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좋아하지 않는 주제에, 여행 에세이를 계속 사서 본다. 다른 세상의 이야기란 새롭고 설레고 즐겁기 때문인듯하다. 박노해 시인의 사진과 글은 하나의 잠언집을 읽는 느낌으로 본다. 이병률 시인의 에세이는 논바닥처럼 갈라진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읽는다. 그런데 이 책 '낙타의 눈'은 조금 달랐다. 여행기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독특한 에세이다. 단순히 즐기기 위한 에세이라기보다는 그곳에서 장기간 생활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묻어있기 때문이다. 이걸 여행기라 할 수 있을까?
짧은 기간 여행이라면 언어에서의 낯섦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금 불편하지만 감수할 수 있다. 문화에서 오는 차이와 사고의 차이 역시 마찬가지다. 낙타의 눈은 타지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이 겪은 이방인에 대한 기록이다.
한국처럼 민족이 단일화되어 있어 다름을 느끼기는 쉽지 않은 문화와 사회를 이루고 있다. 그런 곳에서 작가가 깨닫는 이방인의 기록은 뭐랄까 외롭고 고독하고 생각을 하게 하고 이해를 통해 세상을 넓어지게 한다. 한마디로 사유를 깊어지게 한다. '낙타의 눈'은 매우 사색적인 에세이다.
정치, 종교, 역사, 문화,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300 페이지를 채운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차이를 깨닫게 하고, 세계를 넓어지게 하는 여행 에세이는 흔치 않다.
여행지 역시 사람들이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여행지와 다르다. 러시와와 남미, 노르웨이, 페테르부르크, 세상에 있는지도 몰랐던 카렐리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속의 낙타는 중동 사막의 낙타가 아니다. 동유럽의 낙타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모로 범상치 않은 에세이다. 사색의 순간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