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충분해야 한다
아브람 알퍼트 지음, 조민호 옮김 / 안타레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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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야만 행복할 수 있는가? 그저 지금처럼은 안 되는가?"

책 표지의 제목에서부터 이 책이 지금의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임을 느꼈다.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잘나야만, 위대해야만 된다는 성공 세계관에 사로잡혀 있다. 위대함, 성공, 경제적 논리로 바라본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이 무조건 옳은 걸까? 이 책은 위대함이 아니라 '충분함'이라는 새로운 삶의 가치를 말하고 있다. 충분함이 추구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은 '좋음'과 언제나 연결돼 있다. (사실 위대함, 충분함, 좋음과 같은 단어들은 번역된 것일테고 원저의 단어가 궁금하긴 하다. 뭔가 더 착 붙는 말이 있을 것도 같아서...) 위대한 것은 소수 엘리트여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충분함은 누구나 만족할 수 있다.이 책은 위대함이 최고라고 부르짖는 요즘 사회에서 받는 고통을 충분함이란 가치로 완화하고자 하는 책이다. 아이러니한 것이, 세상의 한쪽에서는 온갖 자기계발서가 위대함을 부르짖고 부와 명예를 위해 뭐든 할 수 있게 부추기면서도 그 이면에서 오는 허무함과 불행복함이 충분함을 지향하는 삶을 원하고 있는 듯하다. 충분한 삶을 위해서는 개인적, 정치적 변화가 모두 필요하다. 또 모두가 충분한 삶에 도달하려면 더 많은 이들의 좋은 마음이 필요하다. 소수가 돈을 잘 벌면 자연히 그 돈이 아래로 퍼질거라는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낙수효과를 부정하고 지속적이며 협력적인 연대를 강조하는 이 책은 먼저 개인적 세계관의 변화로부터 관계, 세계, 지구에 까지 초점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내가 좀더 풍부하고 복합적인 삶의 방식을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충분함이란 단어는 아무래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상황도 참고 포기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 고난과 고통의 수용은 필요하지만 차오름을 수반하고 어떤 유감도 없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말한다. 또 그 안에는 불의를 일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평등함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철학, 이데올로기적 문제로 확장된다. 깊은 사고를 요한다. 단순히 나만 평온하면 된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언급하고 있는 것도 그때문이다. 능력주의의 허울을 논리적으로 짚어내고 있는 그의 통찰을 이 책의 저자도 깊이 공감한다. 샌델의 책은 공동선이라는 새로운 사회상을 지향하며 그부분에 동의하지만 샌델의 초점에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자연 생태계의 한계 누락이나 미국이라는 나라에만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그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윤리도 등장한다. 비슷한 것 같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충분함은 또 다른 의미다. 더 종합적으로 더 넓고 더 깊고 더 가치있는 삶의 기준 제시를 요한다. 있는 그대로의 충분함이다.

여러 철학적 시선이나 사회 정치적 문제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저자의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위대함을 추구해온 지금의 사회가 잠재력을 발견하고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여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것을 중단하고, 충분한 삶이 현재 과소평가된 수많은 사람의 에너지를 해방하리라고 저자는 믿고 있다. 그 믿음을 전파하여 더 나은 삶을 함께 살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다.

읽다보면 가벼운 책은 결코 아니다. 두께도 두껍고 묵직하다. 그런데 묵직함 속에 정말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누구는 너무 많이 갖고 누구는 너무 적게 갖는 시대가 가지는 역설에 대한 의문 제기와 행동 변화가 우리 모두의 삶을 나아지게 하리란 희망이 이 책을 덮고 잔잔히 느껴졌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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