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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 인간의 본능을 사로잡는 세계관―캐릭터―플롯의 원칙
전혜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어쩌다 보니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관련학과를 나온다거나 그렇다고 작법책을 엄청 많이 읽었다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이야기를 진행할 때마다 막막할 때도 있고 또 어찌어찌 쓰기는 했지만 이야기가 내 의도대로 잘 진행 되는지 재밌는지, 의문이 들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작법책을 한 번씩 뒤적 거리곤 했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와닿는 작법책은 많지 않았다.
내 고민과는 다른 이야기를 할 때가 많았고, 한국형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만난 책이.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였다.
그러면 지금부터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아보자.
1부. 인간은 왜 그런 이야기를 쓰는가.
p 37
만사에 인간관계가 들어맞는 개연성이 있기를, 세계관에는 당위성이 있기를 갈망하는 것은 인간만이 느끼는 욕구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침입자 뻐꾸기에 떠밀려 둥지에서 떨어져 죽는 새끼 오묵눈이도, 교미 직후에 잡아먹히는 수컷 사마귀도, 뱃속에 품었던새끼에게 자신을 먹이로 내주는 암거미도 삶이 왜 이래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습니다.
운명의 화살을 왜 내가 맞아야 하는지 왜, 나만이 불공평한지 묻지 않지요. 오로지 인간만이 자연의 엄혹하고 냉정한 방식에 의문을 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원인을 찾으려 합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세상의 진리와 질서를 깨닫기를 원합니다.오로지 인간만이 세계가 왜 이래야하는지 알고자 합니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삶이 지닌 의미를 추구 해야 하는 신념을 찾고자 합니다.
->저자는 말한다. 만사에 인간과계가 들어맞는 개연성이 있기를, 세계관에 당위성이 있기를 갈망하는 것은 인간만이 느끼는 욕구라고. 그래서 갑작스러운 재난을 맞거나 불행을 맞았을 때, 그 원인을 신이나 권선징악에서 찾아 그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생각해보면 오늘의 운세나 사주팔자 같은 것을 보며 요즘 내게 나쁜 일이 일어난 것은 정해진 운명 때문이라고, 나쁜 일을 저지른 사람은 언젠가 그 일을 돌려 받을 거라고 믿기도 한다. 사실 나쁜 일을 한 행위와,나쁜 일이 일어 나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는데 말이다. 결국 인간이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 한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일 속에서 당위성과 개연성을 찾는 인간의 본능 때문이 아닐까.
P 86
'내게 마땅히 주어져야 했지만 부조리한 현실 때문에 박탈 당했던 무언가를 회복하고자 하는 이야기' 를 인간은 사랑해왔습니다. 인물의 결핍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죠. 그리고 그 결핍된 것이 바로 작가의 메시지입니다.
-> 단순해 보이지만 대중에게 사랑했던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면, 위의 상황에 꽤 적합하게 맞는다.그게 돈 이든, 부모님의 사랑이든, 아니면 연인의 사랑이든 결핍을 느낀 주인공이 그 결핍으로 인해 부조리한 현실을 맞고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움직이는 이야기. <재벌집 막내 아들>부터 <오징어 게임>까지. 주인공의 결핍이 단지 소재가 아니라 이야기의 시작이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부 모든 이야기는 결핍에서 시작된다.
P 91~P 92
(1)동그라미는 자신의 조각에서 잃어버려서 불행했다. 그래서 조각을 찾기로 하고 길을 떠난다.
(2) 동그라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고난이 닥친다. 덥고, 춥고, 비가오고, 바람이 부는 시렴의 연속이다. 동그라미는
많은 조각을 만나서 대보고 실패하기를 반복한다. 실망스럽미만 한편으로는 그 여정이 즐겁기도 하다.
(3) 동그라미는 드디어 딱 맞는 조각을 찾아서 기뻤지만 행복해지지는 못한다. 오히려 더 불행해진다.
(4) 동그라미는 마침내 이런 메시지를 깨닫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때 진짜 삶을 즐길 수 있다. 네가 느낀 결핍은
실은 결핍이 아니라 삶을 받아들일 틈새였다' 동그라미의 여정은 이 배움을 위한 과정이었다.
(5) 동그라미는 조각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행복해진다.
(6) 동그라미의 결핍은 잃어버린 조각이 아니라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었다. 동그라미의 진짜 결핍은 바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다.
이렇듯 이야기의 흐름을 정리하다 보면 세계관, 인물, 풀롯을 각각 분리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세계관의 당위성을 결핍한 주인공이 결핍을 해소하겠다는 동기를 갖고 세계관의 규칙대로 움직여서, 세계관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깨닫고 자신의 결핍도 해소한다"
->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를 보면서 이야기는 인간의 '몸'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몸 구석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장기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하듯, 좋은 스토리에서는 세계관, 인물, 풀롯이 각각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작용해야 한다는 것!! 신선하고 좋은 소재에만 집착하고 있었던 내게 기본적이면서, 당연한 사실을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p 174
세계관의 질서는 초반에 약속을
-작가는 세계관의 질서를 성취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따라올지 보상과 처벌 규칙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신화와 역사, 전쟁, 종족, 세력, 지형이 세계관의 전부는 아닙니다. 세계관은 작가의 메시지가 지배하는 절대적인 대전제이자 상벌 규칙입니다. 결핍된 메시지를 추구하면 보상받는다는 규칙이 설정된 시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죠.
세계관의 질서가 무너지면 독자는 이야기의 당위성을 잃었다고 느낍니다.
-> 가끔 용두사미로 끝나는 독자를 보면, 극 초반에 시청자에게 보여주었던 '약속'을 어기고 다른 결말을 보여줬을 때일 경우가 많다. 결말은 직간접적으로 초반에 보여주었던 주제를 끝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것. 예전 드라마 수업을 들엇을 때, 강의를 하시는 작가님께서 대본을 쓰다보면 처음 정했던 주제를 잊을 수 있기 때문에, 대본을 쓸 때 주제를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중간중간 확인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만큼 초반 설정해 놓았던 주제(초반에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던 그 주제를)를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 다는 것은 글을 쓰는데 있어 잊지 말아야 하는 요소가 아닐까.
3부 본능을 자극하는 플롯 설계의 원칙
P 209
세계관-인물-플롯을 설계하는 6단계 구조
1단계- 어떤 세계 속 주인공의 결핍을 자각하는 순간 결심을하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2단계-주인공이 선택한 행동은 사건의 연쇄를 부린다. 이 행동 궤적은 문제 풀이 과정이기도 하다.
3단계-문제의 함정에 빠져 오답을 선택한 주인공의 마음이 무너진다. 주인공 맞춤형 지옥이 펼쳐진다.
4단계-오답도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문제 풀이에 전념한다. 정답의 힌트는 오답의 뒷면에 있었다.
5단계-올바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이것이야말로 세계관의 문제 풀이 규칙이다.
6단계-드디어 엔딩에 도착한 주인공은 세계관의 질서 (작가의 메시지)를 회복하고 결핍도 해소된다.
-> 대본을 배우고 쓰다보니 스토리도 건물을 세우 듯 철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글을 쓰는 순간 순간. 느끼는 사실이다.ㅡ세계돤-인물- 풀롯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단계단계의 철저한 세계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이야기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아닐까.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를 읽으면서, 글을 쓰는 동안 종종 찾아볼 작법서를 만난 느낌을 받았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글을 쓰다보면 잊을수 있는 사항들을 꼼꼼하고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잘 만든 작법서이기 때문이다.스토리를 만들다 슬러프를 맞은 이들이나, 글을 진행할 때 막히는 사항이 있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