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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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의 (드디어) 신작.
아마 『너무 한낮의 연애』 때 부터 사랑에 빠졌을, 내 시대의 작가.
창비(출판사)에서 가제본 서평단에 (너무 신나게도!) 뽑혀 '우선 읽는 영광'을 얻었다(!).

1999년 10월 인천호프집화재사건.
거기에서 살아남은 한 사람, 거기에서 절친을 잃은 한 사람,
우리시대의 절망을 겪고 살아남은 내 친구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경애는 敬愛롭지만은 않은 하루하루를 버티고- 한때는 히키코모리였고 한때는 노동운동자였고, 지금은 죽은듯이 사물같이.
상수는 常數가 아닌 하루하루를 버티고- 사실은 연애상담FB페이지를 ('언니'로) 운영하며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나는 같은 시간을 걸었어, 경애와.
나는 같은 시간을 걸었어, 상수랑.

지금을 걷는 '나'들의 이야기들이라 더 가슴을 두들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김금희 작가의 글투가 좋다.

 

"경애는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는 죄책감과 그건 절대 자신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자기방어 속에 놓여 있었는데 그 사이를 갈팡질팡하면서도 일관되게 도망가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다.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는 것, 한번 도망가버리면 다시 방에 웅크리고 앉아 계절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필사적으로 했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마음의 문을 닫았을 때, 차라리 마음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기를 선택할 때 얼마나 망가지고 마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_23쪽

"경애는 비행과 불량, 노는 애들이라는 말을 곱씹어보다가 맥주를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57명의 아이들이 왜 추모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 생각했다. 그런 이유가 어떤 존재들의 죽음을 완전히 덮어버릴 정도로 대단한가. 그런 이유가 어떻게 죽음을 덮고 그것이 지니는 슬픔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 _68쪽

"그렇게 불행이라는 글자를 붙들고 있으면 아파트의 나머지 빈 공간이 그런 온갖 것들로 가득 차고는 했다. (…) 완전히 밀어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머리에서 다 지워낸 것은 아니라서 경애는 불행하지 않아? 하고 물어보고 싶어지곤 했다." _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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