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기의 학교 - 영국의 교육은 왜 실패했는가
닉 데이비스 지음, 이병곤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닉 데이비스 저, 이병곤 역, <위기의 학교>, 우리교육
지난 가을 가슴깊이 공감하며 읽었던 <존 홀트의 학교를 넘어서>에 뒤이어 골라잡은 교육시리즈 도서. <가디언Guardian>지에 논란 속에 연재된 'School Report'를 묶은 책이다.
영국 공교육이 어떻게 무너져가고 있는지를 저널리스트가 예리하고 꼼꼼하게 잡아낸 책이다. 대신 통계수치, 인명 등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또 강조점이 중복되는 까닭에 약간 지루한 맛이 있다. 영국 공교육은 보수당 체제때부터 살빼기(인원감축, 재정감축)를 시작하고 더불어 일종의 평준화정책이 해체된다. 이것이 교육의 위기로 이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노동당에게 짐으로 이어지고 이는 파산해가는 배를 근본 처방없이 산으로 끌고 올라가는 모양새라고 한다. 신선하게 혹은 묵직하게 다가왔던 부분들은...
- 영국은 사립학교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지만(10%이내? 프랑스 17, 덴마크 13, 우리나라는? 고교의 경우 거의 반 아닐까?..) 성격은 부유층 학교이고 공교육보다 우수한 진학성적을 내고 있으며 재정적으로도 탄탄해서 공교육과 사립교육간의 격차가 매우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립학교가 아니라 특목고와 자사고가 이런 교육 격차를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다. (교육여건의 차이, 학생의 학습의욕의 차이) 특히 새정권이 자사고 몇 백개를 외치고 있는데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다. 교육에서의 계급분화가 코앞에 닥쳐있는 것 같다.
"1990년대 초반 25개 선진국 가운데 네 곳만이 영국보다 높은 학급당 학생 수를 유지하고 있었다(아일랜드, 홍콩, 싱가포르, 대한민국)." 휴.. 자랑스런 대한민국. 교육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으나 공교육의 기본 여건에는 무지할 정도로 개혁의지가 없는 나라. 내 자식을 위한 사교육에 들이는 공을 조금만이라도 나누어서 공교육 개선에 쓸 수 있다면... 아일랜드는 당시 내전으로 흉흉했고 그 밖은 모두 아시아. 아시아의 집단주의는 바로 학교에서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어쨌든 새정권을 앞두고 공무원들을 조이는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은 모든 중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를 35명 이상으로 조정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35명이 안되던 학교들이 모두 학급 수를 감축하게 되었다. 그런데 35명 미만인 곳은 대체로 저소득층 밀집지역이었다. 긴축정책으로 우선 피해를 보는 곳은 저소득층이다. 물론 목동, 강남처럼 50명에 육박하는 학급당 학생 수도 문제이다..
- 부유한 사립학교의 교장과 가난한 공립학교의 교장이 느끼는 바에는 모종의 공통점이 있었다.
"두 교장은 매우 다른 경험을 했으나 이들의 성패를 결정짓는 데는 세 가지 동일한 요인이 작용했다. (1)의욕이 높은 학생들의 입학 (2)충분한 교육 재정 (3) 전문가로서 교사가 갖는 자유. 사립학교들 가운데 우수한 학교들은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공립학교 가운데 실패한 학교들은 이 가운데 어느 것도 갖추지 못했다." 교사의 질을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영국의 예에서도 드러나듯이 - 교사들은 엇비슷하다. 어떤 곳에서 근무하는가에 따라 다른 성과를 낼 뿐이다. - 교사의 질은 교육 여건에 따라 무척 달라진다. 소규모 학급인가 대규모 학급인가... 대규모 학급에서 만족스러운 교육효과를 내는 건 일방강의 학원스타일이다. 우리가 뛰어넘어야 할 스타일이 바로 그것이다. 소규모 그룹에서 의사소통을 통한 학습과 토론으로 언제 나아갈 수 있을까. "교육과정 편성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가장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지, 지식을 잘 전달할 수 있는지를 택할 수 있습니다. 관료적인 억압에서 자유로운 것이죠." 교사에게 자율과 창의가 부여될 때에만 교육에 자율과 창의가 깃들 수 있다. 원칙적인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정의 확충, 자율적인 교사상. 그리고 어느 정도의 평준화.
"부유층 아이들과 빈곤층 아이들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바람직한 교육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만약 학교나 교실에 학습 동기가 높고, 교육과 학습은 중요하고 즐거운 것이며 다른 삶을 만들어 가는 데 필수라고 생각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전체 학생 수의 20-25%를 차지한다면, 학습 동기 수준이 낮은 아이들이나 부모들을 훨씬 더 쉽게 변화시킬 수 있다."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설득해야 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인 학교에서라면, 학생들을 성공적으로 교육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계층별로 균형잡힌 학군에서 교육효과가 뚜렷하다... 현재의 자사고 증설 방안은 이런 균형을 심각하게 깨뜨리는 조처이다. 오늘 뉴스에서 순창 인재숙이 도마에 올랐다. 순창군에서 기숙학원을 만들어서 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광주에서 강사를 불러와 수준높은 입시 강의를 제공한다고 한다. 나름의 성과가 있는 대신 논란도 일고 있다. 다른 지자체도 유사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곳곳에서 평준화가 해체되는 흐름이다. 요리고나 관광고 등 특별한 진로를 향한 교육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성적으로 구분하는 자사고나 특목고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공교육의 황폐화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 책을 읽으면서 교장, 교육청의 역할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빈곤한 학교에 부임한 교장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상담하랴, 여기 저기 쫓아다니랴, 등등... 한국 교장은 아무리 빈곤한 학교라해도 느긋한 자리다. 어쨌든 정권 교체기 교육에 대한 그림도 다시 그리는 시기인데, 영어 공교육 강화도 논란거리이지만 <평준화 해체>라는 문제가 더 큰 주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중산층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욕심이 일부 동력으로 작용하는데다가 하층 계급조차도 교육을 통한 상승 욕구를 아직 버리지 않고 있으니 만만한 일이 아니다. 원칙에 대한 주장(교육여건 개선, 교사 자율성 강화)은 너무 오랫동안 성과없이 이어져왔기에 신선함을 상실한 상태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