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죽음의 문턱에서 상처를 아가미로 키운 아이.
아버지의 품에 안겨 호수에 끌려들어갔다가 할아버지와 소년 강하에게 구조되고 키워진다.
세상은 녹록하지 않았지만, "강하와 할아버지만이, 그리고 막판에 이녕 씨만이 둘러싼 세상의 전부였던"( _194쪽) 아이는 보호받고 구박받고... 그들과 호수와 물과, 일부가 된다.
곤이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가족을 벗어나야만 했지만, 강과 바다로 그들을 찾아 헤맨다.

"다음에는 정말 이런 일이 있으려야 있을 수도 없겠지만, 또다시 물에 빠진다면 인어 왕자를 두 번 만나는 행운이란 없을 테니 열심히 두 팔을 휘저어 나갈 거예요. 헤엄쳐야지 별수 있나요.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_22쪽

 

구병모 작가의 스팩트럼이 참 넓다.
『한 스푼의 시간』, 『위저드 베이커리』, 『빨간구두당』으로 읽히는 작가의 세계, 『파과』와 함께 세트 리커버로 재출간되아 이번 기회에 읽었다. (알고보니, 노블웹툰으로도 나왔다고 한다+_+)
동화같은, 예쁘게 반짝이는 날카로운 조각의 이야기- 즐겁게 읽었다.

"장자의 첫 장에는 이런 얘기가 있거든요. 북쪽 바다에 사는 커다란 물고기, 그 크기가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데 그 이름을 곤(鯤)이라고 한다. (…) 이 물고기는 남쪽 바다로 가기 위해 변신하여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을 붕(鵬)이라고 한다. 그의 등은 태산과도 같이 넓고 날개는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과 같으며 한 번 박차고 날아오르면 구만 리를 날아간다고요." _210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 멍때림이 만드는 위대한 변화
마누시 조모로디 지음, 김유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팟캐스트 <Note to Self>를 운영하는 저자의 일종의 digital-self-detox 실험과 관련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지루함과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권하는 진지한 실험이야기.

 

"'지루함과 기발함 도전'은 디지털 세계에서 더 현명하게, 더 잘 살아가는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다. 테크놀로지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 내가 바라는 것은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으로 균형 있게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이다." _296쪽

 

"토요일에 트위터를 해야 하나? 미팅 중 문자 메시지에 답을 해야 하나? 이메일을 보관해야 하나? 인스타그램에 가입할까? 우리에게는 매일 너무나 많은 결정과 선택이 주어진다. 그것이 우리를 지키게 만든다. 그러나 '지루함과 기발함 도전'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당신이 이런 결정을 하지 않으면 기업이나 앱, 소셜 미디어가 당신을 대신해서 그 결정을 한다는 깨달음이다.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_298쪽

 

우리는 길을 걸으면서도 문자/SNS/인터넷쇼핑/구글링/음악감상/동영상시청 따위를 계속한다.
뇌/눈/귀/손가락을 늘 바쁘게 한다, 심심할 틈이나 기회를 도대체 주질 않는다.
샤워하는 순간/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시간/ 노는 시간에 좋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는 통념.
그리고 그 통념이 사실이라는 사실.
스티브 잡스도 집에선 인터넷 사용제한을 뒀다고 하고, 사실은 많은 인터넷 그루(?)들이 그렇다고.

'지루함과 기발함 도전' 7단계를 천천히 짚어가며 도전과제를 제시한다.
도전과제들이 한 챕터씩 이어지고, 챕터 끝의 팟캐스트 청취자들의 도전기- 성공담과 실패담-이 나름 힘이 된다.
도전1: 자신을 관찰하라
도전2: 이동할 때는 기기를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둬라
도전3: 하루 동안 사진을 찍지 말라
도전4: 앱을 삭제하라
도전5: 페이크케이션fakecation을 떠나라
도전6: 다른 것들을 관찰하라
도전7: '지루함과 기발함 도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연구가 아니라 더 많은 생각이 아닐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바쁨이 아니라 더 심심함이 아닐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한 성실이 아니라 더한 나태 아닐까.

#마누시조모로디 #마누시_조모로디 #심심할수록똑똑해진다 #심심할수록_똑똑해진다 #와이즈베리

#인문 #산문 #에세이 #지루함과기발함프로젝트 #창의력 #호기심 #창의성 #지루함 #기발함 #멍때림 #멍때리기 #변화 #생산적 #창의적 #BoredandBrilliant #팟캐스트 #노트투셀프 #NotetoSelf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김금희 작가의 (드디어) 신작.
아마 『너무 한낮의 연애』 때 부터 사랑에 빠졌을, 내 시대의 작가.
창비(출판사)에서 가제본 서평단에 (너무 신나게도!) 뽑혀 '우선 읽는 영광'을 얻었다(!).

1999년 10월 인천호프집화재사건.
거기에서 살아남은 한 사람, 거기에서 절친을 잃은 한 사람,
우리시대의 절망을 겪고 살아남은 내 친구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경애는 敬愛롭지만은 않은 하루하루를 버티고- 한때는 히키코모리였고 한때는 노동운동자였고, 지금은 죽은듯이 사물같이.
상수는 常數가 아닌 하루하루를 버티고- 사실은 연애상담FB페이지를 ('언니'로) 운영하며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나는 같은 시간을 걸었어, 경애와.
나는 같은 시간을 걸었어, 상수랑.

지금을 걷는 '나'들의 이야기들이라 더 가슴을 두들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김금희 작가의 글투가 좋다.

 

"경애는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는 죄책감과 그건 절대 자신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자기방어 속에 놓여 있었는데 그 사이를 갈팡질팡하면서도 일관되게 도망가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다.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는 것, 한번 도망가버리면 다시 방에 웅크리고 앉아 계절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필사적으로 했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마음의 문을 닫았을 때, 차라리 마음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기를 선택할 때 얼마나 망가지고 마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_23쪽

"경애는 비행과 불량, 노는 애들이라는 말을 곱씹어보다가 맥주를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57명의 아이들이 왜 추모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 생각했다. 그런 이유가 어떤 존재들의 죽음을 완전히 덮어버릴 정도로 대단한가. 그런 이유가 어떻게 죽음을 덮고 그것이 지니는 슬픔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 _68쪽

"그렇게 불행이라는 글자를 붙들고 있으면 아파트의 나머지 빈 공간이 그런 온갖 것들로 가득 차고는 했다. (…) 완전히 밀어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머리에서 다 지워낸 것은 아니라서 경애는 불행하지 않아? 하고 물어보고 싶어지곤 했다." _21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초에는 『센서티브』가 핫(?!) 했다.
얼마나 어떻게 예민한지, 그 예민이 주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어쩐건지...

그리고 그 책의 카운터펀치(?),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가 나왔다.
첫 장, 둔감력 테스트부터 찬찬히 보면서 나는 민감형인지 둔감형인지 확인해 볼 수 있음.

알지 알지, 열내면(?) 손해인 거.
근데 그것이 의사가 말하기에도 실제로(!) 건강에 안좋다고.

 

"자율 신경은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춰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평소에는 자율 신경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 이때 둔감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좋은 의미의 둔감력은 자율 신경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도록 도와주는, 그야말로 건강 유지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둔감한 사람의 자율 신경은 지나친 자극에 타격을 받는 일 없이 언제나 혈관을 열어두어 온몸에 피가 원활히 흐르도록 기능합니다." _56쪽

 

"요컨대 남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어도 깊이 고민하지 않고 뒤돌아서자마자 잊는 사람은 건강합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모두 말입니다. 좋은 의미의 둔감함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나아가 혈액 순환도 원활하게 유지시켜주기 때문입니다." _42쪽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연애/결혼 등의 관계에 있을 때나, 회사/사회 생활에서나,
다소간의 '무딤'은 유리하다,는 거.
자율 신경계의 문제고 있고, 수면의 질과 양의 유리함, 잔병치레를 피할 수 있는 잇점, 후각적/청각적/감각적 통각 덜 느낌 등등등 유리한 점이 정말 많다고.

그러니 무디다고 사람들이 뭐라 하더라고 꿋꿋하게 무딤을 간직하라는, 작가의 응원이 힘이 된다.

다만 '예민'에 속하는 사람들이 읽기엔 다소 불편할 수 있음!
응~응 하는 대답으로 한 귀로 흘리는 사람(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속터지는 예민형들은- 대부분 했던 말 또 하거나 듣는거 싫어하는 까칠형일 가능성이 매우 많음- 읽다가 열받음. (나!!)
여유~롭고 둔감한 사람들은 (대답만 잘하고) 본인 자율 신경만 타격 안 받잖... 옆에 있는 사람 쓰러져도 모르잖...

뭐 그럼에서 무던하게(!) 살기(!!), 노력해 봅시다!
그게 신체 건강에도 정신 건강에도 좋다니깐.

 

"물론 둔감한 탓에 때때로 아내에게서 잔소리를 들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럴 때도 '별일 아닌 걸 가지고 잔소리하기는.'하면서 한 귀로 흘려들으면 아무 일 없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아내도 반쯤 포기하고 느긋하게 대처하게 될 겁니다. 물 흐르듯 부딪치는 일 없이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는 거죠." _144쪽

 

 

#와타나베준이치 #와타나베_준이치 #나는둔감하게살기로했다 #나는_둔감하게_살기로_했다 #다산초당 #인문 #교양인문 #성격 #심리 #건강 #마음건강 #둔감 #둔감성 #초조해하지않고나답게사는법 #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에르 르메트르의 공쿠르상 수상작 『오르부아르』(2013년, Albin michel)의 그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신작이라고 한다.
『오르부아르』를 출간한 열린책들(출판사)가 그의 책을 또 소개한다.
 
단 한순간이었다, 그의 삶을 바꾼 죽음과 엮이게 된 것은.
...유일한 친구이자 동료인 옆집 개가 뺑소니 차량에 치인 그 순간.
아니, 그렇게 죽어가는 개를 차마 보지 못한 옆집 아저씨가 그 개를 총으로 쏘아 죽였던 그 순간.
아니, 내 친구 옆집 개를 죽인 그 아저씨의 어린 아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수한 얼굴로 웃으며 손을 내밀었던 그 순간.
아니, 그 무심결의 휘두름의 순간.
아니, 정확히는 순결할 수 있었던 그 실수를 무마하기로 선택한 순간.
아니 아니, 푸른 얼굴과 그 축 처진 작은 손가락들을 못본 체 할 수 밖에 없던 순간.
그렇게 한 잃어버린 삶을 묻는게 걸린 시간, 단 삼일.
...
그리고 그 달밤의 그 순간, 머리가 순결한 여자와의 충동.

 

"그는 피부의 색깔과 반쯤 벌어진 입을 들여다본다……. 팔을 뻗어 보지만 도무지 아이의 얼굴이 만져지지 않는다. 그들 사이에 어떤 보이지 않는 벽이 세워진 것처럼, 그의 손은 자꾸만 어떤 촉감 없는 장애물에 부딛혀 아이의 얼굴에 가 닿지 않는다. 이 일이 초래할 결과들이 앙투안의 머릿속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_29쪽

 

'순간적이었다'라는 말로는 더이상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순간들이 모여모여 인생의 흐름이 되고 그렇게 흘러간다.
어린 아이의 죽음에 엮여있는, 벌은 (아직) 받지 않았지만 그 죄로부터는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는 (실은 계속 벌을 받고 있는) 인생.

 

 

"사실 공포는 결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것은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잠이 들기도 하다가, 다시듬 돌아오곤 했다. 앙투안은 조만간 그 살인 사건이 자신을 쫓아와 자신의 삶을 요절내 버릴 거라는 확신 속에 살았다. (…) 공식적인 수사는 결코 종결되지 않았다. 또 앙투안은 공소시효를 기대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_204쪽

 

한 소년의 인생을 묶어버린 순간(들)로 시작되는 이 책은, 범인과 범죄를 전방에 배치하면서도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 특유의 긴장감을 여전히 끌고 간다.
소설의 끝에 이르러 맞춰지는 마지막 조각들까지 날카로울 수 있는 것이 이 이야기의 힘이자, 소설가의 저력이 아닐까 싶다. 

#피에르르메테르 #피에르_르메테르 #사흘그리고한인생 #사흘_그리고_한_인생 #열린책들
#소설 #장편소설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스릴러소설 #문학성넘치는스릴러 #프랑스소설 #공쿠르상수상작가 #영국추리작가협회상수상작가 #오르부아르 #Troisjoursetunevie #Trois_jours_et_ une_vie #리뷰 #ThreeDaysandaLife #Three_Days_and_a_Lif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