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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은 어른들이 모두 잠들어 버린 세상에 보호자가 사라진 소년 소녀의 이야기다. 그들은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고, 어른들이 죽지 않게 생명 유지 장치도 책임져야 했고, 약탈자들과 싸우기도 해야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른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나는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책임져 주는 마음'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그 책임져 주는 마음이 꼭 부모나 자식 같은 혈연으로 연결될 사이같은 한정된 개념이라는 것은 아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그래서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그래서 한달에 얼마라도 기부를 하는 사람들. 키우는 반려 동물을 사랑하고 책임지는 마음도 물론 포함일 것이다.
비혼, 개인주의, 각자도생 같은 말이 상식으로 통하는, 요즘 세상에 어른이란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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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어른들이 떠난 꿈의 세계에는, 그동안 꿈꿔웠던 달콤한 세계가 있다. 살아가면서 생긴 상처나 무거운 책임감은 없는 세계. 가짜지만 행복만이 가득한 세계다.
하루에 꽤 많은 시간을 상상하는 거에 시간을 보내는 나는 그 언젠가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자고 일어나면, 기억상실을 겪은 채 내가 꿈꾸는 미래로 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미래에 나는 사고로 기억상실을 걸린 채 깨어 난거 고, 나는 어리둥절해 하며 내 미래를 살펴본다.
미래에 나는 살을 완벽히 빼서 예뻐졌고, 멋진 남친도 있고 (아마 그때 좋아했던 연예인이었을까), 명예도 가진 채 였다. 그런데 곧 상실감이 밀려왔다. 과정이 없이 완벽한 결과를 얻어낸 내 모습이 예쁜 옷을 입은 마네킹 같이 느껴졌다. 어느 날 갑자기 로또에 당첨된 이가 금세 돈을 잃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그 돈을 모으면서 배우는 돈을 대하는 태도와 관리능력을 배우지 못 한 탓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바라는 모습도 마찬가지 아닐까. <루시드 드림>속 어른들이 잠을 자면서 만나는 세계도 달콤하고 아름답지만 결국 가짜고, 진짜 내 심장을 뛰게 할 수 없을거란 걸 우리는 알고 있을 것이다.
식상하고 뻔하게 느껴지지만, 의식주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순간이 우리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죽기 전 삶을 떠올려 봤을 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