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드림 창비청소년문학 130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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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출처-알라딘)


가까운 미래,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퍼져 어름들이 모두 의식을 잃은 채 꿈의 세계로 떠나 버린다.

쌍둥이 오빠 강석과 함께 잠든 엄마를 돌보는 강희는 세상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는 엄마가 원망스럽다.


강석과 강희를 비롯한 아이들은 어른 없는 세상에서 식량과 생활 필수품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잠에서 깬 수면자가 있다는 소실을 듣고 강석과 몇몇 아이들이 잠든 어른들을 깨울 방법을 찾기 위해인천으로 향한다.


강석과 아이들이 인천으로 간 사이, 마을은 약탈자의 습격을 받고 이 일로 강희의 친구 윤서는 생명 유지 장치를 뺏겨부모님을 잃는다. 슬픔에 잠긴 윤서는 바이러스에 잠식되어 꿈의 세계로 빠지고 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난다


그리고 자신이 루시드 드림, 즉 자각몽을 꾸었다고 말하며 어쩌면 꿈의 세계에 있는 사람을 깨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윤서는 어떻게 꿈의 세계에서 금세 돌안 온 것인가? 윤서는 잠들어 버린 어른들을 깨울 수 있을까?

2. 인상적인 문장들


*


동준은 깨어난 이후 종종 무너질 것 같은 얼굴을 했다. 꿈의 세계는 가짜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 세계가 동준에게 완벽한 위로가 되었음을 분명했다. 동준이 되돌아온 현실은 예상보다 끔직했을 것이다. 부모님의 죽음, 사라져 버린 목표, 희망, 미래. 동준은 달콤한 케이크를 배부르게 먹고 나서 케이크가 상했음을 말아 버린 사람처럼 모든 것을 토해 낼 수 밖에 없었다. 토해내지 않으면 더 더아파할테니까. 며칠 내내 배앓이에 시달릴 테니까.


내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나의 불행 떠올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불행했기 때문에 불행을 소화 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처음부터 불행했기 때문에 불행을 소화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빠가 사라진 후부터 나는 언제나 조금씩 부서져 있었으며 어딘가 구멍이 나 있었다. 빈 공간을 자연스럽게 불행이 베꿨다. 불행은 언제부턴가 나의 일부가 되었다. 줄곧 불행과 함께 한

나는 불행을 받아들이는 법을 알았다. 어쩌면 이건 아빠의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


새벽에 일어나보니 눈이 그쳐있었다. 해는 아직 밝지 않았지만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았다. 나는 는잠이 다 달아난 탓에 물을 끓였다. 찬장을 열어 제스민 잎을 꺼냈다. 문득 홍주의 엄마가 왜 차를 끓였는지 이해했다. 불을 켜 놓으면 불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었다.물에 끓어 넘치거나 다 증발해 주전자를 태워버리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봐야 한다. 물이 끓는 동안은 아무 생각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다음 뜨거운 차를 한 입에 마시면 속이 순식간에 꽉 차는 느낌이 든다. 왠지 모르게 든든해진다. 아줌마는 그래서 차를 끓였던 걸까.


*


행복과 불행이 항상 같은 곳에 있는 게 화가났다. 그래서 나는 온전히 행복할 수도, 온전히 불행할 수도 없었다. 애초에 행복과 불행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 더 믿으면 행복이 되고 조금 덜 믿으면 불행이 되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규성은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 나는 준영 아빠의 말을 떠올렸다. 아저씨도 어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예전에 서둘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가 없으면 어름도 없다. 아이인 시절을 잘 보내야만 어른으로 가는 길을 알 수 있다. 나는 그 길을 알 수 있다. 나는 그 길을 믿어 보기로 했다. 우리가 잠들지 않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음을 믿기로 했다.


어른들이 긴 겨울잠을 끝내고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있다. 오래 걸렸지만 중간에 길을 잃어 버리기도 했지만 천천히 돌아오고 있다. 오늘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도 내일은 올 것이다. 언젠가 다들 깨어나 푹 잤다고, 좋은 꿈을 꾸었다고 말할 날이 올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아빠에게 편지를 쓰지 않는다. 아빠에게 일기장을 보여 주는 상상도 하지 않는다. 그럴듯한, 가짜 세계를 헤매는 일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이제 엄마를 기다린다. 엄마가 깨어나면 물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느냐고, 화를 내지 않고 끝까지 들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되어 날이 밝았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문 앞에 있다.

3. 짧은 감상평


*


<루시드 드림>은 어른들이 모두 잠들어 버린 세상에 보호자가 사라진 소년 소녀의 이야기다. 그들은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고, 어른들이 죽지 않게 생명 유지 장치도 책임져야 했고, 약탈자들과 싸우기도 해야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른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나는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책임져 주는 마음'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그 책임져 주는 마음이 꼭 부모나 자식 같은 혈연으로 연결될 사이같은 한정된 개념이라는 것은 아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그래서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그래서 한달에 얼마라도 기부를 하는 사람들. 키우는 반려 동물을 사랑하고 책임지는 마음도 물론 포함일 것이다.


비혼, 개인주의, 각자도생 같은 말이 상식으로 통하는, 요즘 세상에 어른이란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

소설 속 어른들이 떠난 꿈의 세계에는, 그동안 꿈꿔웠던 달콤한 세계가 있다. 살아가면서 생긴 상처나 무거운 책임감은 없는 세계. 가짜지만 행복만이 가득한 세계다. 


하루에 꽤 많은 시간을 상상하는 거에 시간을 보내는 나는 그 언젠가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자고 일어나면, 기억상실을 겪은 채 내가 꿈꾸는 미래로 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미래에 나는 사고로 기억상실을 걸린 채 깨어 난거 고, 나는 어리둥절해 하며 내 미래를 살펴본다.


미래에 나는 살을 완벽히 빼서 예뻐졌고, 멋진 남친도 있고 (아마 그때 좋아했던 연예인이었을까), 명예도 가진 채 였다. 그런데 곧 상실감이 밀려왔다. 과정이 없이 완벽한 결과를 얻어낸 내 모습이 예쁜 옷을 입은 마네킹 같이 느껴졌다. 어느 날 갑자기 로또에 당첨된 이가 금세 돈을 잃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그 돈을 모으면서 배우는 돈을 대하는 태도와 관리능력을 배우지 못 한 탓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바라는 모습도 마찬가지 아닐까. <루시드 드림>속 어른들이 잠을 자면서 만나는 세계도 달콤하고 아름답지만 결국 가짜고, 진짜 내 심장을 뛰게 할 수 없을거란 걸 우리는 알고 있을 것이다.


식상하고 뻔하게 느껴지지만, 의식주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순간이 우리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죽기 전 삶을 떠올려 봤을 때 말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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