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트라우마>는 기존에 출간된 국제경제 관련 도서들과는 그 접근부터가 다른, 한 차원 깊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독일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독자를 배려하여 한국어판 서문은 물론이고, 각 부(部)가 끝날 때마다 한국이 취해야할 입장을 한국이 현재 처한 입장과 연관지어 분석해놓은 요약문이 매우 인상깊었다.

  이 책은 각각 달러, 위안, 유로, 금으로 대표되는 미국, 중국, 유럽, 그리고 화폐의 대체수단으로 여겨지는 지하자원에 대하여 과거 해당 국가들이 겪었던 트라우마들을 짚으며 현재 경제상태를 진단하고, 미래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 책이 기존의 책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들 중 하나는 다양한 측면과 관점에서 날카롭게 시나리오를 작성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사례를 통해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은 단순한 정보 수집만을 통해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다시 말해, 저자가 세계경제에 대한 치밀한 통찰을 하고 있기 때문에 논리정연하고 설득력있는 글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앞서 말한 달러, 위안, 유로, 금, 이 4가지 요소는 결코 별개의 요소가 아니다. 각 부(部) 마다 하나의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글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독자라면 이 4가지 요소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단순히 3개국에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와 연결된, 사실상 전 세계 국가의 경제동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것이다. 달러의 균열은 프랑스로 대표되는 유럽의 공격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달러와 금의 밀월관계가 끝나게 되는 시점, 중국과 미국 사이의 긴밀한 관계, 일본의 엔고현상에서 비롯된 중국의 위안화 규제정책 등은 매우 흥미로운 인과관계를 보여준다. 일반인들이 놓치지 쉬운, 보이지 않는 인과관계를 포착한 저자는 적나라하게 이러한 사실들을 드러내고 있다.

  번역된 책이라고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번역도 내가 이 책에 빠지게 되는 데에 한 몫을 했다. 에필로그를 통해서 저자의 뚜렷한 소신과 의식, 통찰에 관한 이해를 할 수 있어서 에피타이저부터 시작해서 디저트까지, 세계경제라는 코스요리를 기분 좋게 먹은 기분이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국제무역학을 공부하고 있는 내가 읽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았고, 내 지식과 이해의 범위를 보다 확장시켜주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나처럼 세계경제에 대해, 신문기사 등에 드러나는 것보다는, 조금 더 기저에 있는 세계경제의 흐름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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