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감 -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창비청소년문고 31
김중미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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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뜬다. TV를 켜고, 뉴스를 틀어 놓은 뒤 아침 준비를 하고 출근할 준비를 한다(혹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한다). 뉴스에는 2049년 국민연금이 고갈되고 어쩌고 떠들며, 100세시대 어떤식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되는지 설명해 준다. 어젯밤에는 또 음주운전으로 이름모를 불쌍한 사람이 병원에 실려갔다고 하고, 미국증시는 어떤지 유럽과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어떤지, 우리 나라의 청년 취업률이 사상 최고라느니...끝도 없는 뉴스가 이어진다. 뉴스때문에 어지러운 마음으로 출근길에 나서면 지하철과 버스는 내 마음만큼이나 복작거리고,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려고 하면 쏟아지는 일감으로 하루종일 정신없이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가 퇴근해서 그냥 쓰러져 잠이 든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주말에는 경쟁적으로 여행을 다니고 쇼핑을 하고 사진을 찍고, SNS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2018년을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보통의 한국 사람들 모습이다. 그렇게...우리는 나, 그리고 가족 외에는 돌아볼 틈도 생각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살고 있다.

그런데 여기 보통의 한국 사람들과는 다른 삶의 방식과 시선을 가진 한 사람이 있다. 김중미. 이분 이름은 바로 기억 나지 않아도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라고 얘기하면 누구나 한번쯤은 어슴프레 기억나는 책이 있을 것이다. 김중미 작가님은 바로 이 책의 저자이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인천의 가난한 마을 만석동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부방을 열어 함께 하시다가 현재는 강화도 시골로 내려가 공부방을 열고, 공동체를 운영하고, 글을 쓰고, 계속해서 여러 권의 책들을 내고 계시는 중이다. [존재, 감]은 작가의 기존의 책과는 다르게 작가님이 학교에 강연을 다니시며 어린 학생들과 나눈 이야기를 쓰신 강연집이다. 1부는 작가님의 강연 내용이고, 2부는 학생들에게서 받은 질문에 대한 작가님의 답변 내용이다.

작가님은 이 책에서 우리가 그동안 살면서 그냥 멀리서, 아주 멀리서 바라 보았던 사회 문제들, 그리고 우리와 함께 살고 있지만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존재들에 대해서 작가님의 시선으로 얘기를 들려주신다. 2009년 용산 참사, 장애인 친구들, 이주 노동자, 길고양이, 우리 농촌의 현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우리가 뉴스를 통해서 가끔씩 접하는 단어지만, 우리가 외면하려고 노력하는 그러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작가님은 세심하고 정성스럽게 우리 마음에 전달해 주신다. 사실 이 주제들은 우리가 뉴스에서 기자들이나 전문가들(교수, 관련 내용 연구자, 국회의원 등)의 입을 통해서 많이 접했던 내용이다. 그러나 그들은 복잡하게 어려운 말을 써서 얘기하기에 들으면 들을수록 오리무중으로 빠지게 만드는데 작가님께서는 같은 주제를 어린 아이들도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간결하고, 쉬운 말로 쓰셨다.  그러나 오히려 나는 그 쉬운 글을 읽는 동안 한글자 한글자 템포를 늦춰서 천천히 생각하며 읽었던 것 같고, 그게 작가님이 가지신 힘인 것 같다.

 

이 책 뒷 날개를 보니 이 책은 창비 청소년 문고로 분류되는 것 같았다. 어린이가 되었든, 청소년이 되었든, 청년이든, 어른이든 누가 읽어도 읽는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 한 사람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는 없지만, 나는 우리 농촌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옆집 우진이 엄마는 용산 참사를, 우진이는 장애인 친구를, 동네 카페 아저씨는 길고양이를, 편의점 아르바이트 청년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고, 손을 내밀어 준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조금씩 조금씩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이 글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더 자라면, 잠자기 전 나란히 앉아 다정다감한 그림까지 더해진 이 어여뿐 책을 읽어줄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들아 작가님처럼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예쁜 소년으로 자라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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