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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평점 :
피에르 르메트르의 공쿠르상 수상작 『오르부아르』(2013년, Albin michel)의 그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신작이라고 한다.
『오르부아르』를 출간한 열린책들(출판사)가 그의 책을 또 소개한다.
단 한순간이었다, 그의 삶을 바꾼 죽음과 엮이게 된 것은.
...유일한 친구이자 동료인 옆집 개가 뺑소니 차량에 치인 그 순간.
아니, 그렇게 죽어가는 개를 차마 보지 못한 옆집 아저씨가 그 개를 총으로 쏘아 죽였던 그 순간.
아니, 내 친구 옆집 개를 죽인 그 아저씨의 어린 아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수한 얼굴로 웃으며 손을 내밀었던 그 순간.
아니, 그 무심결의 휘두름의 순간.
아니, 정확히는 순결할 수 있었던 그 실수를 무마하기로 선택한 순간.
아니 아니, 푸른 얼굴과 그 축 처진 작은 손가락들을 못본 체 할 수 밖에 없던 순간.
그렇게 한 잃어버린 삶을 묻는게 걸린 시간, 단 삼일.
...
그리고 그 달밤의 그 순간, 머리가 순결한 여자와의 충동.
"그는 피부의 색깔과 반쯤 벌어진 입을 들여다본다……. 팔을 뻗어 보지만 도무지 아이의 얼굴이 만져지지 않는다. 그들 사이에 어떤 보이지 않는 벽이 세워진 것처럼, 그의 손은 자꾸만 어떤 촉감 없는 장애물에 부딛혀 아이의 얼굴에 가 닿지 않는다. 이 일이 초래할 결과들이 앙투안의 머릿속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_29쪽
'순간적이었다'라는 말로는 더이상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순간들이 모여모여 인생의 흐름이 되고 그렇게 흘러간다.
어린 아이의 죽음에 엮여있는, 벌은 (아직) 받지 않았지만 그 죄로부터는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는 (실은 계속 벌을 받고 있는) 인생.
"사실 공포는 결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것은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잠이 들기도 하다가, 다시듬 돌아오곤 했다. 앙투안은 조만간 그 살인 사건이 자신을 쫓아와 자신의 삶을 요절내 버릴 거라는 확신 속에 살았다. (…) 공식적인 수사는 결코 종결되지 않았다. 또 앙투안은 공소시효를 기대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_204쪽
한 소년의 인생을 묶어버린 순간(들)로 시작되는 이 책은, 범인과 범죄를 전방에 배치하면서도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 특유의 긴장감을 여전히 끌고 간다.
소설의 끝에 이르러 맞춰지는 마지막 조각들까지 날카로울 수 있는 것이 이 이야기의 힘이자, 소설가의 저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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