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밭 사람들, 그 후 20년 - 커피의 쓴맛이 시작되는 곳의 삶에 대하여
림수진 지음 / 그린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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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밭 사람들

 

2011년 열악한 환경에서 커피 따는 사람들 이야기를 읽고서 마음이 무거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마지막 부분에 축사에 깔린 기예르모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장면은 너무 걱정되어서 일이 손에 안 잡혔다. 그 당시 나도 엘레나, 기예르모 부부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잠시 고민했던 것 같다. 하지만 금방 잊었고 세월이 흘렀다. 몇 번 책장을 정리하다가 커피밭 사람들책도 사라지고 말았다.

커피밭 사람들, 그 후 20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책을 주문한 이유는 기예르모의 안부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커피밭 사람들도 또 구입했다.) 뭐에 홀린 사람처럼 책에 빠져들었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병든 닭처럼 졸다가 잠들기 일쑤지만 이 책은 읽을수록 정신이 맑아지고 심장은 두근거리고, 잠이 달아났다. 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카페인 효과가 이처럼 강력한 책이 또 있을까?

지구 반대편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커피 농장의 노동자들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가난해서 마음이 무거웠다. 저개발국가에서 농사만으로, 농장의 노동자만으로는 절대 풍족한 삶을 살 수가 없구나.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사는구나. 정말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하나’, 코스타리카에서 가장 비중 있는 경제활동이 커피 생산이라면 매일 서너잔의 커피를 소비하고 있는 나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커피 생산자에게 정당한 몫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법은 공정무역 커피를 소비하는 일밖에 없는가?(그것도 말이 많던데...) 코스타리카 커피 농장 노동자들은 공정무역이란 말조차 들어본 적이 없을지도. 전 세계 선진국의 커피 소비량을 보면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커피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도 향상되어야만 한다. 그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미국으로 건너가지 않아도 고향 산천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을 만큼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

담담히 전개되는 이야기는 얼마나 흡인력 있는지 최근 병적으로 짧아진 집중력이 갑자기 살아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저자가 중남미 산골짜기 커피밭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전해주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저자는 노벨평화상을 받아도 충분하다 하겠다. 누구라도 이 책을 읽으면 내 말에 공감할거다.

마지막 구절 이 세상에서 커피를 따는 이들의 삶과 이 세상에서 커피를 마시는 이들의 삶이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맺는다이 책을 권하는 내 마음도 이와 같다.


"이 세상에서 커피를 따는 이들의 삶과 이 세상에서 커피를 마시는 이들의 삶이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맺는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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