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 물리학자 김범준이 바라본 나와 세계의 연결고리
김범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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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_감상

물리학자들은 왜이렇게 로맨틱 한걸까? 5도씩 궤도를 벗어난 방식으로 말이다. 꼰대를 좌표로 설명하고, 새해를 통해 관성을 설명하는 낭만. 세월을 엔트로피로 설명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에는 범인의 눈으론 근접못할 물리학자의 낭만이 존재하는 책이다.

물리학자의 사고 체계를 다룬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물리이야기(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천문학자의 눈으로 우주와 세상을 엿본 '우주 상상력 공장'을 읽은 뒤 과학자들이 1도 또는 5도 정도 엇갈린 시각의 로맨티스트인지 알게 되었다. 그들의 독특한 시각은 꽤나 매력적이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를 추천하는 이유다.

모든 내용들이 과학과 물리학을 다루고 있진 않다. 어떤 부분은 꽤나 사회 운동가 같은 발언이라 놀라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연구만 하느라 세상에 대한 시각이 전무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생각보다 세상을 사랑하고,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 내 속에 있는 물리학자와 과학에 대한 편견이 부끄러워지는 책이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는 물리학자의 에세이, 단상집에 가깝다. 이런 책을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물리학의 딱딱한 이론들을 쉽게 이야기하듯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니 누군가가 물어보면 그 이론을 답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읽는데 무리가 없다.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우주의 막막함과 그 안에 놓인 인간 존재의 사소함을 대할 때면 나는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글귀를 떠올린다. 허공으로 가득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이성의 힘으로 스스로 깨달은, 우리가 아는 유일한 존재가 우리 자신이다.

원자에서 우주까지, 거의 모든 것을 이루는 중에서

02_ 책속으로

제목을 보면 물리학의 가장 작지만 중요한 존재 '원자'에 대한 이야기 인것 같지만, 마지막장까지 읽고 난 소감은 물리학 이론을 빌어 온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처럼 보인다.

1부는 '우리는 모두 우주에서 온 별의 먼지: 인간이라는 존재로 산다는 것' 편에서 '인간의 존재론','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루고 있다. 지금의 나와 십 년의 나는 같은 존재인가. 같으면서 같지 않은 나에 대한 이야기는 양자역학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인간과 알파고의 경기를 소개하면서 인간이 정말 진 것인가를 묻는다. 알파고의 뇌는 딥러닝이라 불리는 알파고의 학습법은 인간의 진화론 학습과정을 따 온 것이다. 그 뒤에 나오는 영화 블레이드는 인간이라는 존재와 무엇보다 잘 어울린다.

세상 모든 것은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진다.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원자들이 서로를 잡아 끌고 때로는 밀어내어 세상 모든 것을 만든다.

2부는 관계의 물리학이라는 시집에서 따온 제목으로 관계와 과학을 다루고 있다. 물리학의 중력 끌어당기는 힘은 관계와 매우 닮아있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밀려나는 반작용의 법칙은 어떤가. 물리학의 많은 이론들이 관계와 닮았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물리학이 세상을 읽는 학문이라는 학자의 말을 부정하기 힘들다.

3부는 보이지 않는 힘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힘은 공간이기도 하고, 신호이기도 하고, 미래이기도 하다. 영화 매트릭스가 나와서 흥미진진했지만, 개인적으로 매력적이진 않았다. 관심이 없어서 그런듯하다.

4부는 이성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다 성명하는데 복잡한 세상사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만드는 이야기이다. 기준과 법칙, 상식이라는 소제목을 통해 어떤 이야기인지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지식을 모두의 상식으로 만드는 과정'편을 즐겁게 읽었는데, '흔들려서 믿을 수 있는 것이 과학이다'라는 소제목은 과학자의 신념이 담겨있는 듯해서 더 멋지게 느껴졌다.

5부는 공존에 대한 이야기다. 2부와 비슷한 이야기가 다양하게 나온다. '자연은 공존하고 과학은 대칭이다' 그리고 물리학은 대칭이라 아름답다. 라는 정의를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론 숨은열을 설명하는 '평화, 연결의 구조를 바꿔 세상을 바꾸다' 편을 읽고 노력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그 노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100도씨의 물을 끓이기까지 많은 열에너지 숨은열이 필요하듯 말이다.

우주에 처음이 있어서 내가 지금 이곳에 있듯, 내 삶의 모든 처음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만 나아간다. 비가역성이 있어서 거꾸로 되돌릴 수 없다. 모든 처음은 다시 올 수 없는 우주적 사건이다.

시간의 화살 위에 점을 찍는 일 중에서

물리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는 논증을 통해 세상을 엿본다고 했다. 굳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물리학 이야기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물리학자의 말과 글을 통해, 그가 풀어놓은 과학이론과 엮는 세상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름답다. 무엇보다 매혹적이다. 물리학의 이론은 여전히 어렵고 알 수 없지만, 물리학자가 되고 싶다. 그 사고 체계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꼰대란 무엇인지도 물리학의 상관함수로 생각해볼 수 있다. 판단 기준이 형성된 시간과 공간상의 위치를 원점 (0,0)으로 정의하자. 시공간 위치가 원점으로부터 (t,x)로 떨어진 지금 이곳의 상황을 (0,0)에서 형성된 기준으로 판단하려 하는 것이 꼰대다. 원점과 (t,x)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상관관계가 줄어든다. 엉뚱하게 판단하면서도 스스로 옳다고 믿는 중증 꼰대가 된다.

꼰대, 지금 이곳의 좌표 중에서

03_읽고나서

최근에 읽은 과학서적은 무엇하나 뺄 것이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책들이 어떻게 내 손에 들어오게 됐을까? 이것이 무엇보다 큰 축복이자 아름다움이 아닌가 싶다.

이과, 과학적인 뇌가 없더라도 읽은 수 있는 과학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다. 학창시절 가장 힘들었던 과목이 수학과 과학이었는데, 사회에서 책으로 읽는 수학과 과학은 왜이리 재밌는지 모르겠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거대한 우주와 나를 둘러싼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원자의 세계를 상상하게 된다. 책 속의 이야기들은 일상을 다루고 있으나 하나 같이 과학적이며, 시와 같은 문장으로, 철학적인 사유를 다루고 있다.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삶에도 잣대가 있다. 우리는 각자의 잣대를 가지고 세상을 본다. 남의 잣대가 나와 다르면, 다름을 틀림으로 오해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내 잣대를 먼저 의심해보는 성찰적 회의도 중요하다.

04_책이 나에게

거대한 우주와 인간의 눈으론 읽히지 않는 미세한 존재를 생각하다 보면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고민거리가 생길 때마다 밤하늘과 그 뒤에 끝없는 우주를 떠올리며, 세상 그 큰 사고도 저 거대한 우주 아래선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던 말이 생각난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에서 소개하는 물리학과 과학 이론을 읽다보며 작고 작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이 한낱 작고 작은 미물이 지구라는 땅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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