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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도서관의 일본문학란의 왠만한 소설을 다 읽었는데, 고이케 마리코의 책을 만난적이 없다고. 그녀의 책이 한국에 출간된 시기를 생각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녀가 펴낸 책의 리스트를 살펴보니 나오키 상부터 수상작은 무엇하나 읽은 것이 없다.
다만 그녀가 쓴 '괴담'을 읽은 기억이 있었다. 제목에 끌려 읽은 책이었으나 공포소설이라고 말하기엔 뭐한 소설이었다. 그렇다면 책이 별로였느나, 그것 역시 아니었다. 삶과 죽음 그 언저리를 묘한 분위기로 써내는 작가였다. 삶의 모순을 생의 스산함과 기묘하게 엮어내기도 했다. 별거 아닌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친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불안한 감정들, 별거 아닌 일들이 주는 묘한 공포감. 삶의 사소함 속에서 느껴지는 서늘함과 불안함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100자 평에 정성스럽게 쓴 문장이라는 글이 유난히 눈에 담겼다. 그 100자 평은 달밤 숲속의 올빼미 부터 시작해서 괴담까지 많이 읽지는 않았으나 그녀의 소설에서 느낀 감정에 적확하게 닿는다.
고이케 마리코는 글을 참 정성스럽게 쓰는 작가다.
표현하나 묘사하나하나를 신경써서 쓴다. 에세이를 잡문 취급하며 그냥저냥 넘기는 작가들도 많은데, 굉장히 정성들여 표현한다. 일본과 한국어가 주술구조라 번역시 문장의 구조가 크게 뒤틀리지 않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