쇼핑몰을 정확히 명시해 놓았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비슷한 것을 찾아야 하는지 긴 시간을 들여 웹서핑을 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집에 있는 여러 플라스틱 용기들을 오래 쓸 수 있는 질 좋은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는 것을 권하고 있는데, 각 품목별로 어떤 친환경제품으로 바꾸는 것이 좋고, 그 친환경 제품은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은지 방법까지 알려주고 있다. (예를 들면 플라스틱 주방용 세척 솔을 나무 손잡이의 천연모가 달린 세척솔로 바꾸고,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안그래도 배워야 할 것이 투성이고, 하루하루 바쁜데 시간을 들여 "수납"이라는 것까지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무얼까? 나는 사랑하는 가족이 내가 정리하고, 아름답게 가꾼 집에서 편안한 쉼과 행복을 느끼며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건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꺼이 이 책을 통해 배운 수납에 관한 철학을 나의 살림살이를 통해서 실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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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감 -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창비청소년문고 31
김중미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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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뜬다. TV를 켜고, 뉴스를 틀어 놓은 뒤 아침 준비를 하고 출근할 준비를 한다(혹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한다). 뉴스에는 2049년 국민연금이 고갈되고 어쩌고 떠들며, 100세시대 어떤식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되는지 설명해 준다. 어젯밤에는 또 음주운전으로 이름모를 불쌍한 사람이 병원에 실려갔다고 하고, 미국증시는 어떤지 유럽과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어떤지, 우리 나라의 청년 취업률이 사상 최고라느니...끝도 없는 뉴스가 이어진다. 뉴스때문에 어지러운 마음으로 출근길에 나서면 지하철과 버스는 내 마음만큼이나 복작거리고,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려고 하면 쏟아지는 일감으로 하루종일 정신없이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가 퇴근해서 그냥 쓰러져 잠이 든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주말에는 경쟁적으로 여행을 다니고 쇼핑을 하고 사진을 찍고, SNS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2018년을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보통의 한국 사람들 모습이다. 그렇게...우리는 나, 그리고 가족 외에는 돌아볼 틈도 생각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살고 있다.

그런데 여기 보통의 한국 사람들과는 다른 삶의 방식과 시선을 가진 한 사람이 있다. 김중미. 이분 이름은 바로 기억 나지 않아도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라고 얘기하면 누구나 한번쯤은 어슴프레 기억나는 책이 있을 것이다. 김중미 작가님은 바로 이 책의 저자이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인천의 가난한 마을 만석동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부방을 열어 함께 하시다가 현재는 강화도 시골로 내려가 공부방을 열고, 공동체를 운영하고, 글을 쓰고, 계속해서 여러 권의 책들을 내고 계시는 중이다. [존재, 감]은 작가의 기존의 책과는 다르게 작가님이 학교에 강연을 다니시며 어린 학생들과 나눈 이야기를 쓰신 강연집이다. 1부는 작가님의 강연 내용이고, 2부는 학생들에게서 받은 질문에 대한 작가님의 답변 내용이다.

작가님은 이 책에서 우리가 그동안 살면서 그냥 멀리서, 아주 멀리서 바라 보았던 사회 문제들, 그리고 우리와 함께 살고 있지만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존재들에 대해서 작가님의 시선으로 얘기를 들려주신다. 2009년 용산 참사, 장애인 친구들, 이주 노동자, 길고양이, 우리 농촌의 현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우리가 뉴스를 통해서 가끔씩 접하는 단어지만, 우리가 외면하려고 노력하는 그러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작가님은 세심하고 정성스럽게 우리 마음에 전달해 주신다. 사실 이 주제들은 우리가 뉴스에서 기자들이나 전문가들(교수, 관련 내용 연구자, 국회의원 등)의 입을 통해서 많이 접했던 내용이다. 그러나 그들은 복잡하게 어려운 말을 써서 얘기하기에 들으면 들을수록 오리무중으로 빠지게 만드는데 작가님께서는 같은 주제를 어린 아이들도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간결하고, 쉬운 말로 쓰셨다.  그러나 오히려 나는 그 쉬운 글을 읽는 동안 한글자 한글자 템포를 늦춰서 천천히 생각하며 읽었던 것 같고, 그게 작가님이 가지신 힘인 것 같다.

 

이 책 뒷 날개를 보니 이 책은 창비 청소년 문고로 분류되는 것 같았다. 어린이가 되었든, 청소년이 되었든, 청년이든, 어른이든 누가 읽어도 읽는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 한 사람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는 없지만, 나는 우리 농촌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옆집 우진이 엄마는 용산 참사를, 우진이는 장애인 친구를, 동네 카페 아저씨는 길고양이를, 편의점 아르바이트 청년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고, 손을 내밀어 준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조금씩 조금씩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이 글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더 자라면, 잠자기 전 나란히 앉아 다정다감한 그림까지 더해진 이 어여뿐 책을 읽어줄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들아 작가님처럼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예쁜 소년으로 자라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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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 공부 - 오늘도 물건을 사버렸습니다
줄리 칼슨.마고 거럴닉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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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예쁜 집이나 사무환경을 위해서는 인테리어를 하는 것보다는 정리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겠지요. 직접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책이라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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