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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ㅣ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평점 :
365일을 읽는 두가지 키워드
이건 범죄 아니야? 그러나…궁금해!!
실제로 365일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납치를 미화한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고 들었다. 나 또한 '웹소설 스러운' 혹은 '야동' 의 소재로 나올 법한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 했다. 이게 넷플릭스에 나온다고? 하는.
"폴라드로 돌아가고 싶어요. 제발 나를 집에 보내줘요,"
마시모는 다시 소파에서 일어나 벽난로 쪽으로 다가갔다. 꺼져가는 불꽃의 은은한 빛은 방 안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그는 한 손으로 벽을 빛은 채 이탈리어로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깊은 한숨을 쉰 다음 다시 나에게 돌아와서 대갑했다.
"안탑깝게도 앞으로 365일 동안은 그럴 수 없어. 1년간 날 위해 희생해 줘야겠어. 네가 나를 사랑하도록 온 힘을 다해 뭐든 할 거야. 만약 네 다음 생일까지도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보내줄게. 오해하지 마. 이건 제안이 아니야. 넌 거부할 수 없어. 이건 통보야.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알려주는 것뿐이야. 물론 나는 너를 건드리지 않을거야. 네가 원치 않는 일은 안 해. 네 의사에 반하는 일은 시키지도 않을 거고. 혹시 무서워 할 까봐 말하자면 널 강간하지 않을 거라고. 넌 내 천사니까. 널 이 세상 누구보다 존중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 너는 내 목숨만큼 소중하니까. 내 거주지 안의 모든 것은 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주지. 개인 경호원도 붙여줄게. 통제 하려는 게 아니야. 안전을 위해서지. 경호원은 직접 고르게 해주겠어. 내 모든 재산을 쓸 수 있게 될 거야. 널 가둬 두지도 않을 거고. 만약 이 집을 나가서 클럽 같은 곳에 가고 싶다면 막지 않을-"
나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설정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환상속에서 본 여자였다는 이유로 마피아 보스가 납치를 해서 365일안에 나에게 사랑에 빠지게 만들겠어, 그 뒤에도 내게 빠지지 않는다면 돌려 보내줄 게 라는 협박이나 하니까 말이다.
물론 위의 옮겨 놓은 소설 속 대사에서도 알 수 있지만, 365일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마시모는 눈빛부터 몸, 하는 행동까지 섹시하다. 그리고 돈도 엄청나게 많아서 예전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재벌 2세들이 많이 하는 그 놀이. 착하고 가난한 여주한테 백화점 놀이 시켜주는 장면도 나온다.
그래도 납치인데? 이렇게 불편한 설정인데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을까를 하다가, 웹소설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생각이 났다.
웹소설 특히 로맨스 분야는 독자가 '대리만족' 을 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금 내 옆에서 실제 남편이 다정하게 발 마사지를 해 주고 있어도, 핸드폰 안 웹소설 속 그 남자는 여자에게 까칠하고 도도하게 구는 나쁜남자를 원한다고. 그 나쁜 남자가 여자 주인공에게 사랑에 빠지고 위기를 겪고, 사랑의 결실을 이루는 모습에서 잠시 그 소설 속 여자가 되어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365일'의 인기를 설명 할 수 있지 않을까. 현실 속 나는 마피아한테 납치 당해 강금당하는 위기에 속하고 싶지는 않지만 소설과 영화를 보며 매력적인 마피아 보스에 맹목적인 사랑을 받으며 그가 나에게 주는 부를 누리는 삶에 대한 호기심과, 잠시 여자 주인공이 되어 버린 대리만족을 체험하는 시간 말이다.
물론 나 또한 불편한 설정이었지만 궁금한 마음에 혹은 눈이 튀어나올 만큼의 야한 장면 때문에 영화를 끝까지 시청했고, 소설에서는 어떻게 이 장면이 묘사가 되었을까 하는 마음에 책을 집어 들었다.
욕망에 눈을 뜨는 시간
'여성의 인권을 무시하는 영화'라는 설정이라는 평이 있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 작품의 관점 포인트는 '한 여성이 자신의 욕망에 눈을 떠 가는 과정' 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번씩 봤던 야동과는 다르게 이 소설은 철저히 여자 주인공인 라우라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라우라의 몸에 대한 묘사보다, 남자 주인공 마시모의 몸에 대한 묘사가 많았고, 또 잠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전 남친 때문에 혼자 자위를 하며 욕구를 풀던 그녀는, 마시모와의 잠자리에서는 대담하게 자신의 요구를 말하고 실현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잠자리에서 손만 까딱하면 사람 목숨쯤은 간단하게 없애버리는 포악한 마피아의 보스 마시모를 휘어잡고 리드한다.
납치되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녀는 자신 속에 존재한 본능을 발결한 것이다.
[주의]
수위를 많이 낮추어 선택했지만, 소설 내용이 내용인 만큼 옮겨 놓은 내용이 야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위의 여자 주인공 라우라의 성적욕망에 대해서 표현하기 위해 옮겨 놓았습니다.
*
마시모 쪽으로 돌아서자 벽에 팔을 짚고 선 그의 모습이 보였다. 벗은 몸 위로 물줄기가 여러 갈래로 흘러 내렸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잘 그을린 다리와 아름답고 늘씬한 엉덩이, 복근까지, 정말이지 완벽한 몸매였다. 이토록 완벽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엄청나게 운동을 했겠지. 이게 그 대단한 결과고.
이리저리 해매던 내 눈길은 결국 특정부위에 꽂히고 말았다....
중간 생략 (특정부위…의 묘사가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기를. 일단 뭐 므흣합니다)
가슴이 미친 듯이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어쩌자고 같이 씻는 걸 승낙 했을까 후회하며 그 순간의 나를 마구 욕했지만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싫다고 해봤자 분명 소용없을 것이다. 내 몸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고, 온 몸의 세포가 그를 간정하게 만지고 싶어 했다. 나는 입술을 핥았다. 저 남자의 분신을 입에 머금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
마시모는 달콤했다. 그의 피부는 부드러웠고, 온몸에서 뜨거운 밤의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나 역시 처음 봤을 때부터 마시모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나의 이상형인 니 남자자를 마음껏 맛보고 싶었다. 그게 바로 지금이야. 너무 즐거워. 그리고 내 마음 또 다른 구석은 마시모에게 뭔가 증명해 보이고 싶어했다. 그를 입안에 머금고서 꽉 잡아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나는 속도를 높였다. 그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난 그 점을 알았고, 마시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가 천천히 하도록 막으려 했지만 난난, 그렇게 놔두지 않았다.
"너무 빨리 하지는 마."
그는 나지막하게 경고했지만 나는 무시했다.
*
"환상 속에서 널 봤을 때, 섹스장면은 없었나요?"
" 네가 잠자리에서 어떨까 상상한 적은 자주 있지ㅣ. 하지만 하는 쪽은 언제나 나였어. 그 반대 상황은 없었다고."
나는 그에게 다가가 턱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손으로 그의 고환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뭐 이게 내 모습인 걸 어떡해요. 가끔 나도 주도권을 쥐고 싶을 때가 있단 말이예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요. 자주는 아니니까. 보통 나는 아래에서 우는 걸 좋아해요. 변태도 아니고요. 그냥 취향이 좀 괴팍할 뿐이지. 그 둘은엄연히 다르다고요."
"자주는 아니라면야 나도 할 만한 것도 같고. 그리고 네 생각은 틀렸어. 베ㅣ이비 걸."
그는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넌 변태가 맞아. 그것도 아주 문란하고 뼛속까지 타락한 변태야. 그리고 참으로 고맙게도 내 것
짧은 감상평
내가 사용하지 않으려는 말 중에 '여성스러움' 과 '남성스러움'이라는 단어가 있다.
저 단어에 속해 있는 역할에 대한 강요와 고정된 이미지를 생각하면 쓴 웃음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에서나 실생활에서나 많이 듣는 말이기도 하고,
심지어 칭찬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니 문제다.
(심지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조차 알게 모르게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오늘 내가 읽은 '365일'에 여주인공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여성스러움이라는 이름 때문에
자연스러운 욕망을 누르며 혹은 애써 무시하며 살았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욕망에 대해 말하고 요구하는 것은 '여성스러운 행동'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여기며 했던 것들.
요즘은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곳에서 여성에 시선에서 그려지는 소프트(?)한 은유와 은근함
그리고 감각적인 드라마가 인기라고 한다. 그만큼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를 바라며.
29금 넷플릭스 드라마 365일을 좀 더 감각적이고 선명하게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365일 소설을 읽어 보기를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