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2-1 - 2024년 시행 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컨텐츠연구소 수(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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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 해도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집필진들이 나름 고심한 결과물이고 학습 요소가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우리 첫째는 2학년이고, 2024년 시행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초등 국어 교과서로 1학기에 수업을 했다. 이제 내년이면 저학년에서 벗어나는 첫째가 1학기 국어 내용을 복습하기에는 따라쓰고 공부습관을 잡도록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1학기 국어 내용을 복습하며 따라쓰기에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다.
초등 저학년이 쓰기 연습을 하는 데 있어서 국어 교과서만큼 좋은 교재는 없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작품까지 다양한 영역의 국어 활동이 망라되어 있다. 교과서에는 해당 학년에서 성취해야 할 성취기준에 맞게 모든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은 국어 2-1의 가, 나, 국어활동 교과서의 내용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연필 바로 잡는 법, 책상에 바르게 앉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아직 한글에 서툴거나 한글 자음과 모음 쓰는 순서가 뒤죽박죽인 아이들을 위해 자모음을 다시 쓰기를 할 수 있다.
교과서 각 단원에 나오는 반드시 알아야 할 낱말들과 맞춤법, 문장까지 모두 따라쓸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데 낱말들은 명사, 동사, 의성어, 의태어 등 다양하다.
중간중간에는 재미있게 놀며 배울 수 있게 미로찾기, 짧은 글 만들어보기, 숨은 그림 찾기, 맞는 것 연결하기 등 다양한 놀이터가 준비되어 있다. 무엇보다 매일 일정량을 따라 쓰면서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앉아 공부하는 힘이 생기고 글씨를 따라쓰면서 글씨체까지 예뻐진다. 인내심과 집중력은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것은 향후의 모든 학습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한번 잘못 쓰기 시작한 글씨는 교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이 부분을 조기에 바로잡아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이응을 쓸 때 시계반대방향이 아니라 시계방향으로 돌려 쓴다. 아직까지 교정이 힘들다. 계속 지도해야 할 부분이다.
원래 스쿨존에듀 출판사에서 출시한 국어 교과서 따라쓰기 교재가 개정교육과정과 함께 업데이트 된 것 같다. 기존의 따라쓰기 교재도 좋았지만 이번에 새로 리뉴얼된 교재는 더 디자인이나 편집이 보기 좋게 구성되어 있어서 한결 편안하게 보고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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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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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서관에서 너덜너덜해진 빨간 표지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는 학생을 봤다. 저 책은 무슨 책이기에 사람들이 저토록 많이 빌려가서 표지가 너덜너덜해진 것일까. 나는 그 길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맛보고 같은 작가의 <녹나무의 파수꾼>을 연이어 읽었다. 이 책은 <녹나무의 파수꾼> 후속작으로, 후속작이기 때문에 전작인 파수꾼 책을 읽고 이 책을 읽는 게 도움이 된다. 그래서 아직 파수꾼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파수꾼부터 읽고 이 책을 펼치시라 말하고 싶다.

전작에서는 레이토가 인생의 밑바닥을 겪고 있을 때 만난 어떤 변호사에게 녹나무의 파수꾼 역할을 제안받고 거기서 '기념'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운 일들을 겪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열심히 생활하는 레이토가 또 다른 사건들에 휘말리면서 녹나무의 신비한 힘을 다시금 느끼고 삶의 가치와 인생의 방향성을 알게 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레이토가 도둑으로 몰리기도 하고 경도 인지장애가 있는 치후네와, 기억을 잃어버리는 뇌종양 소년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첫 부분에는 다짜고짜 시집을 팔아달라고 하는 아이가 등장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해가는 느낌이다. 따뜻하고 잔잔하면서 읽으면서 마음이 평온해지는 일본문학 특유의 향기가 진하게 전해져 오는 소설이다. 파수꾼 후속작이라서 사건들의 깊이는 파수꾼이 더 있는 느낌이고 추리소설같은 느낌은 이 책이 더 진한 느낌이다. 분명한 건 전작도 그랬듯 이 책도 앉은 자리에서 이 두꺼운 책을 금방 읽어낼 수 있을만큼 독자를 끄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정신없고 너무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고 자극적인 것이 더 흥미를 끄는 요즘 시대에 어쩌면 조금 쉬어가도 된다고, 그리고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거냐고 저자가 나지막히 물어보는 것같다. 녹나무에 왜 그토록 사람들은 염원하는 것일까. 기적이란 있는 걸까? 이 책에 등장하는 레이토, 치후네, 유키나와 고사큰, 모토야, 그의 부모는 모두 조금씩 어느 부분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각자의 방법으로, 그러나 결국 같은 방향, 옳은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간다. 옳은 방향은 결국 선한 방향이다. 그리고 선함을 맛보기 위해서는 결국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 절망스러운 순간이 오더라도 절망하지 않는 힘말이다. 레이토가 치후네에게 속으로 건넸던 대사처럼 우리가 '실수했다. 다시 하자'고 마음 건넬 사람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 하나만 있어도 인생이 살맛 나는 거 아닐까. 이 책이 내게 그런 친구가 되어준 것 같아 읽는 내내 위로가 됐다.

한국, 일본, 대만 3개국 동시 출간되었고 전작에 이어 같은 양윤옥 번역가가 번역했다. 일본 문학 번역가로 이미 명성이 높은 분이다. 저자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 범죄심리소설로도 이름을 널리 알린 작가다. 그리고 아주 오랜 기간 쉬지 않고 글을 써오고 출간하고 있는 성실하고 저력있는 작가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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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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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책에서 수없이 많이 인용된 책, 행복의 기원. 인류의 가장 큰 숙제가 행복한 삶인듯 서점에는 행복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들이 너무나도 많다. 한동안 그런 책들만 보다가 신물이 좀 났다. 행복이란 뭘까? 난 행복한가?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삶에서 행복이 온다던데 비교하지 않아도 그닥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여러 생각이 들다가 돈이나 명예가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 곳에서 하고 있는 걸 보고 저건 다 짜고 치는 거짓말이다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읽게 된 책들에서, 그것도 여러 책들에서 이 책 <행복의 기원> 의 구절들을 인용하고 있었고 호기심이 생겼다. 결국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 아닌가? 그것에 기원이랄 게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이 책 자체를 읽어봐야겠다 생각했고 기회가 닿았다. <행복의 기원>은 출간 10주년을 맞아 개정판이 나왔다. 개정 전에 비해 추가된 부분이 있는데, 저자와의 Q&A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 책이 도끼로 내게 다가온 부분은 행복이 목적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 벗어나 행복은 생존의 수단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허무맹랑한 곳에서 찾지 않고 과학적 연구와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는 점이다.
내향인으로서 인정하기 싫지만 인생을 살다보니 나도 확실히 느낀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사람이 있어야만 행복을 느낀다는 것. 또 유전적인 특성인 외향성의 차이가 행복의 개인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진화론의 렌즈로 행복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모든 문장이 신선했다.
돈, 명예, 새집, 복권당첨 같은 것들은 지속적인 즐거움을 주지는 못한다. 또 행복은 상대적이어서 극단적인 경험을 하고 나면 감정에 반응하는 기준선이 변하기 때문에 오히려 복권당첨같은 일확천금이 장기적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설득력있었다. 행복한 사람은 '시시한' 즐거움을 여러 모양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라는 걸 나도 이 나이쯤 되니 알 것 같다. 객관적으로 얼마나 가졌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화려한 변신에만 주목하지 그 삶을 구성하는 그 뒤의 많은 시간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becoming에 눈을 두고 살지만 정작 행복이 담겨 있는 곳은 being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와닿았다.
개정판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역시 Q&A 부분인데, 책을 읽고도 의문이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고 마지막 부록에서 이부분을 정확하게 짚어 줬다. 행복을 느끼는 부분에서 개인차가 있고 그것들은 유전적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행복은 변하지 않는 건가, 내가 노력해도 아무 쓸모 없는 건가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부분의 해석이 명확하기도 했고, 늘 감사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것만으로는 행복감이 늘 높은 사람을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에도 공감했다. 또 행복도가 낮다는 걸 불행하다는 것으로 단정지어서도 안되는데 이걸 찬물, 따뜻한 물 수도꼭지에 비유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재생산이 본능인데 왜 비혼과 저출산이 늘어나는가에 대한 답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행복이 중요하지만, 그것을 유일한 인생 나침반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는 것!
행복한 나, 조금 덜 행복한 나, 불행한 나, 모두 그냥 나일 뿐이다. 그런 나를 온전히 품을 수 있는 단단한 코어를 가지는데 이 책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진화론과 행복의 신선한 만남에서 시작된 연구의 결과물들을 이렇게 하나의 책으로 요약 정리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책을 읽었던 순간도 나의 잦고 시시한 행복에 추가되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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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 - 기후위기를 외면하며 우리가 내뱉는 수많은 변명에 관하여
토마스 브루더만 지음, 추미란 옮김 / 동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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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의 목차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해 늘어놓는 '변명' 25가지로 이루어져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날씨와 같이 즉각적인 변화나 양상을 알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는 반면 기후 변화와 같은 것은 그 변화가 느리고 결과가 즉각적이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갖기 쉽지 않다. 이 책의 목차만 읽어도 그간 인류가 하고 있던 말들이 변명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얼굴이 화닥거릴 것이다. 어떤 변명은 실로 뻔뻔하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인간은 원래 모순적이다,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환경 문제가 아니라도 걱정할 게 많다, 사실 나는 환경친화적으로 살고 있으며 내 의도는 선량했다, 다들 그렇게 한다, 그러므로 내 잘못은 아니다, 나보다 더 환경 파괴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학이 발전하는데 기술이 우리를 구해줄거다 등등.
이 수많은 변명을 정확하게 꼬집는데, 이 책은 그걸 인간의 심리와 결부시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기후친화적이지 못한 많은 변명을 기후 심리학을 소개함으로써 분석하고, 생각과 행동을 바꾸지 못하게 방해하는 심리적 장벽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살펴본다. 나, 나의 가족과 친구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나의 주변인들이 내리는 의사결정들이 사실은 그다지 기후친화적이지 못하지만 긍정적인 자아상, 그러니까 나는 환경을 잘 지키려고 하고 있다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그런 모순을 직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그 직시를 상당히 유머러스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웃으면서도 정곡을 찔리는 듯한 효과를 주는 책이다.
내가 이 책에서 상당히 유의미하게 봤던 부분은, 책 제목답게 나는 대체로 환경친화적으로 살고 있다는 착각이 사실은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결과를 낳는 부분이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거나 에어컨 사용하지 않는 것, 전구 끄기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는 이런 행동을 하면서 우리가 스스로 지구를 지키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자주 해외여행을 가고 매일 자동차로 출퇴근을 한다면 그건 정말 모순적인 거다. 평소보다 비행기 한 번 덜 타고, 대중교통을 더 이용하는 게 분리수거 철저히 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지닌다면 계획된 해외 여행을 취소하거나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탈 수 있겠는가? 사실 이 글을 쓰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나 자신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물론 환경이 제일 큰 이유는 아니지만서도 말이다. 내 행동이 어쨌든 환경에 큰 효력을 갖는 선택이라 하니 뿌듯하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인간의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말한 새뮤얼 존슨의 문구가 이 책에 적혀 있다.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 해서 결과가 무조건 좋거나 그게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일은 아닌 것이다. 일명 코브라 효과라고도 하는 이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예시들이 등장하는데, 정말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차량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바이오 연료가 장려되었는데 그 결과 팜유 수요가 커져 팜유 플랜테이션을 늘리기 위해 열대 우림이 과도하게 개간되었다. 그러면 이는 기후와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책 마지막에 나와 있는 <모든 변명에 대한 반대 주장>은 이 책의 요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모든 변명을 한 마디로 요약해서 팩폭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나는 게으르다(그러므로 기후 변화는 에라이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카리브해까지 가는 수고 없이 집 발코니에서 휴가를 보내도 아무 문제 없겠네? 그러니 여행도 가지 마! 하는 식이다. 게으른데 어떻게 여행을 가겠는가. 나는 이런 팩폭을 좋아한다. 그리고 내 마음의 모순을 끄집어 내는 것에 부끄러운 희열감을 느낀다. 이 책은 정말 기후, 환경 책 중에서도 재미있고 쉽게 읽힌다. 무엇보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우리가 어떤 모순적 사고를 갖고 있으며, 진실이 무엇인지 한발짝 다가가게 해준다. 흔히 말하는, 우리 후손에게 지구를 빌려 쓰고 있다는 말은 정말 그러하다. 기후 변화는 한 번에 오지 않는다. 내가 저지른 잘못이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나의 아이들, 손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나만 아니면 돼, 라는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는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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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충분해야 한다
아브람 알퍼트 지음, 조민호 옮김 / 안타레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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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야만 행복할 수 있는가? 그저 지금처럼은 안 되는가?"

책 표지의 제목에서부터 이 책이 지금의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임을 느꼈다.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잘나야만, 위대해야만 된다는 성공 세계관에 사로잡혀 있다. 위대함, 성공, 경제적 논리로 바라본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이 무조건 옳은 걸까? 이 책은 위대함이 아니라 '충분함'이라는 새로운 삶의 가치를 말하고 있다. 충분함이 추구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은 '좋음'과 언제나 연결돼 있다. (사실 위대함, 충분함, 좋음과 같은 단어들은 번역된 것일테고 원저의 단어가 궁금하긴 하다. 뭔가 더 착 붙는 말이 있을 것도 같아서...) 위대한 것은 소수 엘리트여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충분함은 누구나 만족할 수 있다.이 책은 위대함이 최고라고 부르짖는 요즘 사회에서 받는 고통을 충분함이란 가치로 완화하고자 하는 책이다. 아이러니한 것이, 세상의 한쪽에서는 온갖 자기계발서가 위대함을 부르짖고 부와 명예를 위해 뭐든 할 수 있게 부추기면서도 그 이면에서 오는 허무함과 불행복함이 충분함을 지향하는 삶을 원하고 있는 듯하다. 충분한 삶을 위해서는 개인적, 정치적 변화가 모두 필요하다. 또 모두가 충분한 삶에 도달하려면 더 많은 이들의 좋은 마음이 필요하다. 소수가 돈을 잘 벌면 자연히 그 돈이 아래로 퍼질거라는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낙수효과를 부정하고 지속적이며 협력적인 연대를 강조하는 이 책은 먼저 개인적 세계관의 변화로부터 관계, 세계, 지구에 까지 초점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내가 좀더 풍부하고 복합적인 삶의 방식을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충분함이란 단어는 아무래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상황도 참고 포기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 고난과 고통의 수용은 필요하지만 차오름을 수반하고 어떤 유감도 없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말한다. 또 그 안에는 불의를 일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평등함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철학, 이데올로기적 문제로 확장된다. 깊은 사고를 요한다. 단순히 나만 평온하면 된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언급하고 있는 것도 그때문이다. 능력주의의 허울을 논리적으로 짚어내고 있는 그의 통찰을 이 책의 저자도 깊이 공감한다. 샌델의 책은 공동선이라는 새로운 사회상을 지향하며 그부분에 동의하지만 샌델의 초점에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자연 생태계의 한계 누락이나 미국이라는 나라에만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그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윤리도 등장한다. 비슷한 것 같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충분함은 또 다른 의미다. 더 종합적으로 더 넓고 더 깊고 더 가치있는 삶의 기준 제시를 요한다. 있는 그대로의 충분함이다.

여러 철학적 시선이나 사회 정치적 문제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저자의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위대함을 추구해온 지금의 사회가 잠재력을 발견하고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여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것을 중단하고, 충분한 삶이 현재 과소평가된 수많은 사람의 에너지를 해방하리라고 저자는 믿고 있다. 그 믿음을 전파하여 더 나은 삶을 함께 살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다.

읽다보면 가벼운 책은 결코 아니다. 두께도 두껍고 묵직하다. 그런데 묵직함 속에 정말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누구는 너무 많이 갖고 누구는 너무 적게 갖는 시대가 가지는 역설에 대한 의문 제기와 행동 변화가 우리 모두의 삶을 나아지게 하리란 희망이 이 책을 덮고 잔잔히 느껴졌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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