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정 필자의 가장 큰 장점은 솔직함과 진정성이다. 예술을 바라볼 때도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부여하는 예술에 대한 모호함과 허위적 권위부여가 아니라, 현대의 상품, 사물, 예술을 하나의 시선으로 꿰뚫어보려는 통찰이 돋보인다. 난해하다는 현대미술에 대한 예리한 안내서이다.
"예술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요? 예술과 현실을 구분지어 사유하려는 집단 체면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호흡하며 사는 곳은 예술보다 현실입니다. 주변의 시각정보를 유심히 판독하는 훈련은 예술을 판독하는 훈련과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예술은 결국 현실을 다루니까요. 책에서 미술 작품을 포함해서 보도사진, 광고, 상품 등을 망라하는 도판이 두루 사용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화감독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2003>는 컬럼바인 고교 총기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이야기 자체는 허구적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차가운 현실은 뜨거운 예술의 밑그림이 되거나, 그 자체로 예술에 버금가는 무게를 지닐 때마저 있습니다. 전시장에 놓인 예술을 감상하는 건 여전히 의미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둘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발견하는 시도는 전에 없이 입체적인 유희가 될 수 있습니다. " (서문에서)
미술에 관심을 둔 사람, 혹은 예술에 대한 글쓰기에 관심을 둔 사람, 남다른 시선에 관심을 둔 사람에게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