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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김인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책을 고르는데는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겠다. 표지, 소재, 추천사, 두께, 가격 등
하지만 이번 책은 저자소개를 읽자마자 선택했다. 소위 명문대를 나와 번듯하게 살 수 있었던 한 남자는 철학을 공부한 뒤 몇몇 잡지사의 기자로 일을 하다 스스로를 연구하고 세상을 공부하는 삶을 택해 서울을 등지고 산자락마을에 자리를 잡는다.
살아생전에 50만 원짜리 스피커는 사도 연탄불 땔 돈은 없어 친구를 찾아간 사나이. 아는 것은 많지만 그걸 세상에 알리는 것에는 손사레를 치던 사람. 세상 가장 작은 것들에는 관심을 가지지만 먹고사는 것에는 무심했던 한 남자. 그의 글은 결국 사후에 책이 되었다.
소개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져 집어 든 이 책은 참 신기하면서도 오묘하다. 근래 어디서도 보도못 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읽는 내내 민요가락이 떠올랐다.
어릴 적 잠시 민요를 배웠다. 우리 것이라 하면 웬지 고루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경기민요는 경쾌하고 호쾌하며 남도민요는 오금저리는 푹 삭은 젓갈의 맛이 있었다. 그 후로 오랫동안 잊고지냈던 옛것의 구수함과 자연스러운 낡음이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에 담겨있었다.
똥순이라는 강아지를 데리고 장을 보고 계곡에 산책가고 잠자리와 까마귀를 관찰하고 꽃이 지고 피고 사람이 나고 스러지는 걸 기록한 일상이야기. 별건 없지만 별 것 없는 걸 누구보다 열심히 지켜본 것 만으로도 아름답다. 특히 ㅅ형과 달리야 편과 똥순이 편은 작은생명과 쉬이 판단할 수 없는 인생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고있다.
"수탉과 암탉이 샤갈의 그림에 나온 닭들처럼 옆으로 나란히, 꽝꽝 얼어붙은 별 아래로 둥둥 떠있었다."
사실 젠더감수성이 중요한 화두가 된 요즘, 이 책을 읽다보면 조금은 불편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와는 다르지만 틀리지않은 인생을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라 생각해주면 좋겠다.
잘 삶은 수육위 에 젓갈을 언고 짭짤하고 칼칼한 김치 위에 한 입 얹어먹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더라.
책을 읽고나니 딱 그 맛이였다.
☑전무후무한 개성의 느끼고 싶다면
☑경쾌하지만 쓸쓸한 인생을 느껴보고 싶다면
☑작가소개와 추천사를 읽고 마음이 동한다면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