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서재 - 자기만의 책상이란 얼마나 적절한 사물인가 아무튼 시리즈 2
김윤관 지음 / 제철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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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는 "‘도서관‘은 영원으로부터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시간은 존재의 집이다. 기억과 망각은 시간이라는 집의 기둥과 대들보이다. 도서관은 ‘시간‘ 이라는 셋방을 벗어나 ‘영원‘이란 안식처를 향해 나아가려는 인간의 의지를 읽게 한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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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욕이나 열정을 넘어 사랑의 저 깊은 층위에 헌신이 있다면, 헌신은 곧 유일성을 묻는 과정일 것이고 그과정은 역설적으로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내포할 텐데, 그렇다면 사랑은 스스로를 얼마나 속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데 실패해온 것은 아닌지 자문하면서. 하지만 이와 같은 논리라면우리 사이에도 반드시 존재해야 했던 거짓말이 다른 거짓말들과 달리 성공적으로 유지되리라는 확신은 어디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아마 나는 모순되고 불가해하기만 한 그 시간들마저 이
관계의 특별함을 증명하는 무언가로 믿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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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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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와는 헤어졌다. 서로를 천천히, 나중에는 허겁지겁 읽어가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뒤표지를 덮어 각자의 서랍장 안에 넣어두었다. 그와 보낸 서너 계절이 그저 사랑일 뻔한 순간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고, 그와의 연애도 짤막했던 다른 만남들과 다를 바 없으며 단지 낭만적 각본에 좀 더 충실했을 뿐이라고 여기고 싶지만 끝내 그러지 못한 나는 지금도 간혹 서랍장을 열어보곤 한다. 노란 색감과 따스한 촉감으로 충만한 기억을 되새기다 보면 결국에는 단단해 보였던 우리의 관계가 열없이 허물어져간 장면들에 당도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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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때가 있었고,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한 때도 있었다. 최소한 삶을 꾸리기는 했다. 어떤 종류의 삶? 그냥 삶. 나는 살았다. 쉽지는 않았다. 그렇긴 하지만, 절대로 견딜 수 없는 것이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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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첫눈입니까 문학동네 시인선 151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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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인가 스쳐지날 때 닿는 희미한 눈빛, 더듬어보지만 멈칫하는 사이 이내 사라지는 마음이란 것도 부질없는 것 우린 부질없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친 일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낱낱이 드러나는 민낯을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날 듯 말 듯 생각나지 않아 지날 수 있었다 아니라면 모르는 사람을 붙들고 더욱 부질없어질 뻔하였다 흩날리는 부질없음을 두고 누구는 첫눈이라 하고 누구는 첫눈 아니라며 다시 더듬어보는 허공, 당신은 첫눈입니까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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