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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 탐서주의자 표정훈, 그림 속 책을 탐하다
표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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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었다고 하는 경우, 사람들이 독서라는 말을 정확히 어떤 뜻으로 사용하는지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사실 이 독서라는 말은 아주 상이한 여러 가지의미로 쓰일 수 있다. 반대로, 분명히 읽지 않은 책이라고 해서 그 책들이 우리에게 이런 저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런 책들도 메아리를 통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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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를 오물거리며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하고 안도했다. ‘8월에는 동대문에 옷을 사러 가야지. 화장은 언니에게 배우고, 아르바이트는 반드시 집 밖에서 하는 걸로 해야겠다. 도 다음엔 레가 오는 것처럼 여름이 끝난 후 반드시가을이 올 것 같았지만, 계절은 느릿느릿 지나가고, 우리의청춘은 너무 환해서 창백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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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죽은 듯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나는 혀로 달을 만질 수 있는 비상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 달은 선선하고촉촉했으며 자꾸 커졌다. 사랑의 협약 따위에서 알게 된 건,
시간이든 마음이든 커지면 아프게 된다는 것이다. 달이 점점 커지자 밥을 삼키는 것도 힘들어졌다. 내 혀는 달의 뒷면을 핥아보려고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닿을 듯, 닿지 못했다.
뒷면은 뱃속의 태아처럼 신비하고 고요한 것, 영원히 꺼내 지 않고 둔다면 평화는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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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문학동네 시인선 118
박서영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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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히 들여다보곤 했다. 아버지가 만든 첫번째 영화에 대한 기사였는데, 리뷰 내용 대부분이 호의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좀체내 마음을 떠날 줄 모르는 짧은 문장이 하나 있었다 기사 말미의 문장으로, 이 문장에서 그 비평가는 아버지의 영화를 "젊은천재의 간과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묘사했다. 이후 세월이 흐른뒤 깨닫게 된 것인데,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아버지를 용서할 수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 단어들과 그것들에 실린 무게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부엌 식탁에 홰를 친 새처럼 앉아, 만트라를 암송하듯이, 나는 머릿속에서 그 단어들을 되풀이해 중얼거렸다.
내가 그 단어들을 충분히 여러 번 말하면, 그 뉘앙스를 모사하면, 분명 모든 것이 그 단어들처럼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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