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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있어서 그래요, 재능이."
그 뒤로 엄마는 자주 재능이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엄마 입 밖으로 나오는 재능에는 기대라 들러붙어 있었고 나도 덩달아 기대를 품게 되었다. 엄마에게 버림밭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재능으로 모습을 바꾸며 훌쩍자라났다. 공부를 향한 질주가 시작되었다.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웠고
자는 시간을 줄였다. 다음 시험에서도 1등을 했다. 그때만 해도 1등은 정말 쉬웠다. 밤새우며 공부하는 초등학생은 없었으니까. 주변을 보는 시선도 바뀌었다. 나는 재능 있는 아이들을 귀신같이 찾아냈고 질투했다. 반면 재능 없는 아이들을 살 가치가 없다고 느꼈다. 쟤는 재능도 없는데 왜 밥을 먹을까? 왜 살까? 그러니까 모의고사에서 나는 스스로 살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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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은 우리 관계에 도움을 주었다. 나는 선배 전에 두 명의 남자와 관계를 가진 적이있다. 신기하게도 그 둘은 형제처럼 비슷한 외모였는데 사람 질리게 구는 것까지도 비슷했다. 함께 있을 때 그들은 긴장했고 너무 많은 미래를 내게 약속하려 했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들었다. 가정이 있는 선배에게는 그런 질척임이 없었다. 시간이 되는지 묻고는 내게 된다고 하면 지금 갈게, 안 된다고 고하면 오케이. 그뿐이었다. 내가 없으면 미칠 거라거나 자살하겠다는등의 과정 없이 심플하게. 오히려 내 쪽에서 선배를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일 때가 있었는데 그런 불은은 인식하는 순간,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내 소유였던 적이 없었으므로 잃어버릴 일도 없는 것이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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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나한테 잘못했지? 사과해. 많이 늦었지만 니가 사과하면 받아줄게. 같은 반인데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잖아. 알았지? 그러니까 사과해."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모습을 바꾸는 불길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점점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온통 흐릿한 중에도 의식 너머로 어떤 떤에너지가 느껴졌다. 그 에너지는 나의 내부로 서서히 파고들어 무언가를 태우기 시작했다. 무엇이 타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나는 텅 빈 시선을 불 속으로 던지고만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동안 신나게 솟아오르던 붉은 덩어리가 서서히 부피를 줄이기 시작했다. 비닐봉지를 주먹 정도 크기의 시커먼 덩어리로 만든 후에는 발작을 일으키듯 푸드덕거렸다. 조금은 더 타오를것 같았으나, 강한 바람이 불어오자 갑작스럽게 자취를 감췄다. 그와 동시에 영원히 울려 퍼질 것 같던 변미희의 목소리도 사라졌다. 바람에 재와 먼지가 일제히 날아올라서 눈이 매캐했다. 나는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깊은 잠에서 막 깨어난 듯 했다. 고개를 세차게 몇 번 흔든 후 내려다보니, 비닐봉지였던 시커먼 덩어리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내가 발을 밟자 맥없이 바스러졌다.
금영산을 내려오며 조금 전에 태워 없애버린 린것들을 떠올려봤다. 김승완의 사진과 필름, 미화부장의 mymy, 변민희의 의가출 물건, 하노이 비행 기록, 전단지와 명함, 그리고 뭔가가 더 있었는데 뭐였지? 기억나지 않는 중요한 무엇이 시뻘건 불길 속에서 탔다. 그게 뭐였지? 분명히 내 일부였는데 무엇이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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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위로 치겨떴더니 지율이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나는 손을 뻗어 지율이의 손을 잡았다. 지율이가 작게 몸서리를 치는 게 느껴졌으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상태로 상체를 깊이 숙이며 지율이의 몸을 껴안았다. 테이블 넓이 때문에 버둥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지율이의 몸을 껴안았다. 테이블 넓이 떄문에 버둥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지율이를 끌어안았다. 지율이의 온기 덕분에 내 손의 한기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 구체적인 감악이 이리저리 흩어지려는 정신을 단단히 붙잡아주었다. 입 밖으로 옅은 숨처럼 제발이 빠져나왔다. 나는 간정한 마음으로 나의 엄마를 쏙 뺴닮은 나의 딸을, 아직은 따뜻한 딸을 한참 동안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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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동안 주인공 '나'한테 느껴졌던 감정은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의 근원은 주인공 '나'의 시선이었다. 오로지 나의 시선은 '엄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를 인정하느냐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에게 인정받기 위해 주인공은 모든 선택은 이루어지고, 회삿돈을 횡령하는 거 부터 15년 전 변미희의 살인자인 엄마를 감싸주기 위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다.
만일 주인공 나의 시선이 '엄마'가 아닌 '나'에게 머물러 있었다면, '나'의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인정을 받기 위해 '재능'에 집착하지 않았을 것이고, 소설 전체를 지배하던 우울함과 외로움은 온전히 사라지지 않았더라도 조금은 따뜻한 온도에 작지만 소소한 행복이 곳곳에 배치되는 삶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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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인공은 '나'는 주도면밀하게 엄마의 죄를 감싸 주는데 성공하게 되고, 그 후 유부남이었던 선배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딸을 낳게된다. 그리고 재능에 유독 집착하는 딸의 모습에서 엄마의 가장 싫었던 모습을 발견하고 좌절한다. 그것은 엄마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서슴없이 죄를 저질렀던 '나'에게 주는 형벌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mymy>는 미디어에서 흔히 다루었던 희생적인 엄마와 딸의 모습이 아닌, 살인의 이유조차 심지어 대상자 또한 다른이 탓을 하는 모습과 그리고 그런 엄마에게 인정 받기 위해 자신을 갉아먹으며 살아 왔던 딸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모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독자는 이 모녀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자라나는 동안, 나의 성장을 방해하는 관계는 없었는지 한번 둘러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