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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엄마
김지연 지음 / 그리고 다시, 봄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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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언제나 다정히 찰랑찰랑하다.
넘치면 집착이 되고 부족하면 방임이 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엄마는 찰랑찰랑 곱고 예쁘다.
내가 이렇게 오래 다정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지금 막 두 손 비벼 다정의 불을 피우는 젊은 엄마에서부터
오십이 넘은 나를 아가라고 부르는 우리의 엄마들까지
당신들의 무한한 다정에 존경과 우정을 담아 감사를 드린다.
엄마라고 부르며 '영원 불명의 열정'이라고 새긴다.
- 그림책 뒤표지 '작가 노트' 중에서 -
엄마는 항상 그랬다.
엄마 손도 망가지면서 물에 닿을세라 내 손을 걱정하고,
엄마도 배가 고프면서 내 배가 고플까 봐 항상 전전긍긍.
엄마도 추울 텐데 내가 행여 추울까 봐 이불을 덮어주고
엄마 옷도 없으면서 내 옷과 신발을 사는 게 행복하단다.
엄마에게도 슬픔이 있을 텐데 내가 슬플까 봐 늘 살핀다.
엄마도 꿈이 있을 텐데 내 꿈이 사라졌을까 봐 아파한다.
그럼에도, 내게 줄 요리를 하며 손이 아려도 행복해하고
엄마 배도 차기 전에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에 기뻐하고
엄마가 준 이불을 푹 덮고 따뜻해하면 엄마가 웃으신다.
엄마가 사준 옷을 입으며 툴툴대도 그저 이쁘다 하시고,
엄마 슬픔 가득해도 내게 슬픔이 없다면 다행이다 한다.
엄마 꿈은 잊어버렸어도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응원한다.
엄마들은 무한히 다정하다. 엄마들은 무한히 사랑한다.
엄마들은 오로지 내 아이를 위해 때로는 슈퍼맨이 되고
때로는 칼루이스가 되며, 때로는 펠프스가 된다.
때로는 카레이서가 되고, 때로는 만수르가 된다.
"억만금을 갖다주어도 바꿀 수 없는 우리 딸!"
"닳아 없어질까 봐 바라보기도 아까운 우리 아들!"
"주고 또 주어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나의 보물!"
아이를 위해 없던 능력도 샘솟고 못하던 일도 해낸다.
무한히 주고 또 주면서도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
책 속 엄마는 오래도록 달려 기다려온 바다에 닿는다.
아늑하고 조용한 바닷가, 휴가를 보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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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봐야 할 것이 많아요.
엄마니까요."
파라솔도 세우고 수건도 깔아두고,
간식도 준비하고 책도 챙겨왔고...
온통 아이들 짐으로 가득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배치하고 나서야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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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좋아! 너무 좋아!"
그러나 오래가지 않는 이 천국.
갑자기 불어온 바람은 모든 것을 쓸어간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휴가인가.
햇볕은 반짝이는 엄마의 푸르름을 가져가고
엄마는 겹겹이 붉게 물든다.
지금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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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잠깐의 고요한 휴식조차 허락되지 않다니!
책 속 붉은 엄마는 너무나 엄마들의 상황 그 자체다.
나도 그랬다. 우리도 그랬다.
아이들이 어리고 많은 것들을 이고 지고 다니던 때...
나도 고요한 자유가 그립고, 나도 카페가 그립다고!
그저 잠시 귀가 쉬고 싶을 뿐이라고! 외치던 그때...
잠시의 고요, 잠시의 자유를 즐길 새도 없이,
조잘대던 아이의 입, 울어대던 아이의 눈 ㅎㅎㅎ
엎어지던 이유식, 쏟아지던 내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으려던 음식은 퉁퉁 불어버리고, 못 먹게 되어버린다.
"그래...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억울해진다.
나는 잔뜩 붉어진다. 나는 잔뜩 우울해진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다. 그 우울함을 날려주는 것은
다름 아닌 내 아이의 미소, 내 아이의 눈빛, 그리고 손길.
내가 왜 그렇게 벗어나고만 싶어 했을까, 열망했을까...
뭐 그렇게 대단한 커피였을까, 자유였을까 싶을 정도로
다시금 마주한 아이의 행복은 내 행복으로 차올랐다.
그렇게 서로 힘들기도 하고 울기도 하던 시간들이 모두
겹겹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우리로 훌쩍 성장하였다.
붉은 시간은 시련이기도 했고 익어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의 살을 이루고, 우리의 피를 이루는 추억이 되었다.
더 '오랜 엄마'가 된 나는 나를 잃었던 시간이 아깝지 않다.
붉었던 시간만큼 우리는 성장했다. 그만큼 우린 가까워졌다.
그때 우리는 정말 우리가 되었다. 붉었던 딱 그 시간만큼!
그래, 그거면 나는 되었다.
그래, 나는 그거면 충분하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