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박26일 치앙마이 불효자 투어
박민우 지음 / 박민우(도서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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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노애락애오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챕터마다 한편의 드라마, 시트콤을 보는 기분이랄까. 짠한 마음이 드는 게 사랑이라고 다시금 깨닫는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한 달을 여행하는 게 얼마나 고단한 일이겠는가? 굳이 경험 안해도 짐작된다. 부모님의 표정 하나, 말 한마디에 얼마나 몸과 마음이 동동거릴지. 알아서 이동시켜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풀 패키지 투어도 힘든 일일 텐데. 이런 성격(부모님 모시고 자유여행, 그것도 무려 26일, 한 달이라니)의 여행에서 그나마 덜 힘들이는 방법은 돈을 아낌없이 쓰는 -크고 작은 일들을 돈으로 해결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부모님은 돈으로 해결하는 일을 가장 반대하시니... 게다가 결정적으로 저자는 돈이 없다. 작가님이 엄청난 재벌이어서 돈을 공원의 스프링클러처럼 뿌릴 수 있는 능력자여도 박상원 아버지와 이명심 어머니는 저어하실 것 같긴 하다. 작가님과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1인으로서 작가님의 부모님을 보면 꼭 나의 부모님을 보는 느낌이다. 어릴 적에 어른은 큰돈을 막~~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오히려 돈 무서운 줄 모르고 우리 집 초등생 아이가 돈을 쓰는 데 더 과감할 때가 많다. 나고 자란 환경의 힘인가, 어떤 소비성향은 마음먹는다고 키워지는 일이 아니다. 큰돈이든 작은 돈이든 돈을 적재적소에 과감하게 잘 쓰는 것도 능력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는 글'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작가의 여행기를 전부 다 읽었지만 이번 책에서 유독 그런 느낌이 강하다. 행복한 가정이든 그렇지 않은 가정이든 누구나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있다. 피붙이라고 다 용서되고 해결되지는 않는 것 같다. 긴 세월 쌓인 상처는 긴 여행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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