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 어디 가냐고?˝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환매는 계속 멀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홀연 관창의 뇌리로 섬뜩한생각이 스쳤다. 그건 바로 이별이었다.무슨 말도 안 되는!
흡사 은제 장례 가면이 안면을 뒤덮은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숫제 다른 사람 같았다. 관창은 무심결에도황당한 의혹을 품고 말았다. 이 사람이 진짜 내가 아는 그 이환매인가. 혹 이환매를 빼닮은 다른 사람은아닐까."왜 이래?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그사이 이환매가 어둠 속으로 서서히 파묻히고 있었다. 점차 흐릿해지는 그 뒷모습은 화가의 손끝 아래에서 거칠게 형체가 뭉개진 목탄 데생처럼 보이기도 했다. 관창은 저도 모르게 이환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에 닿는 것이라고는 차디찬 바람뿐이었다.
그럼 이건 뭘까. 이별이 아니라면 이 상황은 대체무엇일까.
뭐지. 갑자기 이건 뭐냐고."너 어디 가?"관창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이환매에게 다가갔다.아닌 밤중에 이 웬 홍두깨인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