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 퀘스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2
도리스 레싱 지음, 나영균 옮김 / 민음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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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의 <마사 퀘스트>를 읽었다.

오랫만에 읽은 소설책, 아..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책을 읽는 시간이 내내 지속되기를 바랐다. 그녀의 책을 읽을 때마다, 내밀한 곳까지 누군가 들어와서 대화를 나누는 속살깊은 만남의 시간을 경험한다. 처음 읽은 레싱은 단편 소설집(<일식>)에 묶여있는 <19호실로 가다>였다. 짧은 단편이었지만 깊이 가슴을 울렸고, 공감했다. 누군가 내게 "살인 빼고 모든 경험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레싱의 만만치 않은 삶의 이력이 그녀가 가진 감수성으로 다시 토해질때 살을 에고 들어오는 저릿함이 내 쪼그라든 폐부에 서늘한 바람을 불어 넣는다. 독자와 글쟁이도 궁합이 있을 터이다. 레싱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나는 그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받는다. 소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니!!!

두 번째 읽은 소설은 <고양이는 정말 별나, 특히 루시퍼는...>. 도서관에서 레싱이라는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책이 많지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접어든 책이었다. 고양이들이 어찌나 생생한지.. 고양이 마니아라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그 외에도 동물에 관심이 있다면..

세 번째 읽은 소설은 <다섯째 아이>. 후후 태어나는 아이에 대해 그처럼 섬뜩한 느낌을 표현한 책이 또 있을까..

그리고 <마사 퀘스트>. 널려 있는 책들에 손이 가지 않아서 인터넷 주문을 해서 날아온 책. 딱히 읽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꽤 두꺼워서.. 며칠 있다가 볼까 하는 마음) 구경삼아 펼치다가 어느새 달라붙어 버렸다. 이틀동안 마사 퀘스트를 쫓아다녔다. 그녀의 불안과 꿈과 설레임과 비난과 불면을. 열다섯에서 열여섯, 자의식으로 부푼 소녀가 어떻게 세상과 맞서고 다치고 나아가는지. 자신의 모양을 찾아 성장하고픈 여자들에게, 분홍빛 희망이 아니라 과도한 의욕과 좌절에 대한 섬세한 공감을 통해 '힘'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책 소개를 보니 5권으로 이어지는 그녀의 자전소설 1부라고 한다. 뒷이야기도 읽고 싶고 궁금하다. 하지만 지금은 마사 퀘스트와의 여운을 즐기고 싶을 뿐. 집에서 이런 저런 자세로 책을 읽다가 가방을 싸들고 10분쯤 걸어가 커피집 구석에 눌러붙어서 후반부를 읽고 책을 덮었다. 모처럼 푸근했던 날씨가 변덕스럽게 변해 바람이 거세고 빗발이 날렸다. 그래 좋아. 바람 속으로 빗속으로 난 걸어간다. 마치 무슨 비밀 병기라도 하나 얻은양 의기양양하게 공원을 거치는 먼 길을 돌아 집으로 걸어왔다. 오는 길에는 맥주를 한 병 사들고 왔다*^^* 내 안에 숨어있던 기억들을 이리저리 불러낼 생각이었으나, 휴.. 맥주는 시원했고 눈꺼풀은 무거웠다. 레싱이 노벨상을 받은게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만큼이라도 책이 번역되어 나왔겠는가. 세상이 지루하고 하찮게 보일 때마다 레싱을 읽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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