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가드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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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3년 단편 소설을 안 읽었더니, 감이 떨어졌다. '라이프 가드'를 펼쳐드는 순간 부끄러웠다. 무언가 이야기하는 것은 알았으나 바다 위를 날아가는 나비의 꿈, 다양한 얼굴과 모습을 가진 바다, 제발트의 토성의 고리까지 책 속에 등장하는 상징의 의미를 엮는 것이 쉽지 않았다. 

책 속에서 나온 문장처럼 나이가 드니 집중을 요하니 '단편'을 잘 읽지 않게 되나 보다. 예전처럼 내용 파악이 쉽지 않다. 머리가 굳어가는 걸까.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한숨을 쉬게 되었는데, 최근 서평이 늦어진 건 이 '라이프 가드' 때문이다.

단정한 문장과 단정치 않은 상징과 사유들. 쉽지 않지만, 단단하고 무시무시한 깊이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깊이 있는 소설, 쉬지 읽히지는 않지만, 단단한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할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21년에 '다른 세계에서도' 22년 '유령의 마음으로' 이후 맘에 드는 책을 만났다. 

작가의 작품들이 하나 같이 평이 좋았다. 마윤제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 좋은 작품을 만나 기쁘다.

세상에는 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들은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도서관의 유령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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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제발트의 '토성의 고리'를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과 연결시킨 '도서관의 유령들'의 의미를 이해하면 전혀 달라 보이는 소설이다. 제발트의 토성의 고리는 매우 독특한 소설이다. 소설이지만 에세이에 가깝고,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 하며 개인의 사유를 따라가기도 한다. 동시에 다큐멘터리적인 느낌도 담고 있는 책이다. 제발트는 이 작품을 통해 사후 천재라는 평을 받지만, 이 책을 아는 이는 극소수다. 소설과 에세이, 픽션과 논픽션을 가로지르는 독특한 책을 통해 세상 어느 기준에도 속하지 못한 채 떠도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자신의 자리를 찾아 떠돈다.

'도서관의 유령들'은 고맙게도 이 책을 읽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라이프 가드' 속 주인공들은 다들 자신의 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진실들은 실제와 달라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흔들고 있다. 

'강' 속의 형은 동생을 끊임없이 질투한다. 동생은 형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리를 가진 이는 자리를 찾아 헤매는 이의 마음을 알리가 없다. 동생이 마주한 것은 자신을 집어삼킬 것만 같은 새까만 강.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을 마주할 뿐이다. 

거짓은 거짓이고 진실은 진실이었다. 천 번, 만 번이라도 거짓은 그냥 거짓일 뿐이었다.

라이프 가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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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가드'에서 진실과 거짓은 끝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이는 누군가가 숨기도 싶은 진실이거나 혹은 동전의 양면 같아 개개인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또 어떤 거짓은 개인의 죄를 담고 있기에 숨겨야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라이프 가드의 경우가 그랬다. 그렇지만 유지의 독백처럼 거짓은 거짓일 뿐이다. 

'조니워커 블루'처럼 어떤 진실은 진실임에도 거짓으로 매도 당하며 비난받는다. 사람들은 진실의 유무를 넘어 메신저를 공격하고 그를 죽음에 이르게도 한다.

과연 진실만이 가치 있는 것일까? '전망 좋은 방'은 진실의 가치를 되묻는 듯하다. 타인의 죽음이 나의 생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떤 이는 타인을 죽음으로 내몰며 생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전망 좋은 밤'의 가치는 한없이 쓰다. 

바다는 고요했다. 그러나 그 온유함에는 짐승의 발톱이 숨겨져 있었다.

버진 블루 라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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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 적자 생존의 치열한 삶, 이 안에 삶은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가? 라이프 가드는 역설적으로 생의 가치를 되묻는 것만 같다.

책 마다 검푸른 바다를 묘사하고 있다. 바다는 아름답지만 그 안은 매섭고 사람의 생명조차 빼앗을 위험을 숨기고 있다. 그것은 사람의 속내와 닮아 있기도 하다. 이 책에서 형의 악의를 검은 강과 매치시킨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으나 알고 싶지 않은 사람 깊숙이 숨어 있는 어두운 내면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가 그리는 바다 같아서 매력적이지만 가까이하기 어려운 면도 함께 존재한다. 작가는 상징과 설정을 촘촘하게 엮어 인간을 이야기한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9827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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