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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개정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리고 아미르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나 자신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연 날리고 평화롭던 카불은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은 그저 그 전쟁통을
피해 떠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정든 집을 떠나고 자신의 정든 고향을, 나라를 떠나야 한다.
물론 떠나지 않고 남을 수도 있다. 그래도 예전의 카불은 더이상 없다.
소련군이 물러나고 이제 다시 평화로운 나라가 되나 했더니, 다시 탈레반의 횡포가 시작된다.
소설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이게 진짜일까, 만들어 낸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제발 그랬으면 싶었다. 너무 끔찍하다. 돌로 사람을 죽이는 것, 살인에 아무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 살인을 목격하면서도 열광해야 하는 사람들.
나는 그런 것을 목격하지도 않고 또 그곳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늘 처절한 현실들을 읽을 때는 그때서야 감사함을 느낀다. 이 평범한 생활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것인지를, 누군가는 이 단순한 생활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자신의 잘못으로 그런 생활을 하게 된 것도 아닌데, 왜 그 책임을 져야하는 건지,
아미르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냥 그 곳으로부터 돌아섰다. 그리고 그 죄책감을 늘 가지고
살아간다. 그는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산을 쫓아버린다. 하지만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고 늘 마음 속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그런 아미르를 악하다고 탓할 수는 없었다. 나도 그 나이에, 그 곳에 있었다면
아미르처럼 하지 않았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기에, 그렇다고 죄책감마저 느끼지 않으며
이전과 똑같이 살아갈만큼 악하지도 않기에, 그래서 늘 마음 속에 돌덩이 하나를 두고
살아간다. 그 돌덩이를 애써 외면해가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소랍을 데리러 갈지, 아니면 이 마음의 짐을 계속 가지고 살아갈지
고민하고 아미르는 결국 소랍을 데리고 온다. 아세프와의 싸움에서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어지지만 그는 자신의 죄책감이 그렇게 부서지고 찢어감을 느끼며
오히려 홀가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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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하산이 아세프에게 당하는 것을 보고도 용기가 없어 그저 돌아선 아미르,
그 일로 인해 모든 것이 바꼇다.
아미르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려 했고, 그것은 하산을 쫓아내는 것이였다.
결국 알리와 하산은 하자라인이 사는 곳으로 떠나게 되고,
아미르는 해방되기 보다는 오히려 마음에 짐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아프가니스탄에 소련군이 쳐들어오면서 바바와 아미르는 미국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다시 생활을 시작한다.
소라야를 만나 결혼하고 작가로서의 삶도 살아간다. 그러던 중 라힘 칸으로부터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전화를 받게 되고, 아미르는 파키스탄으로
떠나 라힘 칸을 만난다.
그에게서 하산이 아미르의 이복형제라는 것, 그리고 하산이 카불의 집을 지키려다
탈레반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 그의 아들이 지금 카불의 어느 고아원에 있다는 것,
그 아들을 데려와달라는 것.
아미르는 혼란스러웠고, 자신의 가정을 져버릴 위험을 안고 카불까지 가야할지 고민한다.
옛날 하산에게 한 것처럼 그냥 떠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용기를 내어 카불로 떠난다. 자신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서둘러서,
이미 고아원에서 탈레반에게 팔려간 하산의 아들 소랍을 찾기 위해 아미르는 탈레반에게
가고, 소랍을 데리고 있는 그 탈레반이 옛날 자신과 하산을 괴롭히고 히틀러를 찬양하던
아세프라는 사실에 기겁한다.
아세프는 자신을 이기면 소랍을 데려가도 좋다고 하고 무자비하게 아미를 친다. 그의 놋쇠
장갑으로, 아미르는 온 몸이 부서져라 맞으면서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진다.
죄책감으로부터 점점 해방되어 간다.
그 옛날 하산이 아미르를 구해준 것 처럼 소랍도 새총으로 아미르를 구해주고 무사히
탈출에 성공한다.
아미르는 소랍을 입양하려 하지만, 서류상의 절차 때문에 힘들어지고 소랍은 그에
절망하여 자살을 시도한다.
다행이 목숨을 건지고, 그를 미국으로 데려가지만 그때부터 소랍은 침묵을 지켰다.
반항의, 시위의 침묵도 아닌 그냥 침묵,
배경처럼 그렇게 살아간다.
미국에 사는 아프가니스탄인 들끼리 모여 있는 곳에서 우연히 아미르는 연을 사서
옛날 하산과 그랬던 것처럼 연을 날리고 다른 사람의 연을 자른다. 그 모습에 소랍은
엷은 미소를 보이고 아미르는 하산이 자신에게 연을 주워다 준 것처럼 소랍을 위해 연을
쫓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