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미터 문학과지성 시인선 478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십 미터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오십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오십미터도/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내게 그런/축복은 없었다.불행하게도 오십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않다.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넘어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밀랍 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버/리기를 몇 번.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하듯,한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어떤 불운/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고통스러웠다.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 가득 피어 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온전하게 전부를 이해하기란 쉽지않은 일이라 표제작을 한번 옮겨 적는다

그가 써놓은 바다,가시,생,슬픔,사랑,여자와 강물은 면면히 흘러가 읽을 때마다 다를 것이라 조급하지 않게 두고 읽고 볼 따름이라
이번은 이렇게 보고
다음은 다음대로 차례가 되면 들여다 볼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의 처세술이나 인간관계론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거라 생각하면서도 태도에 관하여라는 제목에 끌려 보게 되었는데
주관대로 솔직하게 정의한 개념들이 너무 가볍거나 정중하지 않아서 보기 편안하게 받아들여져서 동감되는 부분이 꽤 많아서 든 생각이
보다 젊은이들에게 더 많이 도움이 되겠구나 싶다

어떻게 살아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때 지금대로 살면 되겠구나 할지도 모르지만

작가의 태도에서 취한 장점으로 답하고 물으면

p32 사랑해서 취해야 할 단 하나의 태도가 있다면 나 자신에게는 `진실함`,상대한테는 `관대함`인것 같다-사랑에 단 하나의 태도를 취하는게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묻는다면 나도 같은 대답을 하게 될까

P64 모든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지혜롭고 관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나이들수록 점점 고집스러워지고 어린아이처럼 이기적이 된다-어린아이가 이기적이라는 것은 선입견같은 게 아닐까싶다

P88평등의 모습이 항상 5대5일 필요는 없다 -4:4이거나 10:10이거나 정말 항상 5:5일 필요는 없다 그런데 몇대몇은 가족오락관이거나 경쟁이거나 승리를 먼저 떠올리고

P98~103 스트레스를 주는 인간관계들에 대해 나는 다음의 세가자 방식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1.정면돌파 2.피하기 3.놔주기
-4번으로 무시하기를 추가하면 어떨까?

~~~~
`인간관계에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있는데 어떤 관계는 서로를 위해 내가 피해주는 것이 노력이 된다~~~갈 사람은 가고 돌아올 사람은 분명히 다시 돌아온다~~이러한 관계의 자연스러운 생로병사를 나는 긍정한다-관계의 생로병사란 표현이 참 맘에 든다

p173~174
`그래도 가급적이면 실패까지 가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고 못박는 조언이 와 닿았다 일등이나 최고가 되거나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포기하지 않을거면 내가 나아지는 것 그리고 나아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괜찮아˝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사실 속으로는 하나도 괜찮지 않은 것이다
-무척 동감되는 내용을 표현도 그렇게 했다

P210내가 누군가를 미워할 때는 상대보다 `나`에 대한 일말의 진실이 들어가 있는것이니 초점을 상대에게 두기보다 자신의 마음에 먼저 두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할 때는 초점을 자신의 마음에 먼저 두어야 할 것이다로 줄인다

이정도가 되겠지 싶다

부록처럼 붙은 대담집(김현철 정신과 전문의)에서는
`룩셈부르크에서라고 결정하기-어떤 결정을 해도 애매할 때 아무도 나를 모르는 낮선 곳이라고 하고 하자-`라는 김현철식 생각이 관계에 이름붙이지 말기,프레임 짓기 말기라는 그의 다른 언급과 같이 와닿았다

둘의 대화에서
-어쩔 수 없음을 사랑하고 무리하지 않고 이젠 꿈이라는 단어보다 할 수 있는거 하면서 충만하다고 느끼고 사소한 것에서 치졸하거나 치사함을 느낄때 불완전함을 수긍하면 되겠지 싶다-를 결론처럼 꺼내어 낸다

`태도에 관하여`가 `태도`나 `임경신의 태도`와 같은 제목을 붙여 나오지 않은 걸 이해하고 잘 정리하며 본 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문학과지성 시인선 346
심보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간이 매일 그의 얼굴을
조금씩 구겨놓고 지나간다
이렇게 매일 구겨지다보면
언젠가는 죽음의 밑을 잘 닦을 수 있게 되겠지

크리넥스 티슈처럼,기막히게 부드러워져서

시간이 매일 그의 눈가에
주름살을 부비트랩처럼 깔아놓고 지나간다
거기 걸려 넘어지면

끔찍하여라,노을지는 어떤 초저녁에는

지평선에 머무른 황금 전봇대의 생을
멀리 질투하기도 하였는데

-한때 황금 전봇대의 생을 질투하였다-

나는
그가 보여주는 태양과 낮달,구름 그리고 안개를 다 보지 못하고
그가 풀어놓은 삶과 꿈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의 슬픔과 가능성은 그대로 남겨져있다

부분 부분으로 남은 이해는 아래와 같다

전날 벗어놓은 바지를 바라보듯 생에 대하여 미련이 없다
(아주 잠깐 빛나는 폐허)
마주 보고 있는 불빛들은 어떤 악의도 서로 품지 않는다(풍경)
이쪽에서 체념으로 눌리면 저쪽에선 그만큼 꿈으로 부푼다(풍경)
인생의 세목들이 평화롭고 단순했으면 좋겠다(장 보러 가는 길)
내 육체 속에서는 무언가 가끔씩 덜그럭거리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도덕적이고 미적인 명상)
등뒤의 어둠과 눈앞의 환함이 서로를 환대할 때까지(구름과 안개의 곡예사)
다들 사소해서 다들 무고하다(종교에 관하여)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머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번뿐이라는 청춘이라는(청춘)
봄이면 느리게 바지춤 추켜올리는 나목(금빛 소매의 노래)
그림자를 보면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었다(성장기)
생은 균형을 찾을 때까지 족히 수십번은 흔들린다(대물림)
각자 잘 살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버지 , 옛집을 생각하며)
씨발놈아, 미영인 내꺼다••••••참 부드러운 증오다(도주로)
지금 이 순간 창밖에서 /행복은 철지난 플래카드처럼 /사소하게 나부끼고 있습니다(편지)
이 밤에 열에 하나는 어디론가 떠나고 열에 하나는/ 무척 외로워 질 수 있다,그리고 열에 하나는 흐느껴 울기도 한다(확률적인,너무나 확률적인)
가장 먼저 등 돌리데/가장 그리운 것들~~~
가장 먼저 사라지데/가장 사랑하던 것들~~~(나는 발자국을 짓밟으며 미래로 간다)

나는 유감스럽게도
그는 아이러니의 세계나 현실의 세계를 분명 한 단면 단면으로라도 비춰지게 구성하였을 테고 그리하여 슬픔과 행복부터 과거와 미래로 구성하여 존재와 소멸에 대해서 말하였을 것인데 부족함으로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도 그가 알아주길 바란다
그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고자 한다는 것을
같은 입장의 편에 서서 들여다보고 읽고 받아들여도 같은 사람이 아니므로
이 정도라는 것을 그도 충분히이해하리라

세상과
청춘을 지나는 일기를 읽었다
있는 건 너무 많고 없을 건 또 너무 없는
일과 일 사이에
마음을 주고 받는다는 일이 이루어졌다는 정도로 전해지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창비시선 394
송경동 지음 / 창비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송경동의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소감은 아래의 글로 대신해도 될 듯 싶다

하나의 도덕률을 강화하려는 사상체계는 어김없이 그 도덕률을 강화한다.
문학은 하나의 도덕률을 강화하려 할 때조차도 자주 그 도덕률의 밑바탕을 뒤흔든다. 문학은 그렇게 주어진 윤리의 바깥으로 빠져나가 그 윤리가 내팽깨쳤던 사람들을 위해 노래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든다.그것이 문학의 문학다움이며 문학의 숭고함이다.
-황현산의 시이야기`우물에서 하늘 보기`중에서

그가 늘 강건하게 살고 지내기를 바란다

그가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흔에 읽는 시
고두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P178

봄 꽃
-함민복

꽃에게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마흔에 읽는 시라고 독자를 한정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책이라면 선택하지 않아야 하는 책이겠지만
훑어보는 사이로 고르게 삶과 사랑을 노래한 좋은 시들이 모여 있는 듯하여
구입해 보게 되었는데 나름 만족스럽다

마흔으로 구별하여 이제 청춘을 떠나보낸 이들의 남은 생애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려는,
잠시 멈춰 숨고르고 가슴뛰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청춘과 사랑,행복에서 그리움에 맞추어 사진까지 잘 구성해 놓았고

같이 놓여져 있던 글까지 좋았던
문태준 시인이 모아놓았던 `포옹`이나 김연수 작가의 `우리가 보낸 순간`에 견주면
좀 심심한 면이 있지만
커피 한잔 값에 구하여 보는 책으로 는 만족스럽다

`나를 흔든 시 한줄`이나 `순간을 읊조리다`와 `당신의 사막에도 별이 뜨기를`과 같은 구절만의 책도 나름 좋으나
이 책과 같은 시모음집도 들고 보는 책이 되겠지 싶다

다음에는
`당신을 읽는 시간`과 `어느 하루 구름 극장에서`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같은 좋은 시 모음집을 다시 볼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