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 곽재식의 기후 시민 수업
곽재식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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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을에 그 집의 땅을 밟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다는 땅 부자가 살고 있다. 어느 날 부자는 자신의 땅에 염색 공장이라는 걸 세웠다. 하얀 천에 빨강, 노랑, 파란색을 물들여 알록달록한 예쁜 천을 만든다고 한다. 흰색 천만 입던 마을 사람들은 알록달록한 천을 보자 하나 둘 사기 시작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다 그 공장의 천을 사자 땅 부자는 이제 현금 부자라고 불린다. 현금 부자는 자신의 빈 땅에 상가라는 것을 짓고 천을 직접 팔았다. 현금 부자는 갑부가 되었다. 그러다 갑부는 상가 옆에 옷을 만드는 공장을 지었다. 마을 사람들은 손수 옷을 만들어 입는 수고를 덜고 사 입기 시작했다. 갑부는 엄청난 재벌이 되었다. 마을에서는 어느 때부터인가 땅 좀 있다는 집에서 하나 둘 염색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공장이 늘수록 하늘은 뿌연 해지고 물은 탁해졌다. 그래도 산다는 집들은 공장 짓기를 멈추지 않았다. 재벌집만큼은 아니더라도 하나 둘 마을에 현금 부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점점 갑부들이 늘어났다.
삼시 세끼 밥을 먹고 살기에 바쁜 몇몇 집들은 그림의 떡이었다. 그러다 이제 밥 걱정하던 사람들도 아주 작은 염색 공장을 만들 정도의 여력이 되었다. 큰돈은 벌지 못하지만 그래도 밥 걱정은 없을 정도로 살 수 있었다. 이제 냇가에서 그냥 마시던 물을 함부로 먹을 수 없게 되었고, 공기가 맑은 날은 거의 없었다. 날씨는 점점 더운 날이 많아졌고, 어느 해는 물이 부족했고 어느 해는 홍수로 피해를 입었다. 갑부들은 가뭄과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자신의 공장이나 상가 주변에 물을 가두는 시설을 만들었다. 그러나 겨우 밥 걱정 없이 사는 정도의 공장들은 그런 시설을 만들 여력이 없어 매번 물난리를 격을 수밖에 없었다. 기후 변화는 점점 심해져 마을에서 대책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 결과 공장 굴뚝에 공기 정화 장치라는 걸 달고 폐수 처리장을 만들어 물을 정화시키기로 했다. 재벌과 갑부들은 하나 둘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뒤늦게나마 공장을 짓은 곳들은 설치할 여력이 없어 마을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환경오염의 주범은 정화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공장들 때문이었다. 마을에서는 영세 공장을 비난하고 대형 공장들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공장은 짓지 못하게 결의를 했다.
이것이 이 책의 주된 골자이다.

어느 해였던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 종이컵 대신 텀블러 쓰기 운동이 시작됐다.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땅에 묻혀 몇 백 년이 지나야 썩을 플라스틱 대신 잘 섞는 종이를 사용하고 나무로 만든 종이 대신 텀블러를 쓴다면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이 일반화의 오류라고 한다.

˝플라스틱은 자연에 반대되는 것 같고 기후변화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 같지만, 재료에는 선악이 없다. 플라스틱은 가죽과 상아를 내어놓아야 하는 동물들 대신에 쓸 수 있는 물건이거니와,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같은 옷감도 일종의 플라스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플라스틱의 값이 싼 덕분에 수많은 가난한 나라 사람이 헐벗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플라스틱 제품을 아껴서 오래 쓰고, 잘 분리수거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내가 마시는 커피 하나에도 기후변화를 줄이는 행위에 포함된다.
˝먼 콜롬비아나 에티오피아에서 커피콩을 사 오면 거리가 먼 만큼 이산화탄소를 더 배출할 것이다. 그 차이가 크다면, 커피를 마시는 행위에서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의 원산지가 한국에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느냐 인지도 모른다.˝

환경을 위해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이 여름휴가를 괌으로 간다면 종이컵을 매일 몇 개씩 쓰는 것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0배 이상 많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는 것이 훨씬 많은 온실기체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요즘 대세 작가 중 한 명인 정세랑 작가는 환경을 위해 이제는 해외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정세랑 작가는 열렬한 환경운동가이다.

이 책을 읽으며 환경운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무조건 친환경 제품을 쓰는 게 환경운동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나도 사무실에서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쓴 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하루에 텀블러를 두세 번씩 씻는다. 커피 마시던 컵에 물을 마시려니 씻을 수밖에. 이런 행동을 하루에 두세 번 반복하면 텀블러 하나 사용하는데 쓰는 세제의 양, 물의 양, 요즘은 손이 시려 온수로 쓰니 전기량이 다 포함된다. 이레 저래 따지고 보면 차라리 일회용 종이컵을 하나는 물컵 하나는 커피컵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탄소 배출을 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몇 년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줄여놓은 이산화탄소가 지구 반대편에 사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가 연료를 많이 잡아먹는 큰 차를 구입해서 며칠 출퇴근을 하는 바람에 단숨에 도로 늘어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니 기후변화 문제는 나 혼자, 어느 한 나라 만의 노력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기후 변화는 불평등하게 온다. 강대국보다는 약소국가,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 부자에게보다는 가난한 자가(사회적 약자) 기후변화의 피해를 더 많이 받는다.

이 책을 일 가정 일 책 보유로 권장하고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 환경운동과, 기후변화에 대한 내 좁은 시야가 조금은 넓어졌다.
결코 환경문제나 기후변화는 먼 미래 내 후손을 위해 실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나와 내 이웃이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긴박하고 현실적인 문제라고 이 책은 부르짖는다. 작년 여름에 강남역에 홍수가 났을 때 한 건물에는 방호벽을 미리 설치해 피해를 면했다고 한다. 그런 반면 다른 곳 반지하 방에 사는 사람은 빠져나오지 못해 죽음을 당했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내가 어떤 실천을 하는 것이 당장 중요한지 알아내기 위해 더 애쓰고 노력해야겠다. 바로 이런 노력.

https://m.newspic.kr//view.html?nid=2023011413502756881&pn=88&cp=r3XfW21Y#_s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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