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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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서관에서 너덜너덜해진 빨간 표지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는 학생을 봤다. 저 책은 무슨 책이기에 사람들이 저토록 많이 빌려가서 표지가 너덜너덜해진 것일까. 나는 그 길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맛보고 같은 작가의 <녹나무의 파수꾼>을 연이어 읽었다. 이 책은 <녹나무의 파수꾼> 후속작으로, 후속작이기 때문에 전작인 파수꾼 책을 읽고 이 책을 읽는 게 도움이 된다. 그래서 아직 파수꾼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파수꾼부터 읽고 이 책을 펼치시라 말하고 싶다.

전작에서는 레이토가 인생의 밑바닥을 겪고 있을 때 만난 어떤 변호사에게 녹나무의 파수꾼 역할을 제안받고 거기서 '기념'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운 일들을 겪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열심히 생활하는 레이토가 또 다른 사건들에 휘말리면서 녹나무의 신비한 힘을 다시금 느끼고 삶의 가치와 인생의 방향성을 알게 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레이토가 도둑으로 몰리기도 하고 경도 인지장애가 있는 치후네와, 기억을 잃어버리는 뇌종양 소년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첫 부분에는 다짜고짜 시집을 팔아달라고 하는 아이가 등장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해가는 느낌이다. 따뜻하고 잔잔하면서 읽으면서 마음이 평온해지는 일본문학 특유의 향기가 진하게 전해져 오는 소설이다. 파수꾼 후속작이라서 사건들의 깊이는 파수꾼이 더 있는 느낌이고 추리소설같은 느낌은 이 책이 더 진한 느낌이다. 분명한 건 전작도 그랬듯 이 책도 앉은 자리에서 이 두꺼운 책을 금방 읽어낼 수 있을만큼 독자를 끄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정신없고 너무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고 자극적인 것이 더 흥미를 끄는 요즘 시대에 어쩌면 조금 쉬어가도 된다고, 그리고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거냐고 저자가 나지막히 물어보는 것같다. 녹나무에 왜 그토록 사람들은 염원하는 것일까. 기적이란 있는 걸까? 이 책에 등장하는 레이토, 치후네, 유키나와 고사큰, 모토야, 그의 부모는 모두 조금씩 어느 부분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각자의 방법으로, 그러나 결국 같은 방향, 옳은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간다. 옳은 방향은 결국 선한 방향이다. 그리고 선함을 맛보기 위해서는 결국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 절망스러운 순간이 오더라도 절망하지 않는 힘말이다. 레이토가 치후네에게 속으로 건넸던 대사처럼 우리가 '실수했다. 다시 하자'고 마음 건넬 사람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 하나만 있어도 인생이 살맛 나는 거 아닐까. 이 책이 내게 그런 친구가 되어준 것 같아 읽는 내내 위로가 됐다.

한국, 일본, 대만 3개국 동시 출간되었고 전작에 이어 같은 양윤옥 번역가가 번역했다. 일본 문학 번역가로 이미 명성이 높은 분이다. 저자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 범죄심리소설로도 이름을 널리 알린 작가다. 그리고 아주 오랜 기간 쉬지 않고 글을 써오고 출간하고 있는 성실하고 저력있는 작가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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