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내 안의 슬픔 때문에 힘겨웠던 적이 많았다.
내게 젊은 날의 여행이란
슬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남몰래 낯선 곳에 찾아가 슬픔을 비우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내 비워낸 그슬픔만큼 또 슬픔이 차올랐다.
마르지 않는 슬픔으로 인해 내 마음은 축축했다.
그 슬픔을 감당하지 못해서 정신과의사가 됐다.
그러나 그 슬픔이 있었기에 나는 내면으로 파고들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의 슬픔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슬픔이 밥벌이가 된셈이다.
고마운 슬픔이다.
내 슬픔도 마경덕 시인이 산문 「슬픔의힘」에서 말한
‘잘 데워진 슬픔이 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