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
이광식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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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가 왜 나는지, 아이들이 왜 태어나는지. 하늘에 왜 별이 있는지 모르는 삶은 거부해야 한다.이러한 것들을 모르고 살아간다면 모든게 무의미하여 바람 속의 먼지 같을 것이다.

안톤 체홉의 세자매 중에서

쉰 살, '천명天命'을 알게 되는 때. 천명이란 인생을 뜻하기도 하지만, 넓게는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우주의 섭리나 원리 또는 보편적 가치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 선조들은 천문대를 세우고 시시각각 변하는 별자리를 관찰했다. 우리 선조들에겐 하늘의 가르침이 그리 중요했다. 오늘의 우리는 어느날 문득 살게 된 우주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 책은 50대 이후 나의 존재를 우주의 흐름을 통해 알려주는 책이다. 50대라 고민했지만, 나라는 존재를 아는 것은 어느 순간이듯 필요한 것 같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모든 시대는 신 앞에 평등하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전 시대에 비해 훨씬 행복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일찍이 철학자들은 '왜 세상은 텅 비어 있지 않고 뭔가가 있는가' 궁금해했지만 그들은 끝내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전 시대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했던 우주와 만물의 기원을 알아냈으며 ,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그 근원점도 찾아냈다. 근본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모든 것이 그 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현대과학에 힘입어 우리는 우리의 출발이 그 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우주를 보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이처럼 우주는 나 자신과 뗄레야 뗼 수 없는 그야말로 근원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다.

우주를 알아가는 이야기. 우주의 역사를 논하는 이야기의 시작. 우주를 연구하는 역사와 우리, 우주의 근원이 되는 수소와 우리은하, 가장 특이한 존재 블랙홀과 태양계 이야기. 지구의 이웃 달과 우주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까지 우주와 시작과 종말, 그리고 삶에 대해 다루고 있다.

허블의 발견에 따르면, 우주 팽창은 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내가 만약 이웃 안드로메다 은하로 가더라도 마찬가지다. 그곳을 중심으로 모든 은하들은 나로부터 멀어져가고 있을 것이다. 우주의 모든 은하들은 이처럼 서로 후퇴하고 있다. 이 경우 은하들이 스스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우주팽창은 공간 자체가 팽창하는 것이기 때문에 은하 간 공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은하들은 늘어나는 우주의 카펫을 타고 서로 기약 없이 멀어져가고 있는 셈이다.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빛의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그러므로오늘 우리가 사는 우주는 어제의 우주가 아니며, 내일의 우주는 오늘의 우주와는 또 다르다는 얘기다.

우주의 신비로움과 함께 우주 속의 나를 알게 되는 시간. 처음부터 끝까지 신기하고 낯선 우주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쉽게 써져 있어서 상식을 키우는 의미로도 좋을 것 같다.


가장 서문에 나왔지만 의미가 남아 스티븐 호킹의 말로 끝을 맺는다. 하늘과 별 우주의 흐름을 중시했던 선조들에게 비해 우주불감증인 우리는 우주의 가치를 너무도 잊고 살아간다.

신비한 것은 세상이 어떠한가가 아니라, 세상이 존재한다는 그 자체다.

비트겐슈타인의 말

땅만 내려다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보라. 호기심을 가져라.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자. 상상력을 가지자. 삶이 아무리 어려워도 세상에는 해낼 수 있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일이 언제나 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스티븐 호킹의 말

넓고 넓은 우주, 그 안에 어느 날 살게 된 작고 작은 나. 이 작은 행성에서 아둥바둥 살다가 지치는 순간. 하늘을 한 번 바라보자. 지금의 고뇌는 죽을 만큼 힘들 수 있지만, 미래의 내가 본다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짧은 인생에 좋은 것만을 가져가도 부족하지 않은가. 보는 것만이 아름다운 우주가 아닌, 그 깊이까지 아름다운 우주의 신비를 통해 그 안에 살게된 나의 가치도 깨닫게 되길 바란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160084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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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심리학으로 말하다 1
얀-빌헬름 반 프로이엔 지음, 신영경 옮김 / 돌배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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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회 속에 떠도는 다양한 음모론과 그 뒤에 숨겨진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다. 외국의 음모론이지만, 그 내용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지구 온난화는 중국이 만들어 낸 가짜 뉴스다. 버락 오바마의 출신지는 케냐다. 백신 부작용을 제약회사들은 은폐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들이다.

그리고 9/11 사건 이후 생산된 다양한 가짜 뉴스들. 911 사태는 미국의 자작극이다, 혹은 배후 조종자다. 911 사건이 일어날 것을 알았지만 미국은 이를 방조했다. 여객기가 원격 조종되었다거나 로켓이 발사되었다는 등. 하나의 사건을 통해 다양한 음모론이 생산되었다. 이 음모론을 믿건 믿지 않건 간에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파급력은 적지 않다.

음모론은 어떤 사회적 배경으로 태어나 무언을 양분으로 자라나는가? 이 책은 사람들의 심리를 기반으로 한 음모학의 뿌리를 파헤친다. 표지에 나온 외계인 때문에 엑스파일 같은 책을 상상했기에 조금 실망인 감도 있지만, 다른 유용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이상한 일이다. 누군가 보기엔 분명히 황당무계하고 말도 되지 않는 사건들을 당연하게 믿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왜 이런 음모론은 믿는 것일까.

첫째, 음모론은 사람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기능적 인지 과정의 왜곡에 의한 것이며, 특히 패턴 인식과 행위자 감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아 어렵다. 쉽지 않다. 요약이 안되겠지만, 요약해보겠다. 책의 핵심 파악에 능통한 편인데, 이 책은 여러모로 힘들었다.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에 노출되는 순간 이 사건에는 행위자가 있다고 믿게 된다. 그 사건의 본질과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을 찾으려 하는 심리가 음모를 만들고 믿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둘째, 음모론은 집단 간 갈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첫 번째 주장만으로는 음모론의 모든 주장을 설명하지 않는다. 사람이 바보도 아니고 무턱대고 던져진 음모론을 믿지는 않을 것이다. 그 안에는 집단 간 갈등,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다는 점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어디에 소속되길 바라고 그 집단의 유지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 조직에 위해를 가하거나, 혹은 해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것이 음모론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믿게 되는 것이다.

셋째, 음모론은 강력한 이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옳고 그름과 종교 등 개인의 주관적 신념을 지니고 있다. 이 도덕적 판단은 사회적 규범이나 가치판단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이 타인과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한다. 그러나 공포나 불안은 사고를 경직시키며 대척점에 있는 주장과 사고를 배척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슬림과 관련된 많은 가짜 뉴스가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음모론은 누가 믿는 것일까?

음모론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그리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책에서 제시한 다양한 현상을 살펴보면, 인류 역사와 함께 음모론은 존재해왔다. 이것은 사회적 불안감과 함께 공존하는 것으로 삶의 한 측면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음모론 특히 '환경오염'과 관련된 음모론 등은 환경에 대한 관심을 줄이면서 사회에 해악을 끼치기도 한다.

현재 인류는 세계화 등의 영향으로 책임감 있는 해결책을 가져야 하는 중대한 사안 앞에 서있다. 포퓰리즘, 지구 온난화, 집단 간 갈등, 공중보건, 빈곤, 이민, 실업, 공공 지배 구조 등을 포함한 이런 중대한 문제들도 음모론의 대상이 된다. 이는 사회 발전을 지연시키고 일부는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음모론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각은 이 세상을 덜 강박적인 사회로, 좀 더 발전적인 시각을 가지도록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웠다. 귀여운 표지와 달리 만만치 않은 책이다.

일종의 보고서, 논문 같은 사회적 현상을 분석한 책이다. 친근한 사회현상과 예를 제시하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우선 현상을 구분하는 용어 자체가 딱딱하다.

안에 있는 내용은 너무도 알찼지만, 이 내용을 쉽게 풀어 대중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 아닐까 싶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15718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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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검색량 조회 전략으로 조회수와 방문자 늘리기 네이버 블로그 & 포스트 만들기 - 블로그 제작.운영, 콘텐츠 작성법부터 검색 알고리즘과 검색 엔진 최적화, 수익 창출을 위한 애드포스트까지 실전 블로그 마케팅의 모든 것
정진수 지음 / 한빛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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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다. 어느 정도 블로그를 운영한 이들보다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더 유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만든 블로그를 벤치마킹하여 주제를 선정하고, 어떻게 하면 방문자 수를 늘리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개정판이라고 하는데 그간 변경된 네이버 알고리즘을 담고 있는 듯하다. 제목 그래도 키워드 분석을 통해 네이버 조회 수와 방문자를 늘리는 방법들을 전반부에, 네이버 블로그를 구성하고 포스트를 만드는 방법을 후반부에 설명하고 있다.

키워드 분석, 알고리즘을 강조하기 때문인지, 제작방법만을 다루는 다른 책들과 달리 서치를 중요하게 본다. 1장은 어떤 블로그를 만들지 주제를 정하는 일이다. 선택한 블로그의 주제에 따른 특징들을 설명하고, 잘 만들어진 인플루언서들을 찾아 그들의 노하우를 분석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2장은 콘텐츠를 다루고 있는데, 1장과 2장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내가 운영할 블로그의 기획이다. 기본 구성이 탄탄해야 네이버 알고리즘이 상위에 올리기 좋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네이버는 다양한 주제를 이것저것 올리는 것보다 특화된 블로그를 장기가 운영하여 전문가적 블로그가 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유효한 키워드, 남들이 많이 찾아볼 키워드를 선점해야만 블로그가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방문자들이 블로그에 들어오는 순간 이 블로그가 어떤 블로그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운영하는 블로그에 공감하는 서로 이웃이어야 꾸준한 소통이 유지된다.

기획이 잘 갖춰져 있다면 3장에서 내가 만든 콘텐츠들이 빛을 발한다. 3장은 만든 포스트들을 상위에 노출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어렵다. 네이버 블로그의 알고리즘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3장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에게 효과적인 방법들을 많이 제시하고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블로그가 잘 크지 않거나, 방문자 수로 인해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듯하다.

4장과 5장은 블로그라는 집을 짓는 과정이다. 메뉴와 아이콘 배치를 통해 디자인, 레이아웃을 설정한다. 블로그가 집이라고 하면, 카테고리는 방, 콘텐츠는 방안을 채우는 가구에 가까운듯하다. 이왕이면 집이 예쁘고 동선이 편해야 좋은 집이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여기서부터 실무적인 방법들이 소개된다. 무수한 영어들. html이 나오는 순간 눈이 핑핑 돈다.


책을 읽으며 내가 만든 블로그를 고민하게 된다. 상위 노출을 하기 위해 키워드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네이버 알고리즘을 잘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절대 아닌듯하다. 그렇다면 지금 올리는 포스트들은 그저 팔 운동인가... 또 그것 역시 아닌듯하다. 블로그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읽은 책의 내용과 감상을 남기기 위함이다. 읽은 책의 발자취를 남기고 싶었던 것이다.

이왕 블로그를 하는 거 효과적으로 잘하고 싶은 사람, 단기간 성장시키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에 따르면 도서, 서평, 책 블로그를 하는 일은 단기간 성장에 효과적이진 않은듯하다 ^^;;;;

컴맹이라 책이 쉽지 않다. 다른 평을 보니 이 책은 좀 쉽고 체계적으로 설명한 책이라 한다. 밑바닥인 나의 지식이 문제인듯하다. 여러 번 되풀이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꽂이의 한편을 차지한 책은 블로그를 키우는 하나의 양분이 되어 줄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15099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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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 죽음의 미학, 개정판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이문열 엮음, 김석희 외 옮김 / 무블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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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세계명작 산책, 죽음의 미학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실려 이었고,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이 있었다. 각각 구매하기도 번거롭고 내가 좋아하는 이 책만 구매하고 싶은 못된 심보가 있었다. 그러던 중 두 작품이 함께 실린 선집이 있다니, 그것도 죽음이라는 이름 아래. 이 책을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책을 주문하고 받는 순간 악 소리가 절로 난다. 표지부터 너무 고급스럽다.

PU(인조가죽) 소재에 박으로 명암을 만들었다. 앤티크하고 고급스러운 책자. 톨스토이의 대표작 '이반 일리치의 죽음'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은 이미 소개했지만, 그 외에도 마르셀 프루스트와 헤르만 헤세, 잭 런던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건 맹장이나 신장의 문제가 아니야. 이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야. 그래 나는 떠나는 삶의 발목을 붙잡을 수가 없다. 그래, 나 자신을 속여봤자 무슨 소용이야.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건 모두 알고 있잖아. 나만 빼고는 누구한테나 명백한 사실이야.

이반 일리치의 죽음 중에서

'죽음도 끝났어.'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이젠 죽음도 없는 거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명백한 죽음.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인간. 이반 일리치라는 인간을 통해 정제된 언어로 톨스토이는 죽음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냉정하고 객관적인 죽음. 이 죽음이 무엇보다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모두가 겪게 될 하나의 의례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마지막의 죽음을 서술하는 담담한 문장. 담담한 죽음.

이반 일리치의 인생은 너무나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너무나 끔찍했다.

타인의 생을 통해서 도돌이표처럼 돌아오는 나의 삶, 나의 인생.

죽음은 또 하나의 성장,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끝

헤르만 헤세, 크눌프

"그래, 이제 더 탄식할 것이 없는가?" 신의 음성이 물었다.

"없습니다." 크눌프는 머리를 끄덕이며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그러면 모든 것이 양호한 거지? 제대로 잘 된 거지?"

"네, 모든 게 제대로 잘 되었습니다." 크눌프는 끄덕였다.

크눌프 중에서

기대했던 두 작품도 대단했지만, 내 마음을 찌른 한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이 작품이다. 이 책을 생의 전반을 다루고 있다. 방황하는 젊은 날과 종말을 이야기하는 마지막까지. 죽음을 앞두고 신과 크눌프가 나누는 대화는 구원의 어떠한 한 장면을 떠오르게 만든다. 신기하게도 그 제목은 '종말'이었는데 말이다. 이 종말 편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생은 항상 미숙하고 부족하기만 했다. 신은 그 안에 채워진 가치를 보라 말한다. 죽음의 종말이 기다리는 가운데 우리의 생은 왜 떠나고 또 떠나는가. 그리고 왜 우리 모두는 죽음이란 목적지로 향하는 것인가.

신이 없는 죽음, 가장 현실적인 죽음의 이야기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그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세상 전체를 합친 것만큼이나 드넓은, 그리고 거대하고 드높은, 햇빛을 받아 믿을 수 없을 만큼 하얗게 빛나는 킬리만자로의 네모진 정상이었다. 순간 그는 자기가 향해 가고 있는 곳이 바로 저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킬리만자로의 눈 중에서

조용필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모델이 되는 작품. 그 도입의 가사가 어디서 나왔는지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킬리만자로의 눈 처음을 보면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높은 정상에서 얼어붙은 표범으로 시작해서 끊임없이 먹이를 찾아 울부짖는 하이에나로 끝난다. 가수 조용필처럼 어느 것의 되고자 그 가치를 긍정하지 않는다. 심장이 뛰는 우리네의 삶은 어차피 하이에나의 삶을 닮아 있기에.

많은 이들이 헤밍웨이를 낭만적인 서사를 그리는 작가로 알고 있으나,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그는 무엇보다도 현실적으로 세상을 그려내는 작가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크눌프 두 작품 모두 죽음에 대한 낭만성을 가지고 있으나, 킬리만자로의 눈에는 신이 등장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고통과 하지 못한 일들의 아쉬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군인으로 전쟁에 참여했고, 많은 죽음을 본 작가는 죽음에 대해 무엇보다 현실적이다. 이 소설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소설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킬리만자로에 대해 계속 곱씹게 된다. 작가의 많은 작품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꿈과 이상이 있는데, 여기서는 그 킬리만자로가 그러한 이상향인 걸까. 그래서 표범은 죽더라도 고귀한 가치를 위해 킬리만자로 그 정상에서 얼어 죽었던 것일까. 알면서도 알 수 없는 부분은 직접 책에서 찾아보길 권한다.

여기에 실린 작품 중 작품 해설이 가장 멋졌던 작품이기도 하다. 제목부터 '신이 없는 죽음과 감추지 않는 주저 흥'이라니 표현 보소.


절판된 도서를 다시 다듬고 다듬어 낸 재판, 구관이 명관이라고 그 사이 고전들은 더욱 가치를 인정받아 공고해졌다. 재판이 되면서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인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이 빠졌다고 한다. 이해가 되면서도 아쉬운 일이다.

죽음은 비극이 아닌 미학이 될 수 있는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흐름이 아닌 인간이 연출하는 가장 신성한 의식이 될 수 있은가. 나는 이 책에 실린 내용을 전부 받아들이진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좋은 책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양상과 죽음의 받아들이는 태도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를 가진다. 고마운 일이다.

이문열 세계명작 산책은 총 10개의 주제로 그에 맞는 작품들을 실어서 기술하고 있다고 한다. 1편은 사랑, 2편은 죽음이었는데 사랑이란 주제가 그다지 와닿지 않아 보지 않았으나, 기회가 된다면 1편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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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 - 이야기로 만나는 23가지 한국 신화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5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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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신이 나오는 동화들을 꽤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우리나라 신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단군신화 외 창세신화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신하면 생각나는 건 염라대왕뿐이려나. 책 소개에서 나오는 말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우리나라의 신들을 모르는 것이다.

소개말을 읽으며 드는 작은 반성. 민화풍의 그림은 조금 촌스럽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최근 인스타를 보면 세련된 느낌의 민화들이 많다. 표지 일러스트 역시 화려한 색감이 감각적이라 맘에 들었고, 기억나지 않는 옛 설화를 다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서평단에 지원했다. 그런데 청소년 서적일 줄이야. 우리 신화를 읽는 것은 청소년뿐이란 말인가. 조금 실망했지만 글자가 커서 눈에 잘 들어왔다. 한 시간도 안 돼서 클리어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책.

최근 신과 함께, 도깨비 같은 웹툰 드라마, 영화의 영향인지 내용이 알차고 디테일하다. 항목이 더 세부적이고 디테일하면 좋을 텐데... 그러면 아이들이 지루해하려나... 너무 금방 읽어서 섭섭하기는 처음이다.

학생들이 읽는 책이라 그림이 많고 시원시원한 편집을 선보인다. 일러스트도 하나같이 너무 귀엽다. 두껍고 지루한 책을 읽다가 쉬어가고 싶을 때, 조금 색다른 책을 편하게 읽고 싶을 때 추천하는 책이다.

화려한 색감, 귀여운 일러스트와 편집만으로도 소장각인 책

사진이 많은 편집도 장점이다. 하나의 신마다 역사적으로 주목되는 다양한 이미지를 첨부한다. 위는 민화 이미지 아래는 조선시대에 만화에 실린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라고 한다. 옆에 살짝 보이는 가난한 농부가 백마 장군 신이 된 까닭이 궁금증을 더한다.

청소년 문학이다 보니 가장 큰 장점은 쉽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구성이 이모와 조카가 대화하면서 문답식으로 진행되어 구어식 문체라 읽기가 편하다. 단지 어린 조카의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어렵고 복잡한 상황들을 단순화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뒤주에서 죽은 사도세자가 단순히 악행을 저질러 뒤주에 갇혀 죽었다고 하기엔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빠져있는 내용들이 많다. 하나의 사건 안에 내밀하고 섬세한 부분들이 단순하게 지나가는 단점들이 보이나 사도세자가 전통 신앙 속에서 하나의 신으로 전해졌다는 건 알지 못했던 사실이라 더 호기심이 인다.

순식간에 지나간 이야기 속에서 23명의 토속신과 신화들을 만났다. 너무 짧아서 아쉽다고 느껴진 시간이었다. 신화란 우리의 근간 조상의 삶과 맞닿은 이야기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이런 신화가 대중적이지 못하다. 이런 신화와 이야기들 만화나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어 우리에게 더 친숙하고 익숙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1409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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