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 이어령 유고집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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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많이 읽은 도서는 이어령 작가가 쓴 책 들 일 것이다. 독서모임 및 도서관에서 이어령 추모 모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이어령 작가의 '디지로그' '마지막 수업' '생각의 축제'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작별'까지. 책을 통해 작가의 삶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작가의 책을 알지만 사실 이어령이라는 인물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작가의 부고를 안타까워하고, 그리워한다. 책이 만들어 준 소중한 인연이다.

'작별'은 이어령 작가의 유고집이다. 천재는 소재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더니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라는 노래를 모티브로 작별 에세이 집을 만들었다. 이별이라는 소재를 두고 생뚱맞은 동요를 가지고 쓴 글에 적절하게 녹여진 이별의 메시지. 젊은 나이는 아니었기에 저자의 머릿속에는 죽음이란 단어가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별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지만 그 내용을 눈물로 남기고 싶지는 않았던 듯하다. 천재가 남긴 위트 넘치는 이별의 인사. 그것이 이 책 '작별'이다.


헤어짐을 앞두고 내가 여러분에게 유언처럼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반도성의 회복입니다. 반도성의 회복은 시파와 랜드파 사이에서는 절대로 이뤄지지 않아요. 코끼리 싸움 속 풀밭, 고래 싸움 속 새우처럼 견뎌내지 못한 것이 지난 역사였어요. 이걸 브레이크 스루, 관통할 수 있는 게 바로 반도성의 회복입니다. 그건 말 탄 사람, 배 탄 사람이 아니라 마음의 밭을 가는 사람들이 이룰 수 있어요.

반도 삼천리 중에서

원숭이-사과-바나나-기차-비행-백두산으로 이어지는 노래의 마지막을 저자는 반도 삼천리로 풀어서 전한다. 통일의 꿈을 잊어버린 북한은 중국에 흡수된 대륙이 되었고, 대한민국은 고립된 섬이 되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잊어버린 반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구어체적인 문장으로 실제로 강연을 진행했나 싶은 책이다. 키워드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들을 이야기하듯 쉽게 풀어나가 다음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어쩜 글을 이렇게 쉽고 유익하게 쓸 수 있을까. 시대의 지성이란 말은 작가 이어령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시대의 지식인으로, 먼저 떠나는 어른으로 국가와 후손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가득 묻어나는 책. 그럼에도 그 염려가 아픔이 되지 않도록 이별이 슬픔이 되지 않도록 고심해서 쓴 문장들이 곳곳에 드러나 감사하고, 맘이 아팠다.

내가 살아온 과거는 바로 여러분이 살아온 것과 같은 체험의 집합지예요. 집합 기억을 되새겨보면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내가 없는 세상에도 거리 두기가 있을 것이고, 어린애들 웃음소리가 있을 테지만, 그것은 어제의 웃음소리가 아니고, 어제의 뉴스가 아니고, 어제의 거리가 아닙니다. 야채 파는 할머니도 어제의 할머니가 아닐 겁니다. 어제의 것이 아닌 내일의 것, 미래의 것이지요. 내가 없는 세상에는 어떤 세상이 나타날까요? 그것을 고별의 인사말로 공유함으로써 그 비행기는 높이높이 날아갈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여러분에게 이야기한 나의 작은 체험, 함께 나누었던 80여 년 동안의 경험에 대한 회고를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본 것입니다.

비행기 중에서

최근에 쓴 글이라 책 속에는 코로나 이후의 변화하는 세계상과 현재의 거리 두기에 대한 이야기 등이 나온다. 표지에 적힌 유고집이란 단어가 아프고, 책을 덮는 순간 앞으로 작가의 다른 글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벌써 작가 위트 있는 문장과 박학한 지식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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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
손힘찬(오가타 마리토) 지음 / RISE(떠오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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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불닭 볶음면 같은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를 읽은 뒤 며칠간 입안이 썼다. 이 기분을 희석시킬 밝은 책이 읽고 싶어 선택한 '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는' 문장은 매끄럽고 부드럽게 녹는 생크림 케이크 같은 에세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예쁘고 긍정적인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읽는 동안 기분 좋은 감정과 기운을 전달해 주는 책이다. 바로 전에 읽은 책의 영향으로 더 달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확실히 전혀 다른 분위기로 기분전환이 되었다. 

삶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타인의 고민을 들으면 세상에 이 힘듦이 나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타인의 삶에 대한 공감으로 내가 가진 고민을 한 걸음 물러서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삶이 깜깜한 밤 또는 사막을 걷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일상 스미는 햇빛과도 같은 책으로 내용도 어렵지 않아 초심자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기분 좋음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하루에 세 번 하늘을 보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건, 바쁜 삶 속에서도 내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라는 뜻이구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에서

제목과 소개된 내용만을 봤을 때는 일상 에세이 내지는 위로 에세이라 생각하고 펼친 책이었으나, 기존에 읽었던 루이스 헤이의 명상록, 감사의 선물, 나는 다 잘 될 거야 같은 자기 긍정과 자존감을 올려주는 것에 가까운 책이다. 앞에 읽은 세 작품들은 무조건 잘될 거야라고 세뇌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좋은 이야기임에는 분명하지만 현실의 실패와 고민들은 다짐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의 마음가짐이 성공의 가능성을 올려주고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는 할 테지만, 절대값일 수는 없다. 

반면 '저 별은 모두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의 경우 일상의 소소한 단상과 현실의 고민을 담아 공감을 높인다. 타인의 고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 그에 담긴 위로와 메시지, 그리고 격려까지 내용이 나쁘지 않고 아름다운 문장과 따뜻한 내용으로 공감까지도 높인 책이다. 작가가 쓴 기존의 책들이 왜 베스트셀러였는지 이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강했기 때문에 내 약점을 숨길 수 있던 게 아니다. 오히려 나약하고 용기가 없었기에 나의 아픔을 보일 수 없었던 거다. 강할수록 홀로 견디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서 나의 나약한 모습마저도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누군가의 품에 안길 수도 있다. 누군가를 안아주고 달래주는 것에도 굳건함이 필요하겠지만, 누군가의 품에 안겨 펑펑 우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아픔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 중에서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가끔 나보다 먼저 나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조바심이 나겠지만, 그들도 나아가던 방향이 틀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나아가냐가 아니라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정확하게 알고, 비록 느릴지라도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거다. 그러니 내가 나아가고 있는 길을 의심하지 말자. 나를 믿어주자. 잠깐 쉬어가도 된다.

스스로 선택하는 삶의 방〉 중에서

부담감을 이기고 보내는 하루하루가 밝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을 믿어주면서 그렇게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과정이 어렵겠지만 한 번 내려놓아보면 안다. 내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었는지 말이다. 이제 내려놓는 연습을 해보자. 막상 내려놓아도 아무 일 안 생긴다. 오히려 당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내려놓음이 주는 행복 중에서

잘 하고 싶은데 반복되는 실패, 사람과의 관계 속의 지침, 반복되는 삶의 무기력함. 타인의 에세이를 읽으면 한 걸음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나를 볼 수 있게 한다. 공감을 통해 한 걸음 다가온 책. 열심히 살아온 삶에게 괜찮다 말하며 어깨동무를 해오는 책이다. 현대 사회의 청년들은 열심히 사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실패를 박수치지 않는 삶 속에서 괜찮다고 도닥일 수 있는 시간은 문장 그대로 소중하다. 바쁜 일상의 작은 틈 속에서 여유를 만끽해 보자. 나를 사랑하고 더 존중해야 한다는 결심이 드는 책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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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 희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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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_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원제 영혼의 형제)를 읽으면서

2021년은 부커상 후보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도 뜨거웠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한강 작가가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고, 그 이후 두 명의 작가가 후보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수상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결과에 관계없이 영광스러운 일이며 한국 문학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해였습니다. 

대한민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박상영과 저주 토끼로 주목받은 신예 정보라. 쟁쟁한 두 명의 작가를 물리치고 수상에 이른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에는 여러모로 흥미가 갈 수밖에 없는 책입니다. 책을 받자마자 순식간에 책을 읽어간 소감은 '압도적'. '졌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책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과 인간성이라는 소재.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는 것은 어둠이 피의 색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살생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버린 화자의 독백입니다. 동시에 어둠은 흑인과 백인의 피부색을 구분하지도 않지요. 흑인도 백인도 구분되지 않는 모든 인간이 평등해지기에 죽인다는 비극이 극대화되는 그 순간. 상실된 인간성을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라고 표현하다니요. 읽는 순간 저도 모르게 혀를 차고 있더군요. 말 그대로 참혹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다음 페이지를 부르는 아름답고 매끄러운 문장과 전쟁의 참상을 무너지는 인간성으로 표현하는 깊이까지. 주제와 문학성을 동시에 갖춘 여러 가지 의미로 읽어볼만한 책입니다.(전쟁의 실상을 묘사하는 부분은 잔혹하기 때문에 잔혹한 묘사를 읽지 못하는 독자에게 추천하지 않습니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는 정말 매력적인 책이지만, 호불호가 갈릴만한 책으로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들었던 가장 큰 의문은 시작과 후반부의 호흡이 고르지 않은 점 입니다. 앞에서는 복수와 복수로 이어지는 무의미한 살상을 빠른 속도로 전개하고 있다면, 후반부에는 전쟁으로 인해 삶이 폐허가 된 화자의 주변 인물과 개인사에 대한 고찰을 느린 호흡으로 이어갑니다. 또한 앞부분의 전쟁에 대한 묘사는 사실적이고 참혹하다면, 후반부의 묘사는 지극히 사색적입니다. 

전반부와 후반부를 좋아하는 독자의 성향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사색을 좋아하는 독자는 초반의 이야기가 고통스러울 것이고, 빠른 속도감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후반부의 사색부분에서 페이지가 멈출 듯 합니다. 화자의 회상을 통해 사색과 참상에 대한 묘사를 적절히 배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나는 악마도 영혼의 포식자도 아니다.

2부 악마(demm) 군인 중에서

02_ 전쟁이란 광기가 만들어낸 악마에 대한 이야기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는 1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알파 니아이는 어린시절 부터 알고 지낸 마뎀바가 중상을 당해 내장이 쏟아져 내리는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죠. 회복이 불가능 상황에서 세번이나 죽여달라는 마뎀바의 간청을 외면한 주인공은 친구가 고통스럽게 죽어간 상황을 자책하며 무의미한 복수를 이어갑니다. 

전쟁에는 다양한 적이 존재합니다. 말그대로 외부의 적, 내가 죽여할 대상이 존재합니다. 그 뒤에는 내부의 적이 존재합니다. 책 안에는 동료들에게 말도 안되는 지휘를 통해 적군에게 죽임을 당하도록 유도한 대위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무너져 내리게 만드는 내면의 적(이걸 내면의 적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이 존재합니다. 이 중 주인공을 가장 무너지게 만든 것을 무엇일까. 4부와 5부를 통해 주인공이 마지막까지 가지고 가려 했던 인간성과 전쟁이라는 상황의 극단적 대립이 한 청년의 삶을 어디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지 상상하는건 어렵지 않습니다.

먼 아주 아주 먼 곳으로부터 온 작은 목소리가 내게 말했다. 내 몸은 격투사의 몸이라고.

5부 나의 이름은 중에서

03_ 세네갈 출신의 군인과 답이 없는 신의 은총

이 책의 주인공 알파 니아이는 세네갈 출신의 군인입니다. 그는 전쟁 속에서도 차별을 받는 존재입니다. 처음 적군을 사살하며 영웅이 된 주인공의 살생이 반복되며 아군조차 그를 악마시 합니다. 알파 니아이가 악마가 되는 순간 드러나는 문장은 이렇습니다.

“저 초코렛 자식, 뭐지? 좀 이상하네.” 나처럼 서아프리카 출신의 다른 흑인 병사들은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역시 그들의 눈에서 읽었다. “세네갈의 생루이 근처, 간디올 Gandiol 마을에서 온 저 알파 니아이는 좀 이상해. 그런데 그는 언제부터 저렇게 이상한 놈이 된 거지?”

2부 악마(demm) 군인 중에서

초콜릿색 피부와 그의 출신이 백인 출신 병사와 그를 구분짓는 기준입니다. 정말 그는 악마일까요. 현장은 전쟁터이며, 타인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게 되는 공간입니다. 그저 그는 능력있는 병사였고, 먼곳에서 온 목소리를 그에게 말하죠. 그는 백인 병사보다 뛰어난 신체 조건을 지닌, 타고난 격투사의 몸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의 타고남은 피에서 피로 이어진 흑인의 피가 물려준 유산이기도 합니다. 

그가 악마화 되는 가운데 그들의 대화에는 신의 은총과 신의 진실로 말한다는 화자의 서술이 지속적으로 노출됩니다. 마뎀바가 세 번 죽여달라는 요청, 알파 니아이가 자른 일곱개의 손은 다양한 종교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쟁이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 속에서 신은 응답하지 않습니다. 신은 피해를 확인하는 존재에 불과하며 피해를 당하는 인간은 스스로를 지키는 신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사람을 죽이면 안되지만,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세상. 신의 부재 속에서 살생을 자행한 알파 니아이는 신의 진실로 정말 악마일까요. 아니면 그 상황을 만든 세상을 원망해야 할까요. 누구도 답할 수 없습니다.

나는 안다. 난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진 않을 것이다. 마뎀바 디옵의 죽음 이후, 난 내가 원하는 것만을, 나 자신만을 위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 높은 곳에 새겨져 있는 것은 여기 이 낮은 곳에서 인간이 쓰고 있는 것의 복사본에 불과하다.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신은 언제나 우리에게 뒤처져 있다고 생각한다. 신은 피해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3부 일곱 개의 손들 중에서

… 나는 안다. 나는 알고 있다. 난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첫문장, 1부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중에서

04_그의 영혼을 자유롭게 만든 것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는 감정적으로 복잡해 질 수 밖에 없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은 부재 속에 욕망에 순응하며 또는 살아남기 위해 상황에 대처하는 인간들이 존재할 뿐입니다.

주인공인 알파 니아이는 그 안에서 가장 인간적인 존재입니다. 그가 회상하는 첫 문장처럼, 그는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존재이며, 자신의 죄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책속에서 그는 신앞에 진실로 말하는 유일한 인간입니다. 왜곡없는 그의 서술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은 벌거벗은 채 신의 심판대 앞에 섰습니다. 모든 것을 부정해도 부정할 수 없는 유일한 진실은 전쟁은 결코 일어나선 안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그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을 정도로 자유로워졌다. 가장 인간적이어야한 그 순간에, 나를 비인간적으로 행동하도록 지시하는 그 목소리에 더 이상 복종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난 자유로워졌다.

1부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중에서

개인적으로 마지막 '나의 이름은'을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전쟁을 통해 갈가리 찢긴 인간이 다시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책에는 반복되는 문장들이 맞물립니다. 아래 문장이 가장 마지막 알파 니아이이자 마뎀바의 언어로 재현됩니다. 사실 두 사람이 아닌 제 삼자 일수도 있습니다. 혹은 전쟁을 통해 죽어간 무수한 이들이거나, 신의 다른 이름일수도 있겠죠. 그는 나이고, 나는 그이니 말입니다.

앞부분을 보았을 때는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가 전쟁의 참혹함을 드러낸 제목으로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5장 '나의 이름은'을 반복해서 읽다보면 원제 영혼의 형제가 전체의 내용을 아우르는 제목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나는 안다. 나, 알파의 영혼의 형제는 거기에 존재하지 않으면서 존재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깊이 생각하는 것은 이제 나는 나 자신으로 돌아가야 한는 것이다.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나는 안다. 나는 알파가 격투사인 자신의 몸속에 우정으로 내 자리를 배려해 주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안다. 알파는 내가 죽던 그날, 어느편에도 속하지 않는 속하지 않는 땅 저 깊은 곳에서, 내가 그에게 보낸 첫번쨰 소원을 들어주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어딘지 알 수 없는 땅 밑에서 혼자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맹세컨대, 내가 우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지금, 그는 나이고, 나는 그이다.

5장 나의 이름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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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 - 심리학, 경제학, 교육문화로 읽는 영화 이야기
이승호.양재우.정승훈 지음 / 청년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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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맞는 이들과 보는 영화는 무엇보다 즐겁다. 영화 해설서나 관련 유튜브에서 얘기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영화의 다른 시각과 깊이가 보인다. 

'영화는 두 번' 시작됐다. '처음 한 번은 극장 안에서, 그다음 한 번은 극장 밖에서'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쓴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 밖에서 시작되는 두 번째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나누는 이야기들. 영화는 끝났으나 심장 깊은 자리에 남는 여운, 그리고 영화를 곱씹으면서 더욱 깊어지는 해석까지. 이렇게 영화는 상영관을 나와서 기억과 이미지를 통해 끊임없이 재상영된다.

곱씹고 곱씹게 되는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들. '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에서는 자아 가족 사랑 인생 죽음 행복이라는 테마 아래 선정된 영화를 심리, 경제, 교육 문화 세 가지로 나누어 각 분야의 전문가의 시선을 통해 설명하는 비평서, 영화 평론 서적이다. 알고는 있었으나 설명은 되지 않던 시각들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정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어떤 부분은 잉? 할 정도로 전혀 다른 해석을 제시하기도 한다. 생각은 모두 다를 수 있다. 해석이란 개개인의 관점에 따라 공감과 해석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니 말이다.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보면서는 '인생'과 '죽음'편을 즐겁게 읽을 것이라 생각했다. 펼쳐보니 가장 흥미롭게 읽혔던 이야기는 '자아'편의 '트루먼 쇼'와 '인생'편의 '모던 타임스'였다. 책을 펼치는 순간 전혀 다른 이야기에 관심과 마음이 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나만의 영화 비평을 완성해 보도록 하자.

영화 두 번 읽기를 즐긴다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책이다. 관심 가는 영화가 있다면 더욱 즐거울 것이다. 영화 평론, 비평서를 좋아한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자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자아 편에서는 동주/ 트루먼 쇼/ 와일즈를 소개하고 있다. 와일즈를 빼고 나머지는 본 영화인데,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해 경제적 고민을 던져버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와일즈 해석이 너무 멋있어 나중에 한 번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와 교육/문화에서 동일한 시각을 전하는 걸 보니, 현대의 많은 이들이 자본을 쫓으며 자신의 꿈을 접고 있는 세태를 보여주는 듯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했던 것은 영화 동주였다. 교육 문화에서 시를 읽지 않는 사회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라는 해석이 있는데, 이 주제는 이창동 감독의 '시'에서도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구효서 작가의 원작 '동주' 역시 읽었기에 영화와 소설의 차이, 사회적 메시지 등을 비교하면 더욱 흥미롭다. 구효서 작가의 동주를 좋아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 이준익 감독이 만든 동주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구효서 작가가 시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한 반면, 영화는 한 개인의 내면을 다양하게 해석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준다. 많은 블로그 영화 유튜버들이 트루먼 쇼의 사회를 무섭다고 표현하나, 이 책에서는 SNS, 유튜브를 통해 우리는 이러한 관음 세계 속에 살고 있다는 해석에 놀라고 말았다.

우리는 누구나 보여지는 세상이 진실이라고 믿고 살죠.

트루먼 쇼 중 크리스토프의 대사

어려서는 마냥 재밌던 영화는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니 시각을 달리하게 되는데, 트루먼 쇼는 호러 또는 스릴러에 가까운 영화이 들었다. 소설 IQ84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은 여러모로 독특하다. 심리에서는 이 작품에서의 가장 큰 불화를 인간의 자유의지를 통해 설명한다. 

교육 문화에서는 관음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데, 교육 문화편을 읽으니 영화에 대해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스타/블로그/sns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사회, 우리는 나를 드러내는 걸 즐기고, 타인의 삶을 관음 하는 사회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개인의 사생활을 이야기하는데 거리낌 없는 사회. 그리고 이런 타인의 삶을 소비하는 사회. 단지 그것이 이상하지 않은 이유는 심리 편에서 설명하듯 자유의지의 차이이다. 트루먼은 비자발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나, 유튜버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의 강도가 다를 뿐 우리는 이미 '트루먼 쇼'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 가깝고도 먼

가족 편에서는 고령화 가족/ 인생은 아름다워/ 카모메 식당 세 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세 편의 영화를 모두 보았고, 고령화 가족은 천명관 작가의 원작까지 읽었다. 가족과 사랑은 보편적이어서 인지 예측 가능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고령화 가족에서는 영화 드라마에서 다루는 가족의 판타지, 막장 가족에 대해 열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다루는 가족에 대한 갈등은 나머지 두 작품에 비해 복잡다단하다. 가족이란 가깝고도 먼 관계이자, 어찌할 수 없기에 더 어려운 관계라는 문장이 공감이 갔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심리, 경제, 교육 문화 모두가 '아버지'의 부성애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아버지의 희생을 아버지가 남긴 선물이고 표현하는 조슈아. 영화에서 아버지가 남긴 선물은 제목 그대로 인생의 아름다움 그 자체였기에 글을 읽는 순간 코 끝이 찡해졌다.

카모메 식당은 프랜차이즈와 반대되는 슬로 라이프를 다룬 영화다. 교육 문화에서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들어 행복한 가정에 대한 설명을 한다.(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첫 번째 문장 : 행복한 가정의 이유는 모두 다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이 불행한 이유는 제각각이다.)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제시된 행복한 가정의 조건은 총 균 쇠로 이어져 조건을 찾아 나선다. 모든 가정은 각자의 사정을 갖기 마련이다. 결론적으로 행복한 가정은 불가능하단 소리가 아닌가.


사랑,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 그 어디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아쉬운 부분이 이 '사랑'편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 첨밀밀/ 오만과 편견을 다루고 있는데 보편적인 내용을 다루다 보니 나오는 이야기가 뻔하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나 '클로저'등 연애의 다른 면을 다루고 있는 영화를 다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말 이 책의 사랑편 영화 누가 선별했는지...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이 영화 선정을 한 건 아닌듯하다. 성의가 없어 아쉽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N포 세대의 사랑을 이야기한 것은 새로웠다. 단지 이 구구절절한 사랑이, 지금 세대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냐는 관점을 다루는 것이다. 세 편다 지고지순한 사랑 얘기를 선택한 게 미스라고 위에서도 적었는데, 저자들 역시 세태에 맞지 않는다 생각한 것 같다.

첨밀밀에서 유심히 볼 장면은 두 사람의 사랑도 있지만, 첨밀밀이 급변하는 홍콩 사회와 경제 파고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유사한 환경은 1980년 뜨거웠던 한국을 연상할 수 있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유튜버나 영화 비평가들이 공식처럼 다루는 첨밀밀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해석이 너무 뻔하고 식상해서 아쉬웠다. 

네가 그와 결혼 안하면 엄마와 의절하게 될 거고, 결혼하면 나와 의절하게 될 거야.

오만과 편견 중 미스터 베넷의 대사

최근 바닥을 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결혼과 출산율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경제적 문제와 문화적 문제, 많은 것을 포기하는 N포 세대의 삶. 현대인이 저마다의 어깨에 짊어진 짐은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를 넘어서는 듯하다.

인생,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

인생 편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를 다룬 것은 의아하다. 인생 편에는 일 포스티노/ 죽은 시인의 사회/ 모던타임즈를 다루는데... 세 편의 영화를 보면서 갸웃하게 된다. 이 영화가 정말 인생과 맞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일 포스티노 죽은 시인의 사회는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교육과 삶에 대한 이야기다. 삶에서 지식과 교육이 주는 영향과 이로 인해 바뀌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 포스티노는 이를 메타포와 은유를 통해 이야기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통제와 자유를 통해 이를 해석하는데, 이는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떠올리게 한다는 해석을 보고, 아 소리가 났다. 

모던타임즈의 해석은 뻔하면서도 새롭다. 산업화 사회 아래 녹아나는 우리네 인생, 삶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영화다. 동시에 게으름을 악이라 규정하는 사회. 모던 타임즈는 산업화 아래 소멸되는 인생에 대한 슬픈 거울이다. 의아한 얘기지만 절망에 빠진 주인공의 삶을 구원한 것은 사랑이다. 이 영화 '사랑'으로 가야 했던 것이 아닐까?

죽음, 좋은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

최근 20대의 고독사가 뉴스에 등장하곤 한다. 특수 청소라는 사람이 죽은 집을 청소하는 '죽은 자의 집청소', 20대 청년의 자살을 다룬 '가장 외로운 선택'에서 관련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 죽음이란 대체 무엇일까. 영화는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할 수 있을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미 비포 유/ 코코 세 편의 영화를 통해 죽음을 설명하는데 죽음 편의 영화 선정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미 비포 유는 좋은 죽음, 웰다잉, 존엄사 등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동시에 잘 죽는 것과 잘 사는 것이 동일한 의미라는 것을 설명하는 영화기도 하다. 일본 사회는 우리 사회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영화에서는 인간 소외와 연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위에서 설명한 젊은 청년들의 고독사를 떠올리게 한다. 어쩌다 우리네 삶은 이토록 외로워졌을까.

용서는 못하더라도 잊으면 안되잖아요

코코 중 미구엘의 대사

죽음 이후 기억을 통해 이어간다는 것, 그 의미에 대한 이야기는 책 당신이 살았던 날들에서도 소개하고 있다. 사회는 점점 각박하고 개인은 외로워진다. 때문에 가족에 대한 향수와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한 서사로 등장하게 되는 사회가 안타깝기만 하다.

행복, 어디에 있을까?

행복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단어다. 카모메 식당에서도 말했듯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불가능에 가깝고, 개개인의 삶이 행복하기 역시 쉽지 않다. 아주대 인지심리학 김경일 교수는 한국인은 욕심쟁이라 특히나 행복의 의미를 느끼기 어렵다 전한다. 이 쉽고도 어려운 행복, 행복의 조건은 대체 무엇일까.

꾸뻬씨의 행복 여행/ 행복을 찾아서/ 칠곡 가시나들이란 영화를 통해 행복의 의미를 되짚는다.

꾸뻬씨의 행복여행, 칠곡 가시나들은 행복의 비결을 설명하는 영화였다. 중요한 건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선결 조건인데... 쉽지 않다. 

행복을 찾아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자가 누리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앞의 두 영화가 소확행, 자본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행복을 찾는다면 이 영화는 철저하게 자본에 귀속된다. 경쟁 사회에서 끝끝내 살아남은 자의 행복. 이는 모든 것을 가진 자의 기쁨이니 부러울 뿐이다.

같은 영화지만 각자의 관심과 관점에 따라 기억에 남는 장면도 다르고 감동도 다르니까요.

프롤로그 중에서

주제마다 선정된 영화에 불만이 있지만, 누구나 알만한 대중적인 명작을 선정했다 생각하자. 아쉬움과는 별개로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새로운 관점과 이야기는 읽는 재미가 있고 영화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영화 한 편을 본 뒤 친구와 수다 떠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 달라는 책이다. 제목과 표지는 영화 이론서 같은 디자인과 제목이라 다음에는 접근성이 높은 디자인과 제목으로 출간하길 희망한다. 내용에 비해 표지가 거리감을 유발한다.

이미 본 영화는 그 의미를 한 번 더 환기 시키는 의미로, 보지 못한 영화는 새로운 작품을 소개받은 기분으로 접근하면 좋을 듯하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영화와 관련된 책과 이론들을 얕게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다양한 영화를 다양한 시각으로 다룬 책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나오길 희망한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84237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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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지적 교양을 위한 철학 수업 - 인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담긴 입문서
조이현 지음 / RISE(떠오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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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철학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인간은 고뇌할지라도 희망을 품어야 하고, 모든 것을 잃어도 희망은 놓지 않아야 한다. 이 문장처럼 이 고뇌에 대한 이야기가 철학이 아닐까. 답을 찾기 위한 고민, 바르게 살기 위한 고민,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고민. 모든 것이 삶이고 삶이 곧 철학이다.

'1일 1페이지 지적 교양을 위한 철학 수업'의 조이현 작가는 일상의 철학, 일상의 인문학을 보다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기술했다. 책에서 철학 이론도 철학자의 이름과 사상도 등장하지 않는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일상적으로 고민하는 사안에 대한 조언을 전하는 책에 가깝다.

1부에서는 시작과 끝, 2부에서는 채움과 비움에 대한 총 100가지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제목은 반대되는 두 개의 단어로 이루어졌다. 시작과 끝,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탄생과 죽음까지. 삶과 연결된 본질적인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철학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들에 쉬우면서도 공감과 교훈을 주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루에 한 장,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조언

인간의 본질과 통찰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나아갈 길과 해법을 제시한다.

기억은 깨달음을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망각은 교훈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들을 망각하면 망각해도 될 것들을 기억하며 살게 된다 중에서

책에서 가장 맘에 드는 문장을 찾을 수 있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은 자신과 닿아있기 때문이다.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가치와 철학 삶의 지혜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삶이 항상 즐겁고 기쁘기만 하다면 이 책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에는 반복적으로 고난이 찾아온다. 괴로움과 고통이 뒤따르고 실패를 하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까. '1일 1페이지 지적 교양을 위한 철학 수업'에서는 곳곳에 고통된 답을 내놓고 있다.

희망은 내면의 결핍을 보충하는 유일한 약이다.

희박한 가능성에서도 절박한 심정을 가지면 희망이 깃든다 중에서

그럼에도 희망이 있는 것은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다.

죽음은 산자의 예정된 길이며 삶은 죽음을 전제로 시작된다 중에서

또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결코 정성을 거두지 않는다.

정성이란 지극함으로 마음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중에서

N 포 세대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떠돌았다. 처음 연애 결혼 출산을 3가지를 포기한 삼포세대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끝없이 늘어났다. 직장, 집, 인간관계와 희망까지 모든 것을 포기한 청년들. 이런 청년 세대에게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시작부터 끝까지 곳곳에 녹아 있는 희망과 삶에 대한 온기는 결국 희망과 내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인간은 용서함으로 악을 선으로 이겨야 한다. 복수를 하늘에 맡김으로 손에 피를 묻히지 말아야 한다.

용서는 편협한 마음을 확장시키고 인간의 약한 부분을 강화시킨다 중에서

책에 모든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숙함을 가진 책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삶의 답을 찾아다닌다. 답을 찾기 위해 필요한 도구는 지식과 지혜이며 책에서는 무엇보다 지혜를 강조하고 있다. 지식은 글로 책으로 남기고 전달될 수 있지만, 지혜는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삶을 보다 풍요롭게 지혜롭게 바꿔나갈 수 있는 것. 이 책이 특히나 남는 이유다.

작고 가벼워 들고 다니면서 읽기 좋은 책이다. 하나의 이야기만 읽기엔 너무 아쉬워 오고 가는 지하철 속에서 한 권을 다 읽었다. 두고두고 되짚어 삶에 와닿는 가르침과 지혜를 얻는 것, 그것이 이 책과 함께하는 이유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83985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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