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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 인간의 본능을 사로잡는 세계관―캐릭터―플롯의 원칙
전혜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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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관련학과를 나온다거나 그렇다고 작법책을 엄청 많이 읽었다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이야기를 진행할 때마다 막막할 때도 있고 또 어찌어찌 쓰기는 했지만 이야기가 내 의도대로 잘 진행 되는지 재밌는지, 의문이 들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작법책을 한 번씩 뒤적 거리곤 했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와닿는 작법책은 많지 않았다.

내 고민과는 다른 이야기를 할 때가 많았고, 한국형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만난 책이.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였다.


그러면 지금부터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아보자.


1부. 인간은 왜 그런 이야기를 쓰는가.

p 37


만사에 인간관계가 들어맞는 개연성이 있기를, 세계관에는 당위성이 있기를 갈망하는 것은 인간만이 느끼는 욕구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침입자 뻐꾸기에 떠밀려 둥지에서 떨어져 죽는 새끼 오묵눈이도, 교미 직후에 잡아먹히는 수컷 사마귀도, 뱃속에 품었던새끼에게 자신을 먹이로 내주는 암거미도 삶이 왜 이래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습니다.

운명의 화살을 왜 내가 맞아야 하는지 왜, 나만이 불공평한지 묻지 않지요. 오로지 인간만이 자연의 엄혹하고 냉정한 방식에 의문을 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원인을 찾으려 합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세상의 진리와 질서를 깨닫기를 원합니다.오로지 인간만이 세계가 왜 이래야하는지 알고자 합니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삶이 지닌 의미를 추구 해야 하는 신념을 찾고자 합니다.


->저자는 말한다. 만사에 인간과계가 들어맞는 개연성이 있기를, 세계관에 당위성이 있기를 갈망하는 것은 인간만이 느끼는 욕구라고. 그래서 갑작스러운 재난을 맞거나 불행을 맞았을 때, 그 원인을 신이나 권선징악에서 찾아 그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생각해보면 오늘의 운세나 사주팔자 같은 것을 보며 요즘 내게 나쁜 일이 일어난 것은 정해진 운명 때문이라고, 나쁜 일을 저지른 사람은 언젠가 그 일을 돌려 받을 거라고 믿기도 한다. 사실 나쁜 일을 한 행위와,나쁜 일이 일어 나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는데 말이다. 결국 인간이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 한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일 속에서 당위성과 개연성을 찾는 인간의 본능 때문이 아닐까.

P 86

'내게 마땅히 주어져야 했지만 부조리한 현실 때문에 박탈 당했던 무언가를 회복하고자 하는 이야기' 를 인간은 사랑해왔습니다. 인물의 결핍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죠. 그리고 그 결핍된 것이 바로 작가의 메시지입니다.


-> 단순해 보이지만 대중에게 사랑했던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면, 위의 상황에 꽤 적합하게 맞는다.그게 돈 이든, 부모님의 사랑이든, 아니면 연인의 사랑이든 결핍을 느낀 주인공이 그 결핍으로 인해 부조리한 현실을 맞고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움직이는 이야기. <재벌집 막내 아들>부터 <오징어 게임>까지. 주인공의 결핍이 단지 소재가 아니라 이야기의 시작이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부 모든 이야기는 결핍에서 시작된다.


P 91~P 92


(1)동그라미는 자신의 조각에서 잃어버려서 불행했다. 그래서 조각을 찾기로 하고 길을 떠난다.

(2) 동그라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고난이 닥친다. 덥고, 춥고, 비가오고, 바람이 부는 시렴의 연속이다. 동그라미는

많은 조각을 만나서 대보고 실패하기를 반복한다. 실망스럽미만 한편으로는 그 여정이 즐겁기도 하다.

(3) 동그라미는 드디어 딱 맞는 조각을 찾아서 기뻤지만 행복해지지는 못한다. 오히려 더 불행해진다.

(4) 동그라미는 마침내 이런 메시지를 깨닫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때 진짜 삶을 즐길 수 있다. 네가 느낀 결핍은

실은 결핍이 아니라 삶을 받아들일 틈새였다' 동그라미의 여정은 이 배움을 위한 과정이었다.

(5) 동그라미는 조각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행복해진다.

(6) 동그라미의 결핍은 잃어버린 조각이 아니라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었다. 동그라미의 진짜 결핍은 바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다.


이렇듯 이야기의 흐름을 정리하다 보면 세계관, 인물, 풀롯을 각각 분리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세계관의 당위성을 결핍한 주인공이 결핍을 해소하겠다는 동기를 갖고 세계관의 규칙대로 움직여서, 세계관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깨닫고 자신의 결핍도 해소한다"


->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를 보면서 이야기는 인간의 '몸'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몸 구석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장기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하듯, 좋은 스토리에서는 세계관, 인물, 풀롯이 각각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작용해야 한다는 것!! 신선하고 좋은 소재에만 집착하고 있었던 내게 기본적이면서, 당연한 사실을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p 174

세계관의 질서는 초반에 약속을

-작가는 세계관의 질서를 성취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따라올지 보상과 처벌 규칙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신화와 역사, 전쟁, 종족, 세력, 지형이 세계관의 전부는 아닙니다. 세계관은 작가의 메시지가 지배하는 절대적인 대전제이자 상벌 규칙입니다. 결핍된 메시지를 추구하면 보상받는다는 규칙이 설정된 시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죠.

세계관의 질서가 무너지면 독자는 이야기의 당위성을 잃었다고 느낍니다.


-> 가끔 용두사미로 끝나는 독자를 보면, 극 초반에 시청자에게 보여주었던 '약속'을 어기고 다른 결말을 보여줬을 때일 경우가 많다. 결말은 직간접적으로 초반에 보여주었던 주제를 끝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것. 예전 드라마 수업을 들엇을 때, 강의를 하시는 작가님께서 대본을 쓰다보면 처음 정했던 주제를 잊을 수 있기 때문에, 대본을 쓸 때 주제를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중간중간 확인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만큼 초반 설정해 놓았던 주제(초반에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던 그 주제를)를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 다는 것은 글을 쓰는데 있어 잊지 말아야 하는 요소가 아닐까.


3부 본능을 자극하는 플롯 설계의 원칙


P 209

세계관-인물-플롯을 설계하는 6단계 구조


1단계- 어떤 세계 속 주인공의 결핍을 자각하는 순간 결심을하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2단계-주인공이 선택한 행동은 사건의 연쇄를 부린다. 이 행동 궤적은 문제 풀이 과정이기도 하다.

3단계-문제의 함정에 빠져 오답을 선택한 주인공의 마음이 무너진다. 주인공 맞춤형 지옥이 펼쳐진다.

4단계-오답도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문제 풀이에 전념한다. 정답의 힌트는 오답의 뒷면에 있었다.

5단계-올바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이것이야말로 세계관의 문제 풀이 규칙이다.

6단계-드디어 엔딩에 도착한 주인공은 세계관의 질서 (작가의 메시지)를 회복하고 결핍도 해소된다.


-> 대본을 배우고 쓰다보니 스토리도 건물을 세우 듯 철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글을 쓰는 순간 순간. 느끼는 사실이다.ㅡ세계돤-인물- 풀롯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단계단계의 철저한 세계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이야기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아닐까.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를 읽으면서, 글을 쓰는 동안 종종 찾아볼 작법서를 만난 느낌을 받았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글을 쓰다보면 잊을수 있는 사항들을 꼼꼼하고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잘 만든 작법서이기 때문이다.스토리를 만들다 슬러프를 맞은 이들이나, 글을 진행할 때 막히는 사항이 있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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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영화 - 창작의 한계를 넘어선 예술과 기술의 만남
김대식 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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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예술의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는 항상 논의 되는 문제다. 내 의견을 말하자면 아무리 그래도 예술적 영역 즉 창작영역은 무리가 아닐까 라는 생각 쪽이었다. 물론 AI영역이 확장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랄때는 많았지만. 사실 인정 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중 만난 책이 <존재하지 않는 영화> 였다. <존재하지 않는 영화>는 작가와 AI가 협업해 대본을 완성하고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주연배우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그렸다. 시작은 '남아있는 것들'이라는 짧은 단편소설로 시작했다. 남극에서 동물학자로 살아가는 남다주가 어느날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통으로 자신의 연인인줄 알았던 현수의 의뢰로 만들어진 AI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발생하는 이야기였다.


AI는 '남아 있는 것들' 의 주인공 남다주의 직업을 북한 아나운서, 인도 영화배우, 한국 무용수, 화성 우주인, 미국 변호사, 독일 물리학자로 직업을 바꿔 각 직업의 상황에 맞게 단편소설의 내용을 바꿔주기도 했고 등장인물들의 이미지에 맞추어 그 인물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또한 그 인물들을 인터뷰한 내용까지 담겨 있었으니…흥성대원군에 빙의하여 AI는 창작적 영역에 침범할 수 없다!! 라고 우기고 배척할 수 만을 없는 시대가 왔음을 직감했다.

*


글을 쓰는 시간은 외롭다. 또한 지금 내가 쓰는 글이 잘 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못할 경우도 있다. 그리고 또…어쩐 글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할 할때도 있다. 이럴 때 AI는 확실히 훌륭한 동료이자 보조작가가 되어 줄 거 같은 예감이다. 만일 내가 <존재하지 않는 영화> 속 주인공의 직업을 바꾼다고 가정해 보자. 동물 학자에서 무용가로 혹은 다른 직업으로 바꾼다고 했을 때, 바꿀 직업에 대해 조사도 새로 해야하고 또 그 상황에 맞추어 새로운 상황을 생각해내고 꽤 많은 시간을 수정 하는데 시간을 보내야 겠지만 AI가 있다면 이런 복잡한 과정은 생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뀐 작업물을 확인하고 비교해서 최고의 결과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AI의 발전은 영화를 만드는 문턱을 낮춰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자본문제나 물리적 제한을 간단하게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으로 실현할 수 있으니 더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영화라는 장르에 도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바야흐로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다. AI의 편리성과 인간의 창의력이 합작하여 새로운 형태의 작업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


이 형태에 부작용이 완전히 없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AI를 인간이 이용하는 법!! AI를 좋은 동료 친구로 맞이하여 외로운 예술의 길을걷는건 어떨까?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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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 창비청소년문학 130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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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출처-알라딘)


가까운 미래,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퍼져 어름들이 모두 의식을 잃은 채 꿈의 세계로 떠나 버린다.

쌍둥이 오빠 강석과 함께 잠든 엄마를 돌보는 강희는 세상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는 엄마가 원망스럽다.


강석과 강희를 비롯한 아이들은 어른 없는 세상에서 식량과 생활 필수품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잠에서 깬 수면자가 있다는 소실을 듣고 강석과 몇몇 아이들이 잠든 어른들을 깨울 방법을 찾기 위해인천으로 향한다.


강석과 아이들이 인천으로 간 사이, 마을은 약탈자의 습격을 받고 이 일로 강희의 친구 윤서는 생명 유지 장치를 뺏겨부모님을 잃는다. 슬픔에 잠긴 윤서는 바이러스에 잠식되어 꿈의 세계로 빠지고 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난다


그리고 자신이 루시드 드림, 즉 자각몽을 꾸었다고 말하며 어쩌면 꿈의 세계에 있는 사람을 깨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윤서는 어떻게 꿈의 세계에서 금세 돌안 온 것인가? 윤서는 잠들어 버린 어른들을 깨울 수 있을까?

2. 인상적인 문장들


*


동준은 깨어난 이후 종종 무너질 것 같은 얼굴을 했다. 꿈의 세계는 가짜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 세계가 동준에게 완벽한 위로가 되었음을 분명했다. 동준이 되돌아온 현실은 예상보다 끔직했을 것이다. 부모님의 죽음, 사라져 버린 목표, 희망, 미래. 동준은 달콤한 케이크를 배부르게 먹고 나서 케이크가 상했음을 말아 버린 사람처럼 모든 것을 토해 낼 수 밖에 없었다. 토해내지 않으면 더 더아파할테니까. 며칠 내내 배앓이에 시달릴 테니까.


내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나의 불행 떠올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불행했기 때문에 불행을 소화 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처음부터 불행했기 때문에 불행을 소화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빠가 사라진 후부터 나는 언제나 조금씩 부서져 있었으며 어딘가 구멍이 나 있었다. 빈 공간을 자연스럽게 불행이 베꿨다. 불행은 언제부턴가 나의 일부가 되었다. 줄곧 불행과 함께 한

나는 불행을 받아들이는 법을 알았다. 어쩌면 이건 아빠의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


새벽에 일어나보니 눈이 그쳐있었다. 해는 아직 밝지 않았지만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았다. 나는 는잠이 다 달아난 탓에 물을 끓였다. 찬장을 열어 제스민 잎을 꺼냈다. 문득 홍주의 엄마가 왜 차를 끓였는지 이해했다. 불을 켜 놓으면 불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었다.물에 끓어 넘치거나 다 증발해 주전자를 태워버리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봐야 한다. 물이 끓는 동안은 아무 생각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다음 뜨거운 차를 한 입에 마시면 속이 순식간에 꽉 차는 느낌이 든다. 왠지 모르게 든든해진다. 아줌마는 그래서 차를 끓였던 걸까.


*


행복과 불행이 항상 같은 곳에 있는 게 화가났다. 그래서 나는 온전히 행복할 수도, 온전히 불행할 수도 없었다. 애초에 행복과 불행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 더 믿으면 행복이 되고 조금 덜 믿으면 불행이 되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규성은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 나는 준영 아빠의 말을 떠올렸다. 아저씨도 어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예전에 서둘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가 없으면 어름도 없다. 아이인 시절을 잘 보내야만 어른으로 가는 길을 알 수 있다. 나는 그 길을 알 수 있다. 나는 그 길을 믿어 보기로 했다. 우리가 잠들지 않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음을 믿기로 했다.


어른들이 긴 겨울잠을 끝내고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있다. 오래 걸렸지만 중간에 길을 잃어 버리기도 했지만 천천히 돌아오고 있다. 오늘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도 내일은 올 것이다. 언젠가 다들 깨어나 푹 잤다고, 좋은 꿈을 꾸었다고 말할 날이 올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아빠에게 편지를 쓰지 않는다. 아빠에게 일기장을 보여 주는 상상도 하지 않는다. 그럴듯한, 가짜 세계를 헤매는 일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이제 엄마를 기다린다. 엄마가 깨어나면 물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느냐고, 화를 내지 않고 끝까지 들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되어 날이 밝았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문 앞에 있다.

3. 짧은 감상평


*


<루시드 드림>은 어른들이 모두 잠들어 버린 세상에 보호자가 사라진 소년 소녀의 이야기다. 그들은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고, 어른들이 죽지 않게 생명 유지 장치도 책임져야 했고, 약탈자들과 싸우기도 해야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른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나는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책임져 주는 마음'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그 책임져 주는 마음이 꼭 부모나 자식 같은 혈연으로 연결될 사이같은 한정된 개념이라는 것은 아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그래서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그래서 한달에 얼마라도 기부를 하는 사람들. 키우는 반려 동물을 사랑하고 책임지는 마음도 물론 포함일 것이다.


비혼, 개인주의, 각자도생 같은 말이 상식으로 통하는, 요즘 세상에 어른이란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

소설 속 어른들이 떠난 꿈의 세계에는, 그동안 꿈꿔웠던 달콤한 세계가 있다. 살아가면서 생긴 상처나 무거운 책임감은 없는 세계. 가짜지만 행복만이 가득한 세계다. 


하루에 꽤 많은 시간을 상상하는 거에 시간을 보내는 나는 그 언젠가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자고 일어나면, 기억상실을 겪은 채 내가 꿈꾸는 미래로 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미래에 나는 사고로 기억상실을 걸린 채 깨어 난거 고, 나는 어리둥절해 하며 내 미래를 살펴본다.


미래에 나는 살을 완벽히 빼서 예뻐졌고, 멋진 남친도 있고 (아마 그때 좋아했던 연예인이었을까), 명예도 가진 채 였다. 그런데 곧 상실감이 밀려왔다. 과정이 없이 완벽한 결과를 얻어낸 내 모습이 예쁜 옷을 입은 마네킹 같이 느껴졌다. 어느 날 갑자기 로또에 당첨된 이가 금세 돈을 잃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그 돈을 모으면서 배우는 돈을 대하는 태도와 관리능력을 배우지 못 한 탓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바라는 모습도 마찬가지 아닐까. <루시드 드림>속 어른들이 잠을 자면서 만나는 세계도 달콤하고 아름답지만 결국 가짜고, 진짜 내 심장을 뛰게 할 수 없을거란 걸 우리는 알고 있을 것이다.


식상하고 뻔하게 느껴지지만, 의식주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순간이 우리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죽기 전 삶을 떠올려 봤을 때 말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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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my
강진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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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책 소개 &줄거리


*

서로를 옭아매는 견고한 매듭

나의 엄마, 나의 딸

'모녀'라는 관계의 함정에 빠진

사라진 친구의 행방

"15년 전 사라진 친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

주인공인 '나'는 같은 반이었던 변미희가 훔쳤던 마이마이를 돌려놓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고, 얼결에 그것을 챙기게 된다.

그리고 그 날 변미희는 실종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미희와 변미희와 함께 가출을 감행했던 김승완을 마지막으로 발견했다는 찝찝함 때문에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선생인 한정철과 변미희가 사귀는 사이였다는 사실을 친구를 통해 흘린게 되고

그 소문으로 인해 한정철은 명예를 잃고 학교를 그만두게 게된다.

그리고 15년 후...

변미희의 시체가 발견되게 되고 공소시효가 3개월 남은 시점에 경찰조사가 다시 시작 되는데…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능력을 재능으로 발견한 나는, 그 재능을 이용해 사건의 범임인 엄마를 감춰 주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는데…



2. 인상적인 문구들


*


"재능이 있어서 그래요, 재능이."

그 뒤로 엄마는 자주 재능이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엄마 입 밖으로 나오는 재능에는 기대라 들러붙어 있었고 나도 덩달아 기대를 품게 되었다. 엄마에게 버림밭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재능으로 모습을 바꾸며 훌쩍자라났다. 공부를 향한 질주가 시작되었다.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웠고

자는 시간을 줄였다. 다음 시험에서도 1등을 했다. 그때만 해도 1등은 정말 쉬웠다. 밤새우며 공부하는 초등학생은 없었으니까. 주변을 보는 시선도 바뀌었다. 나는 재능 있는 아이들을 귀신같이 찾아냈고 질투했다. 반면 재능 없는 아이들을 살 가치가 없다고 느꼈다. 쟤는 재능도 없는데 왜 밥을 먹을까? 왜 살까? 그러니까 모의고사에서 나는 스스로 살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


선배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은 우리 관계에 도움을 주었다. 나는 선배 전에 두 명의 남자와 관계를 가진 적이있다. 신기하게도 그 둘은 형제처럼 비슷한 외모였는데 사람 질리게 구는 것까지도 비슷했다. 함께 있을 때 그들은 긴장했고 너무 많은 미래를 내게 약속하려 했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들었다. 가정이 있는 선배에게는 그런 질척임이 없었다. 시간이 되는지 묻고는 내게 된다고 하면 지금 갈게, 안 된다고 고하면 오케이. 그뿐이었다. 내가 없으면 미칠 거라거나 자살하겠다는등의 과정 없이 심플하게. 오히려 내 쪽에서 선배를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일 때가 있었는데 그런 불은은 인식하는 순간,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내 소유였던 적이 없었으므로 잃어버릴 일도 없는 것이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


" 너 나한테 잘못했지? 사과해. 많이 늦었지만 니가 사과하면 받아줄게. 같은 반인데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잖아. 알았지? 그러니까 사과해."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모습을 바꾸는 불길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점점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온통 흐릿한 중에도 의식 너머로 어떤 떤에너지가 느껴졌다. 그 에너지는 나의 내부로 서서히 파고들어 무언가를 태우기 시작했다. 무엇이 타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나는 텅 빈 시선을 불 속으로 던지고만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동안 신나게 솟아오르던 붉은 덩어리가 서서히 부피를 줄이기 시작했다. 비닐봉지를 주먹 정도 크기의 시커먼 덩어리로 만든 후에는 발작을 일으키듯 푸드덕거렸다. 조금은 더 타오를것 같았으나, 강한 바람이 불어오자 갑작스럽게 자취를 감췄다. 그와 동시에 영원히 울려 퍼질 것 같던 변미희의 목소리도 사라졌다. 바람에 재와 먼지가 일제히 날아올라서 눈이 매캐했다. 나는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깊은 잠에서 막 깨어난 듯 했다. 고개를 세차게 몇 번 흔든 후 내려다보니, 비닐봉지였던 시커먼 덩어리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내가 발을 밟자 맥없이 바스러졌다.


금영산을 내려오며 조금 전에 태워 없애버린 린것들을 떠올려봤다. 김승완의 사진과 필름, 미화부장의 mymy, 변민희의 의가출 물건, 하노이 비행 기록, 전단지와 명함, 그리고 뭔가가 더 있었는데 뭐였지? 기억나지 않는 중요한 무엇이 시뻘건 불길 속에서 탔다. 그게 뭐였지? 분명히 내 일부였는데 무엇이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


눈을 위로 치겨떴더니 지율이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나는 손을 뻗어 지율이의 손을 잡았다. 지율이가 작게 몸서리를 치는 게 느껴졌으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상태로 상체를 깊이 숙이며 지율이의 몸을 껴안았다. 테이블 넓이 때문에 버둥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지율이의 몸을 껴안았다. 테이블 넓이 떄문에 버둥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지율이를 끌어안았다. 지율이의 온기 덕분에 내 손의 한기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 구체적인 감악이 이리저리 흩어지려는 정신을 단단히 붙잡아주었다. 입 밖으로 옅은 숨처럼 제발이 빠져나왔다. 나는 간정한 마음으로 나의 엄마를 쏙 뺴닮은 나의 딸을, 아직은 따뜻한 딸을 한참 동안 안고 있었다.



3. 짦은 감상평


*


소설을 읽는 동안 주인공 '나'한테 느껴졌던 감정은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의 근원은 주인공 '나'의 시선이었다. 오로지 나의 시선은 '엄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를 인정하느냐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에게 인정받기 위해 주인공은 모든 선택은 이루어지고, 회삿돈을 횡령하는 거 부터 15년 전 변미희의 살인자인 엄마를 감싸주기 위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다.


만일 주인공 나의 시선이 '엄마'가 아닌 '나'에게 머물러 있었다면, '나'의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인정을 받기 위해 '재능'에 집착하지 않았을 것이고, 소설 전체를 지배하던 우울함과 외로움은 온전히 사라지지 않았더라도 조금은 따뜻한 온도에 작지만 소소한 행복이 곳곳에 배치되는 삶이 아니었을까.



*

결국 주인공은 '나'는 주도면밀하게 엄마의 죄를 감싸 주는데 성공하게 되고, 그 후 유부남이었던 선배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딸을 낳게된다. 그리고 재능에 유독 집착하는 딸의 모습에서 엄마의 가장 싫었던 모습을 발견하고 좌절한다. 그것은 엄마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서슴없이 죄를 저질렀던 '나'에게 주는 형벌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mymy>는 미디어에서 흔히 다루었던 희생적인 엄마와 딸의 모습이 아닌, 살인의 이유조차 심지어 대상자 또한 다른이 탓을 하는 모습과 그리고 그런 엄마에게 인정 받기 위해 자신을 갉아먹으며 살아 왔던 딸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모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독자는 이 모녀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자라나는 동안, 나의 성장을 방해하는 관계는 없었는지 한번 둘러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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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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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줄거리



*

30년 전, 한 소녀가 온 몸이 토막난 채 불에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소녀의 언니는 이 사건을 계기로 신을 믿을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리아는 가족에서 멀어졌다.

신과 가족을 버리고 떠나와 서점을 운영하던 어느 날 신을 버리겠다고 선언한 동생을 철저히

외면했던 언니 카르멘이 찾아온다. 아버지의 유골을 들고서.

카르멘은 아들 마데오가 없어졌다며 동생 리아에게 행방을 묻지만 그녀는 알 수 없다.

조카 마데오가 찾아 온다면 언니에게 연락 하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며칠 후 조카 마데오는 할아버지가 남겼다는 편지를 들고 찾아온다.

편지 안에는 동생 아나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담겨있다.



*


(여기서 부터는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이 책을 보실 분들은 과감히 넘어가 주세요)

소설은 아나의 죽음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의 시선으로 진행이 된다.


아나의 죽음으로 신을 믿지 않기로 결심한 언니 리아와


신을 절대적 가치로 믿는 아나의 큰 언니 카르멘의 아들 마데오.


안나가 제 품에서 죽는 순간 사람들의 도움을 청하러 가다 떨어지는 조각상에 맞아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억은 적어 놓지 않으면 기억 할 수 없게 된 친구 마르셀라.


그리고 수사관 엘메르, 아나 언니 카르멘의 남편 훌리안 , 언니 카르멘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진행이 된다.


결국 밝혀지는 진실.


신학교 학생이었던 카르멘의 남편 훌리안은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아나와 관계를 갇게되고

아나는 임심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아나의 언니 카르멘을 짝사랑 했던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아나에게 임신중절을 권한다. 임신중절은 신의 뜻을 어기는 것이기에 직접적으로 자신이 권한게 아니라는 비겁합 변명을 되며...


그러나 아나는 불법업소에서 수술을 하는 바람에 친구 마르셀라의 품에서 죽게되고

그녀의 시체는 카르멘과 미래를 결심한 언니에 의해 토막난채 유기된다.



2. 짧은 감상평


스릴러 장으로 이 책에 접근했지만, 사실 이 책은 종교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독자한테 

던진다.


사실 토막난 채로 불타 죽은 소녀를 죽인 건, 종교적 윤리라고 불리는 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나의 죽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은신과 제일 가까운 사람들이었고 말이다.


내 주변에만 한정된 일이지 모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이기적인 사람들은 모두 교회에서 만났다.신을 믿고 신의 뜻에 맞추어 살아간다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기가 막혔다.


교회를 나간다면, 일요일 하루 찬송가와 기도 한다면 그렇게 이기적인 속물로 살아도 된다는 건가...그렇게 살아도 용서 받을 수 있는건가...그런 의문이 내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다. 게다가 몇몇은 신을 믿는 다는 이유로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거침없이 비난하고 종교를 강요하는 그럼 모습을 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종교와 멀어졌다.


사랑과 관용....내가 기대하던 그런 모습은 없었다.


'하나님 없이, 저들만의 대성당을 짓는 이들에게'


책의 첫 장에 나오는 말이다.종교 앞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이 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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