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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생각 - 일제 강점기 동화집
강봉구 외 지음 / 작은숲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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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역사를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들의 미래가 역사 위에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뜻밖에 찾아온 일제 강점기 동화집을 읽게 되었다. 제목은 ‘일제 강점기 동화집<<오빠생각>>’이다. 강봉구, 배지연, 송현주, 이종석, 정윤영 다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마음을 담아 풀어낸 일제 강점기 동화, 잠시 과거로 돌아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이야기로 만나보자.
1. <오빠 생각>- 정윤영
언니가 정신대로 끌려가고 나서 이순이는 원하지 않는 시집을 가게 된다. 결혼 하지 않은 처녀를 마구잡이로 끌어가던 일본군을 피하기 위해서다. 남편은 이순이보다 두 살은 많은데, 서방님이라 부르기 보다는 오빠가 편해서 오빠라고 부른다. 전쟁 막바지에 일본은 조선의 젊은이들을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전쟁터로 내보낸다. 그렇게 오빠는 잡혀가고 이순이는 오빠를 생각하며 기다리는데••••••
2. <한복 입은 소녀들> - 배지연
경성에 살던 마사코는 경찰서장인 아빠의 발령으로 시골로 이사 온다. 심심하던 차에 만난 옥이와 친구가 된다. 마사코는 집에서 몰래 빠져나와 한복으로 갈아입고 옥이와 논다. 옥이 아버지는 신식학교 선생인데 서당에서 한글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잡혀가게 된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옥이는 정신대가 뭔지도 모르고 자원하게 되고 혼자 남게 된 마사코는 심심한 게 싫어서 함께 가기로 하는데••••••
3. <미역국> - 송현주
엄마가 보고싶다고 떼를 쓰는 동생 손을 잡고 엄마를 찾아 일터로 가는 우애. 일터 곳곳에서 채찍 앞에 허리 한 번 펴 보지 못한 마을 사람들 그 가운데 만삭인 엄마도 아빠와 모내기를 하고 있다. 마름 칠성 아재와 하시모토의 채찍 앞에 누구도 쉴 수가 없다. 엄마가 출산을 하자 하시모토는 미역을 보낸다. 출산을 하고도 산후 조리는커녕 바로 일터로 불러내려는 속샘이다. 그런 엄마가 안쓰러운 우애는 너무 마음이 아픈데••••••
4. <하얀 손수건> - 강봉구
해방이 되었다. 징용 갔던 이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는데 봉구 아빠는 아직 소식이 없다. 병창 아버지 편에 돌아온 하얀 손수건을 들고 봉구는 매일 아빠를 기다린다. 봉구는 대합실에서 속으로 좋아하는 정자를 만나게 된다. 정자는 자기 얘기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봉구는 손수건을 건낸다. 아빠를 만난 정자가 손수건까지 가져가 버리자 손수건이 없어서 아빠가 못 돌아오나 싶어 속상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봉구에게 상자 하나가 전해지는데••••••
5. <청산리로의 소풍> - 이종석
준이는 친구들과 청산리전투 기념관에 갑니다. 그 곳에 있는 전봉준 장군 동상에서 나오는 푸른 빛에 빨려 들어가 청산리 전투 현장으로 가게 된다. 타임머신을 개발한 일본이 청산리전투 역사를 바꾸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데, 준이 아빠가 그 계획을 막는 비밀 요원이다. 준이 아빠는 우리 역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일본이 쌀을 수탈해 갔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 시대의 민초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미역국>에서는 우리의 강산을 빼앗기고 노동력을 빼앗기며 온갖 박해를 받으면서도 꿋꿋이 버텨낸 이들의 이야기를 우애네 가족을 통해 잘 보여준다. 출산의 고통과 회복의 의미가 담긴 미역국을 소재로 써서 서민의 애환을 대변하니 더 마음이 아팠다. 누구나 출산 후 당연히 먹는 것이 미역국이다. 끓일 미역조차 없어서 하시모토가 주는 미역으로 국을 끓여내는 우애의 마음은 어뗗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더군다나 생명을 생산해 내는 고귀하고 숭고한 일을 하는 여성을 단순한 노동력으로만 보는 것 자체에 화가 났다. 일제 강점기, 어쩌면 어떤 희망도 없었고 아무 힘도 없었던 그네들의 삶이 아프게 다가왔다.
다섯 편의 단편에 가슴 먹먹한 역사가 들어 있다. 내 시어머니도 처녀공출을 피하기 위해 일찍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설마설마했다. 역사는 어렵다며 등을 돌리고 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한 편으로는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어려운 역사를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모르겠어서 답답했다. 그런데 이러한 아픈 역사를 동화로 풀어냈다 하니 내심 궁금하고 반가웠다.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역사를 배우게 될 거 같아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일제 강점기 동화집 <<오빠 생각>>은 우리 모두가 꼭 읽어야 할 동화다. 역사 수업에서 배웠던 사실이 오늘을 사는 우리처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로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강제징용, 성노예로 끌려간 소녀들, 해방 후에도 돌아오지 못한 우리의 아버지, 오빠, 동생들의 이야기. 과거로 가서 역사를 지키고자 애쓰는 이야기까지. 짧은 글 속에 담긴 각각의 등장 인물들의 간절하고 애절한 마음이 전해왔다.
오늘날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역사를 제대로 알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역사동화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가 직접 그 시대를 살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그 시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일본의 만행을 하나 둘 알아 갈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그 시절의 이야기를 읽으며 기억하고 슬퍼하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귀한 일제 강점기 동화집 <<오빠 생각>>을 읽고 감상을 나눌 기회를 주신 작은숲출판사에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