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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세상을 더듬다
저우쭝웨이 글, 주잉춘 그림, 장영권 옮김 / 펜타그램 / 2012년 5월
평점 :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이 책이 쓰여지게 된 배경에 있었다. 저자가 이 책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달팽이를 작업실에서 직접 기르며 관찰하는 데에 1년이 걸렸고, 수작업으로 채색세밀화를 완성하는 데에 또 1년이 거렸으며, 편집과정을 거치며 또한 1년이 걸려서 총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이는 이 책의 내용과 정말 일치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대부분의 작가는 그렇지 않지만, 일부 요즘의 작가들은 그들의 삶과 그들이 책에서 말하는 바가 일치하지 않는 게 느껴질 때도 있어서 불편했다. 그런데 책의 만들어진 과정을 보니 작가의 진솔함이 이 책에 배어나올 것 같다는 기대감이 매우 커졌다.
달팽이가 만나는 태양, 풀잎, 잠자리, 민달팽이, 소금쟁이... 이 모습은 정말 우리 인간세상을 그대로 옮겨 담아놓은 듯 느껴졌다. 보통 서평을 쓸 때는 책의 내용을 인용하지 않고 내 생각만을 쓰는 게 나의 방식인데 정말 마음에 와닿아서 함께 나누고 싶은 부분이 있다.
나는 스스로를 타이르려 애를 썼다./개미들을 적으로 보지 말자./개미들이 하는 모든 행위는 다 생존을 위한 것./그들을 이해하고 용서하기로 했다./마음속 원한이 서서히 누그러졌다./그러자 금세 홀가분해지는 게 아닌가./모든 원한은 그저 스스로 씌운, 눈에 보이지 않는 굴레일 뿐이었다.
이렇게 감동적인 말들이 매 페이지마다 저자의 수려한 그림체에 묻어나오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책을 읽는지, 그림을 읽는지, 아니면 어머니가 나를 무릎에 눞히시고 타이르듯이 세상사는 얘기를 해주시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다. 한 번 읽고 책장에 넣어두기에는 너무 아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