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은 탐정의 부재
샤센도 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낙원은탐정의부재 #샤센도유키 #김은모 #블루홀식스 #블루홀6 #미스터리소설 #장편소설 #추리소설 #서평단 #신간도서 #협찬도서 #추천도서 #특수설정미스터리 #장르소설 #탐정 #지옥 #천사

☆굉장히 새로운 소설을 만났다. 최근일본에서 유행하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라는 장르다.
특수 설정 미스터리란 SF나 판타지, 호러 같은 요소를 도입해 현실 세계와는 다른 특수한 규칙을 설정하고, 그 규칙에 입각해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미스터리 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샤센도 유키는 하루에 한 권, 3년에 천 권의 책을 읽고 한 달에 25만 자를 집필한다고 한다. 이것만 봐도 벌써 와~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일본 소설을 좋아해 조금씩 자주 읽고 있었지만 처음 만난 작가와 낯선 장르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낙원은 탐정의 부재'라는 제목부터 어떤 소설일지 궁금해진다. "사람을 두 명 이상 살해한 자는 '천사'가 지옥으로 심판한다!" 는 문구는 호기심을 넘어 꼭 읽어보고 싶게 한다.
천사가 강림한다는 설정에서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 아름답고 고귀한 천사 모습을 상상한 나는 처음부터 충격이었다.
천사에 대한 외모부터 상상을 벗어난다. 가장 아름답고 선할 것이라 여겨지는 천사의 모습은 더할나위 없이 흉측한 모습이다. 조류처럼 깃털이 빽빽이 덮여 있는 게 아니라 뼈대가 불거진 잿빛 날개였다. 그 시점에서 인간은 그 모습에 묘한 혐오감을 느꼈다. 거무죽죽한 혈관이 비쳐 보이는 형상은 박쥐 날개와 비슷했다. (p.21)
둘을 죽이면 지옥으로 끌려가는 천사 강림의 세상에 연쇄살인범은 사라졌다. 그러나 둘은 안되지만 한명은 되고, 무차별 테러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죽이는 사건이 계속된다.
이 책의 주인공은 탐정 아오기시다. 천사 강림이 있기 전까지 탐정사무소 직원들과 멋지게 일을 해나갔다. 무차별테러로 탐정사무소 직원을 잃게된 아오기시는 절망에 빠지고 동료들이 천국으로 갔으리라고 믿고 싶고 확인하고 싶다. 그런 아오기시에게 천사 숭배자이자 사업가인 쓰네키의 도코요지마섬으로 초대한다. 아오기시는 그 답을 찾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 가게된다.
천사가 강림하면 선한 사람은 축복을 받고, 악한 자는 지옥이라는 벌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신은 비웃기라도 하듯 누구든지, 실수든 고의든 둘을 죽이면 지옥이라는 규칙은 지켜진다. 선과 악. 천국을 바라는 사람에게 천사들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아오기시도 답을 구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다.
도코요지마섬에는 섬의 주인 쓰네키 오가이, 국회의원 마사자키 구루히사, 천국 연구가 아마사와 다다시, 기자 호지마 쓰카사, 사업가 소바 유키스기, 쓰네키의 주치의 우와지마 가나타, 불청객 기자 후시미 니코, 저택 메이드 구라하야 지즈사, 저택 요리사 오쓰키 도루, 저택 집사 고마이 미노루, 탐정 아오기시까지 열한명이 모였다. 겉으로는 상류층 인사들의 모임 같아 보이지만, 그들이 숨기고 있는 추악한 욕망은 도코요지마섬에서 살인사건을 일으킨다. 섬에 갇혀 일어난 살인 사건은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명을 죽이면 지옥행이라는 규칙을 믿고 안도한다. 하지만 연속으로 일어나는 살인에 아오기시는 탐정으로서 사건에 임한다. 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 아오기시는 동료를 잃은 절망감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이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신도 천사도 돕지 않지만 정의를 위해 아오기시 스스로 맞선다.
현실에서도 가끔은 선한 사람에게 닥친 불행을 보면서 신은 정말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선한 자를 돕지 않고 악한자를 벌하지 않는 신에게 화가 날 때가 있다.
인간의 고민 앞에 신은 답을 주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도 계속 묻는다. 왜 악인은 벌을 받지않고 억울한 사람에 대한 보상, 천국은 보여주지 않는가?
결국 천국은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 아오기시를 통해 희망을 보게된다. 선한 동료들의 죽음앞에 탐정이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끼지만 사건을 해결해 가며 탐정으로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고, 탐정만이 할 수 있는 일, 정의를 실현하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신은 신의 영역이 있고, 천사는 천사들의 역할이 있고 아오기시는 탐정으로서의 역할이 있다. 천사가 강림한 낙원 아닌 낙원에서 절망에 빠졌던 탐정 아오기시의 활약이 기대된다.

나 역시도 힘들 때 신을 원망한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전가 시키고 싶을 때 가장 쉬운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신은 인간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한문장>
p.18 정의의 사도로서 탐정이 할일은 이 세상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p.21 천사의 얼굴우 대패로 깍은듯이 평평해서 표정은 커녕 눈코입도 존재하지 않았다. 표면은 거울처럼 맑지만 아무것도 비치지 않고 빛조차 반사되지 않는다. 만지면 딱딱한 감촉의 얼굴은 무슨 도구를 사용하든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p.231 인간을 심판하는 것이 천사의 역할이라면, 탐정의 역할은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p.311 탐정의 역할은 사건에 휘말린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거에요. 그러니 천사가 있어도 탐정은 무용지물이 아닌거죠.
p.342 난 탐정이야. 누군가를 심판하는 역할이 아니지. 수수께끼를 푸는게 내 일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라고.
p.346 낙원은 탐정이 없는 곳이다
p.399 천사의 강림으로 세상이 뒤바뀌었지만, 그래도 인간은 살아가야 한다. 원래부터 그런 생물이다. 세상이 뒤바뀐 이유를 찾기보다 바뀐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만이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 아닐까.


@블루홀식스 에서 좋은 책 보내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