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_감상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가 출판이 된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왔다. 가장 먼저 드는 기분은 걱정이었다.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가 내뿜는 기운이 가히 신묘하기 때문이다. 30대이고 백수며 쓰레기인 삶. 어떤 자존감이면 스스로를 그렇게 낮출 수 있을까. 내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이들은 이를 불쾌하다 하고, 어떤 이들은 크게 공감하며, 어떤 이들은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말한다.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예상은 크게 다르지 않아 독립출판사에선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책은 출판사를 통해 출간이 되자 양극단의 평을 달리고 있다. 당연한 결과다. 이 책의 내용은 지극히 마이너적이다. 소수자의 삶을 다루는 책을 다수에게 공감하라는 건 쉽지 않다.
사람들은 사실 여부를 궁금해하지만 사실 이 책의 내용들이 진위 여부는 중요치 않다. 이 책을 읽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 이 책과 닮은 책을 생각하자면 '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이다. 천재들의 비참하고 밑바닥에 가까운 삶. 그 안에 불탔던 예술혼. 누군가가 살아가기에 지구는 너무도 차갑고, 어떤 이들에게는 죽을 만큼 괴로울 수 있다.
그렇다면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는 정말 불필요한 책일까?
이 책의 이야기들 중 어떤 부분은 어떤 이들이 한때 겪었을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았던 친구를 만났다. 아버지의 허리띠로 맞았다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그 애는 여자였다. 그 아이는 피해망상증 증세도 보였는데, 주변 사람들 누구도 공감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 아이를 피했고, 결국 그 아이는 고립되었다.
누군가는 외면하는 삶을 다루는 책. 메이저 출판사의 어떤 작가도 쓸 수 없는 밑바닥 중의 밑바닥에 대한 이야기다.(다른 의미로 황정은 작가가 떠올라 매우 괴로웠다.) 따라서 이 책은 메이저에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이 책을 지지할 소수자은 열광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다룬 책은 흔하지 않다. 어쩌면 이 책이 유일할 수도 있다.
정말 이러한 삶과 거리가 멀다면 책의 내용이 불쾌한 것은 당연하다. 맘에 들지 않는다면 책을 덮어도 좋다. 이미 말하지 않았는가. 이 책은 다수의 삶을 다루고 있지 않다. 한마디로 당신을 위해 쓰인 책은 아니란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