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의 눈 문학인 산문선 1
서정 지음 / 소명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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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좋아하지 않는 주제에, 여행 에세이를 계속 사서 본다. 다른 세상의 이야기란 새롭고 설레고 즐겁기 때문인듯하다. 박노해 시인의 사진과 글은 하나의 잠언집을 읽는 느낌으로 본다. 이병률 시인의 에세이는 논바닥처럼 갈라진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읽는다. 그런데 이 책 '낙타의 눈'은 조금 달랐다. 여행기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독특한 에세이다. 단순히 즐기기 위한 에세이라기보다는 그곳에서 장기간 생활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묻어있기 때문이다. 이걸 여행기라 할 수 있을까?

짧은 기간 여행이라면 언어에서의 낯섦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금 불편하지만 감수할 수 있다. 문화에서 오는 차이와 사고의 차이 역시 마찬가지다. 낙타의 눈은 타지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이 겪은 이방인에 대한 기록이다. 

한국처럼 민족이 단일화되어 있어 다름을 느끼기는 쉽지 않은 문화와 사회를 이루고 있다. 그런 곳에서 작가가 깨닫는 이방인의 기록은 뭐랄까 외롭고 고독하고 생각을 하게 하고 이해를 통해 세상을 넓어지게 한다. 한마디로 사유를 깊어지게 한다. '낙타의 눈'은 매우 사색적인 에세이다. 

정치, 종교, 역사, 문화,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300 페이지를 채운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차이를 깨닫게 하고, 세계를 넓어지게 하는 여행 에세이는 흔치 않다. 

여행지 역시 사람들이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여행지와 다르다. 러시와와 남미, 노르웨이, 페테르부르크, 세상에 있는지도 몰랐던 카렐리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속의 낙타는 중동 사막의 낙타가 아니다. 동유럽의 낙타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모로 범상치 않은 에세이다. 사색의 순간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에세이다.

우리는 또한 낯선 곳에서 낯선 '나'를 만나는 여행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선태 문학평론가 추천사 중에서

개인의 관점에 따라 에세이는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유명 관광지가 아닌 지역민들도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상징물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시선. 누구나 알만한 장소가 위인이 아닌 해당 국가에서 존경받는 음악가와 화가, 예술가의 자취를 쫓는다. 궁궐 근처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의 일상과 중고시장을 이야기한다. 지극히 일상의 풍경들. 여행 에세이의 의미를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낙타의 눈에서 읽을 수 있는 가장 독특한 시선은 외국에서 만난 고려인의 이야기를 다룬 '자장가' 편이다. 담쟁이덩굴이 감긴 오래된 건물 사진과 그에 실린 나라의 익숙한 지명. 어색하지만 역사상 존재하는 우리의 이야기다. 우리의 역사, 국가가 잊었으나 우리와 피를 나눈 엄연히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낙타의 눈에서 떠오르는 하나의 단어는 디아스포라다. 유대인들이 전 세계에 군집을 형성하면서 만들어진 하나의 단어로 특정 민족이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형성된 하나의 집단을 의미한다. 파친코로 알려진 디아스포라의 컨텐츠는 보다 확산되고 있다. 책에서도 다룬 고려인의 이야기를 다룬 '헤로니모' 역시 디아스포라 영화였다.

저자는 서로 다른 국가와 문화를 떠도는 유목민이다. 그 문화를 이해하려 하지만 외지인은 외지인이다. 그런 저자의 시선에는 떠도는 민족들이 함께 와닿는다. 

내가 해외에 나가면 어떤 이야기를 다룰 수 있을까. 아마 여타의 여행객과 다르지 않지 않을까. 색다른 세계를 보여준 저자에게 감사하며 책을 덮는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986819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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